[오만과 편견]은 1813년 발표되었다. 꾸준히 읽었음에도 상당히 긴 시간을 투자하여 읽은 책이다. 우선, 제목의 오만과 편견은 남자주인공인 ‘다이시’의 오만함과 그 오만함에 대한 여자주인공, ‘엘리자베스 베넷’의 편견인 듯하다. 결국엔 ‘엘리자베스’와 ‘다이시’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사랑을 맺으며 끝나는 당연한 결말이지만 전체적인 글의 내용은 유쾌하면서도 재미있다.
‘엘리자베스’는 다섯 자매 중 둘째로 위로 언니 한명과 아래로 동생 셋을 가지고 있다. 첫째인 ‘제인’과 둘째인 ‘엘리자베스’는 현명하고 성품이 착했으며 성품과 자질을 중요시하는 인물이었다. 그와 반대로 독서와 노래만을 벗 삼아 은둔형 외톨이로 지내는 셋째, ‘메리’와 생각이 어리고 철없는 행동만 일삼는 넷째 ‘캐서린’과 막내 ‘리디아’는 제인과 엘리자베스와 확연히 비교되는 인물로 묘사된다. 그 외에도 극중엔 현명하고 내면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인물들과 계급사회에 물든 채 외적인 가치만을 추구하는 인물들이 분명히 갈린다. 예로 ‘엘리자베스’의 어머니인 ‘베넷부인’은 다섯 딸들을 어떻게든 부잣집에 시집보내는 것이 지상 유일의 목표인 아내지만 그의 남편은 인자하고 현명하며 ‘엘리자베스’에게 정신적으로 큰 버팀목이 되어준다.
오만과 편견은 결국 결혼에 관한 남녀들의 사랑이야기다. 엘리자베스의 친구인 ‘샬럿’은 자신의 조건에 맞춰 엘리자베스에게 고백했던 베넷가(家) 재산 상속자, ‘콜린스’와 결혼을 하고 막내 ‘리디아’는 본능에 충실한 채로 ‘다이시’와 악연으로 얽혀있는 장교 ‘위컴’과 야반도주 후 결혼을 허락받는다. ‘콜린스’와 ‘위컴’은 모두 자기만을 아는 이기주의자나 기회주의자, 염치가 없고 가식적인 인물로 묘사된다. 이러한 인물들과 결혼하는 ‘샬럿’과 ‘리디아’의 미래는 결코 해피엔딩 일 수 없다.
주인공인 ‘다이시’와 ‘엘리자베스’는 처음부터 한눈에 반해 사랑에 빠진 로미오와 줄리엣과는 거리가 멀다. 엘리자베스는 오만한 ‘다이시’의 모습에 처음부터 그를 최악으로 분류했다. 내로라하는 부자인 ‘다이시’는 자신의 마음을 숨긴 채 혼자 엘리자베스를 짝사랑한다. 그러던 중 용기를 내 ‘엘리자베스’에게 고백을 하지만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였고 엘리자베스는 다이시에게 전혀 관심이 없던 터라 보기 좋게 거절당한다. 하지만 이 일로 ‘다이시’의 오만함은 서서히 사라지고 이미지를 바꿔가기 시작한다. 엘리자베스의 막내동생인 ‘리디아’의 가출사고를 뒷전에서 조용히 무마시켜준 일을 계기로 엘리자베스는 다이시에 대한 편견을 모두 지운다. 이후 둘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고전은 언제나 나에게 벅찬 상대다. 격한 운동을 하고나면 숨이 거칠어지듯 고전을 읽고 나면 내 머릿속은 항상 가쁜 숨을 내쉰다. 하지만 [오만과 편견]은 읽기 전 생각했던 것보다 편하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아마 우리가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결혼이라는 주제 때문이 아닌가 싶다.
[오만과 편견]이 발표된 지 200년이 지났다. [오만과 편견]이 무려 200년 동안 꾸준한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건 전통사회의 규범과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외적 조건을 전제로 한 결혼과 개인의 기준과 선택을 전제로 하여 이루어지는 결혼, 이 두 가지의 충돌이 현시대에서도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자신의 감정보단 외적조건을 맞추어 결혼을 한 ‘샬럿’과 충동적으로 가출을 한 채로 결혼을 해버린 ‘리디아’는 200년이 지난 우리 시대에도 분명 존재한다. 그렇지만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결혼은 ‘우리’가 ‘우리’의 기준으로 선택한 사람과의 결혼이라는 사실 역시 200년 동안 변하지 않았다. 이 불변의 진리가 [오만과 편견]을 200년 동안 스테디셀러에 올려놓은 원동력이라 생각한다.
사람들이 배우자의 외적 조건만을 보고 결혼하고 현명한 선택 대신 본능적인 선택만으로 결혼을 하는 시대가 와야만 비로소 [오만과 편견]의 매력은 다하고 스테디셀러의 자리에서 내려올 수 있을 것이다. 결혼에 관한 많은 자기개발서가 시중에 나와 있지만 그것보단 [오만과 편견]을 읽어보고 다시 한 번 자신이 원하는 결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