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드 보통의 불안을 읽고 내가, 혹은 다른 여러 사람들이 어떨 때 불안을 느끼는지, 그런 불안을 느낄 땐 어떻게 이겨내야 하는 지를 알게 되었다. 불안이라는 감정을 잘 느끼지 않고 살아가던 나에게 불안의 존재를 알게 해주고 나를 한 번 더 돌아볼 수 있도록 했다. 그땐 몰랐던 혼란스러웠던 과거의 내 경험을 불안이라는 감정으로 구체화할 수 있었고 그 시절엔 해결 방안을 명확히 알 지 못했지만 그래도 잘 이겨냈다고 생각했다.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이라는 책에서 불안을 종교, 예술, 정치 등 다양한 카테고리로 나눠 다룬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물론 불안함이라는 것이 앞서 언급했던 내용들과 1대 1로 전부 맞아 떨어지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형태가 없는 감정을 나름 정해진 틀로 갖춰 놓은 것 같았다. 원인을 알면 어떠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나로써 불안의 원인을 알게 되며 이런 불안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 지도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가장 깊게 파고 들었던 부분은 해법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작은 글씨로 적어져 있는 한 부분이다. 138P의 ‘자신이 하찮은 존재라는 생각 때문에 느끼는 불안의 좋은 치유책은 세계라는 거대한 공간을 여행하는 것,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예술 작품을 통하여 세상을 여행하는 것이다’이다. 나는 평소 여행하는 것을 매우 좋아하고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에 있어 매우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책 읽는 것도 좋아하고, 미술 작품이나 예술 작품을 보기 위해 전시를 보러 다니거나, 국내든 국외든 시간이 있으면 무조건 여행을 가는데 이런 나의 성향 및 특징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불안함을 느껴서 하는 일종의 도피인가 하고 생각했다. 조금 깊게 생각해 본 결과 도피로 여행을 갈 때도 있지만 그냥 나라는 사람의 성향임을 깨달았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엔 감정을 다루는 여느 책들처럼 가벼운 에세이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목차를 봄과 동시에 내 생각이 틀렸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책을 읽는 과정에서 나에겐 조금 어려운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이유는,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지만 결론까지 가는 과정이 꽤 복잡했다. 말하고자 하는 것들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드는 예시들이 오히려 나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두껍지 않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읽는 데 시간이 꽤 걸렸지만 다 읽고 나서는 그런 과정들이 알랭 드 보통이 설명하고자 하는 불안에 있어서 꼭 필수적이었다고 생각했다.
알랭 드 보통의 책을 처음 읽은 나로서 다른 책도 읽어 보고 싶었고 이런 책을 독서 토론 도서로 선정한 일이 참 잘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덕분에 한 권의 책에 대해서도 나눌 이야기들이 정말 많았고 다양한 생각들을 공유할 수 있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분명 같은 책을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다 다르게 해석하고 자신만의 의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다. 이러한 점이 매우 인상 깊었고 덕분에 더욱 유익한 시간을 보냈다. 다음에도 좋은 기회가 생긴다면 다른 책으로 또 한 번 참여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