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과 나의 사막을 읽으면서, 최근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챗지피티 같은 AI 기술에 대해 내가 가졌던 막연한 두려움이 조금은 누그러졌다.
처음에는 로봇과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 낯설고 어색하게 느껴졌지만 이 작품은 AI가 인간의 감정과 삶을 어떻게 이해하고 또 함께 공존할 수 있을지를 섬세하게 그려내며
내 생각을 긍정적으로 바꿔놓았다. 특히 로봇 고고의 시선을 통해 인간을 바라볼 수 있었던 점이 인상 깊었다.
인간이라면 그냥 당연하게 여겨 지나쳤을 감정이나 행동들을 고고의 입장에서 낯설고 소중하게 바라봤고,
덕분에 나 또한 평소에 놓치고 있던 인간의 특징이나 행동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였다.
무엇보다 가장 뭉클했던 부분은 마지막 문장이었다. “이번에는 너와 함께 늙어갈 수 있겠가는 헛된 희망을 품고 랑을 떠올리며, 더 깊은 어둠으로 내려간다. 간절하게.”
라는 문장에서 고고는 과거로 돌아갈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하면서도 랑을 다시 만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소용돌이에 몸을 던진다.
그 순간 고고가 단지 로봇이 아니라 진짜 감정을 가진 존재로 느껴졌고 랑을 향한 고고의 사랑이 고스란히 전해져 마음이 먹먹해졌다.
고고가 랑을 다시 만났을지는 모르겠지만 나 역시도 고고와 랑이 다시 만나서 함께 늙어가기를 간절하게 바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