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었다
노르웨이의 숲
처음에는 단순히 표지가 예뻐서 구매하고, 읽었던 책이다. 표지에 현혹되어 책을 펼치고 다 읽고 난 후에 생각은 모두 비슷했을 것이다. “대체 이걸 왜 읽지?” 하지만 나이를 먹고 누군가는 슬픔을, 누군가는 상실을 겪고 난 후 아 책을 다시 읽었을 때 새로운 세계가 책 속에서 펼쳐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이해가 되지 않던 등장인물들의 행동이나 사고방식은 ‘아, 누군가는 진짜로 저럴 수 있겠다.’ 로 바뀌고, 작가가 심리 묘사에 정말 탁월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누군가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은 아니지만, 읽어보겠다는 사람에게는 이 말을 꼭 해주고 싶다. “포기하지 말고 읽어라. 나도 너도 누군가에게는 나오코였다.”
넛지 (파이널 에디션│복잡한 세상에서 똑똑한 선택을 이끄는 힘)
넛지는 세상에 알려진 정보들을 다양하게 편집하며 경제학적 사실과 연관지어 새로운 분야로 연결하는 글이 아주 훌륭했다. 특히 일전에 파이널 에디션이 아닌 일반 넛지도 읽어본 적이 있었는데 이 에디션에선 이전에 없었던 정보와 다양한 서술로 더 풍족한 내용이 담겨있어 좋았다.
밝은 밤 (최은영 첫 장편소설)
이 책은 손녀와 할머니가 번갈아 가면서 각자의 시선과 어떠한 사건에 대한 느낀점 등을 이야기하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손녀와 할머니의 연결점은 중간에 있는 엄마도 있는데 마냥 친하지 않는 모녀의 숨겨진 이야기도 흥미롭다. 손녀의 증조할머니가 가장 기억이 남는다. 무엇 하나 풍족한 것이 없는 시절을 버티면서 주변 사람들을 챙겨주고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끝내 희망을 놓지 않던 사람. 내 인생과 비교해보면 너무나도 위험천만 위태로운 삶이었던 증조할머니의 삶. 이야기는 잔잔하게 흘러가지만 끝에가서는 눈물을 참기가 힘들었다.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또 모두가 이해가 되더라.
Factfulness (Ten Reasons We’re Wrong About The World – And Why Things Are Better Than You Think)
인터넷이 발달한 현대 사회에서 맘만 먹는다면 알아낼 수 없는 정보는 거의 없다. 세상에 많은 사람들은 정보를 공유하며, sns의 발달은 기재된 글을 읽는 것을 넘어선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상황으로 이끌었다. 그런 세상에 사람들은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완전히 잘못된 정보들을 학습하기도 한다. 이 책은 그런 잘못된 정보나 각종 편견, 소문들의 진의를 가르쳐주고, 진실을 알려주는 것이 재밌었다.
건강과 다이어트를 동시에 잡는 7대 3의 법칙 채소·과일식(10만 부 기념 스페셜 에디션) (단순하면서 자연스러운 가장 효과적인 식단)
지난 방학을 맞아 학기 중 몸이 안좋아진 저에게 맞는 식단을 찾고 싶은 마음에 이책을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일주일 중 5일은 고기를 먹고 싶어하는 나에게 그리고 그만큼 채소와 과일도 좋아하는 나에게 어떻게 하면 적절하게 영양소를 맞추어 건강하게 먹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시작으로 이 책에서 보여진 채소, 과일 식은 저에게 직접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오래 많이 씹는 것은 건강의 비결, 그리고 물 한잔 마시는 습관들, 만성질환을 일으키는 음식들을 보며 건강한 음식이 무엇인지 고민해보는 흥미로운 시간이 되었습니다. 코로나 이후 배달문화가 발전하여 친구들도 자극적인 배달음식을 많이 시켜먹지만 이 것은 만성질활을 일으키는 주범이라는 것을 꼭 알게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배달음식은 과체중, 만성질환 모두 불러일으키며 이 것에서 벗어나 가장 좋은 식단인 채소와 과일 등 자연식을 통해 자신의 몸을 돌보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그리고 저 또한 더욱 맛있고 건강한 음식으로 나에게 충분한 영양소를 선물해주자는 바람에서 도움이 되는 독서시간이였습니다.
환상서점 (잠 못 이루는 밤 되시길 바랍니다)
환상 서럼은 오디오북이 원작으로, 그 덕분에 읽는 것보단 듣는 것이 더 익숙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글은 글만의 장점이 있듯, 줄글로 이루어진 글자의 나열들을 자신만의 속도로 곱씹으며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책은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환상서점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실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형식의 소설이라 종이로 된 도서보다는 인터넷 소설에 더 가까운 것 같다는 감상을 받았다.
종이 동물원 (컨리우 소설)
나는 SF장르에서 우주와 관련된 내용이 나오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이 책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친근한 형태의 이야기로 다가온다. 공상과 더불어 감동까지 챙긴. 작가가 중국계 미국인이어서 중국문화나 동양인 차별과 관련된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그중 가장 인상깊었던 이야기는 한자라는 문자의 모양으로 점을 치는 것이 등장했는데 매우 흥미로웠다. 나는 한자를 어느정도 배웠기 때문에 의미를 무리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고 정말 기발하게 획을 나눠 해석하는 장면을 보고 감탄이 절로 나왔다. 뜬금없는 상상력이 아니라 내가 가진 지식과 융합된 상상력은 더 신선하게 다가옫다.
해가 지는 곳으로 (최진영 장편소설)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의 발생은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뿌리 깊게 바꿔두었다. 사태가 진정되고 일상을 회복 중인 지금에도 사람들은 그때의 습관을 기억하고 이어 나가는 경우도 많다. 이렇듯 질병이나 자연재해와 같은 거대한 재난은 인류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치며 그 영향은 결코 단기적이지 않다. 만약, 이러한 재난이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여 인류를 절멸에 가까운 상태로 몰고 간다면 어떻게 될까? 사실 이러한 질문을 가진 작품은 많다. 질병이나 재해가 덮친 뒤의 세계를 서술하고, 망가져 가는 인간성을 부각하는 아포칼립스 세계관은 이젠 흔한 소재가 되었고 책뿐만 아니라 그림, 음악과 영화 등 다양한 매체에서 수도 없이 시도되었다. 하지만 해가 지는 곳으로 가 그중에서 선택될 가치가 있는 책이 될 수 있는 것은 재앙으로 망가진 세계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다.
시작은 지구에 퍼진 이름 모를 바이러스로 멸절해 간 인류의 이야기를 하며, 그 결과 끈질기게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어 나간다. 비축된 물자들이 줄어가니 살아남은 사람들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잔혹하고 가차 없어진다. 그 결과 삶은 척박해지는 것을 넘어 가혹해질 뿐이다. 살아남기 위해서 인간성을 포기한 인물들도 늘어간다. 최진영 작가의 다른 작품인 구의 증명도 그렇듯, 저자의 작품은 절대 단순하거나 가볍지 않고, 어둡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희망 없는 세계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불신과 생존 욕구만이 앞서 있는 세계에서 남편과 딸을 잃었으나 남은 아이를 지키려는 류, 가족과 함께 피난 여정 나선 지나와 건지, 홀로 버텨내기도 쉽지 않은 세계에서 동생을 지키려는 도리까지. 이들은 모두 인간성을 조금만 포기해도 나아질 수 있는 상황이 닥쳐도 그들은 쉬운 길을 걷지 않으며 고난이 있더라도 자신과 타인을 포기하지 않는다. 믿음과 감정을 잃은 세계에서 사랑을 잃지 않는 일은 얼마나 고될까? 인물들의 선택을 응원하면서도 나는 과연 그런 상황에서 ‘나’임을 포기하지 않는 선택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었다.
이 책을 덮고 나서 나는 작가가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끝도 없는 불행을 쓰는 것은 쉽다. 인물들의 상황을 최악으로 몰아넣고 벗어날 길을 주지 않고 방관하는 것은 생각하기 쉬운 법이니까. 하지만 불행과 비탄이 가득한 세계에서 다시 일어날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어렵다. 사람의 마음은 여리고 나약하니 쉬운 길을 걷고 싶어하고, 자신을 위해 선을 등지는 선택을 하는 것은 불행을 이겨내는 것 보다 쉬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진영 작가가 쓴 이 이야기에서 인물들이 선의와 인간성을 잃지 않고, 괴로워 하면서도 결국 사랑과 헌신을 지켜내는 모습은 고되나 아름다운 이야기라며 책을 덮을 수 있게 한다.
마지막 마음이 들리는 공중전화 (이수연 장편소설)
슬픈 이야기의 책은 잘 읽지 않는데 이 책의 제목에 이끌려 읽게 되었습니다. 정말 소중했던, 정말 간절한 사람만이 이 공중전화에서 고인의 마지막 마음을 들을 수 있는 시간, 이 특별한 공중전화 이야기를 보며 만약 나에게 이러한 공중전화가 있다면, 그런데 단 3번밖에 사용할 수 없다면? 이라는 생각과 함께 몰입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저와 유아기 그리고 청소년기까지 함께한 노할머니가 생각나며 만약 이 공중전화로 전화를 할 수 있다면, 먼저 죄송하다는 말을 전해드리고 싶었습니다. 공부하느라 많이 찾아뵙지 못한 것, 그리고 모든 사실들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 후회로 가득차지만 지나간 일을 후회하기 보다 이 책을 읽으며 많은 이야기들과 함께 삶에서 가장 많이 해야하는 말이 무엇인지 다시한번 느끼게 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진심으로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 마지막으로 잘못이 있다면 인정하고 고백하는 “미안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