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의 변명 (크리톤 파이돈 향연)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으려면 (감정 기복이 심한 당신에게 필요한 기분 수업)
이기적 유전자 (40주년 기념판)
구토 (에디터스 컬렉션 10)
변신
그레고르의 변신은 가정의 민낯을 보여준다. 박애로 둘러싸인 것처럼 보이는 가정은 사실 그렇지 않다. 내가 인간이기에, 가족의 실 구성원이기에, 그리고 그 역할을 하기에 서로를 사랑할 뿐이다. 나는 이런 점을 꾸밈없이 보여주는 <변신>을 상당히 좋아한다. 우리가 속고 있는 가정의 진실에 대하여 상세히 묘사해주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가 인간으로서 존재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져다주는지 알 수 있다. 주인공의 변신은 내가 나이기 위해서는 인간이어야 한다는 기본 전제를 상기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 (남도답사 일번지)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다보면, 내가 중요한 문화재들을 지나치고 산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 책을 읽었다. 수업 중에 배웠던 문화재들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상세히 설명하고 있고 미학전문가답게 전달해주고 있다. 예술과 문화가 결코 과거의 사회와 동떨어져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보다도 더 깊이 연관되어있는 듯이 하다. 시대를 예술만큼 잘 보여주는 것다는 걸 보여준다. 특히 서울은 조선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는 곳이다. 책을 읽으면서 선생님이 설명해주셨던 내용 이상으로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다. 수업시간에는 듣지 못했던 인물의 인생이야기나, 문화재가 실제로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묘사하는 부분으로 하여금 그곳에 있지 않아도, 그 시대를 살지 않아도 쉽게 알아들을 수 있었다. 수백 년 전의 건축물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고도의 철학과 미학이 담겨 있어 놀라웠고 자연을 조화시키는 능력이 탁월한 선조들이었음을 느꼈다. 또, 예전에 들었던 아는 만큼 보이는 우리 문화사 방과후 수업이 자주 떠올랐다. 문화재를 제대로 보존하지 못해 과거의 모습이 많이 훼손되었다는 점이 아쉬웠다.서울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의 답사기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중에 겨울이 된다면 서울의 문화재를 직접 찾아가보고 싶다.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는 시공간을 넘어 선조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많은 학교에서 유적지로 현장학습을 가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이제는 선생님이나 가이드의 진행에 내 발걸음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조들의 자취를 밟아가보고 싶다.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개정판)
미술을 처음 공부할 때, 정말 재밌어했다. 르네 마그리트, 살바도르 달리, 프리다 칼로 등 흔히 알고 있던 작품들과 다른 메세지를 전하고 표현방식도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당시의 나는 작가들이 전하는 주제를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렸던 것같다. 조금 더 크고 나니까, 미학자들의 해설을 읽게 되었고 이제서야 조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은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을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 해설서다. 미셀 푸코가 이런 내용도 정복했나 싶을 정도로 대단한 해석과 이론들이 있었다. 판옵티콘만으로 그를 설명하기에는 이 책이 너무 잘 써져있다. 현대미술의 매력 중 하나는 그림 밖의 세상에 더 많은 것이 있다는 점이다. 대상들(이미지, 텍스트, 색, 공간 등)이 표현해내고 있는 바가 무엇인지 알아보고, 그 표현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지 파악하고 우리가 이를 감상할 때에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배울 수 있었다. 미술작품은 작가세계의 재현이다. 우리는 2차원 이미지를 보고 자연스레 해석하며 그 너머의 세계와 작가의 세계와 그리고 나의 세계와 소통한다. 도식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지만 무슨 말인지는 알 것같다. 따라서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는 작품이 얼마나 상징적인지, 언어가 어떤 체계를 갖는 요소인지 알아볼 수 있었다. 미술에 대한 철학을 더 공부하고 싶게되는 계기를 만들어준 책인 것 같다.
정확한 사랑의 실험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을 읽고 난 뒤, 신형철님이 쓴 영화평론을 더 읽어보고 싶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신형철은 영화에 이만큼의 인간에 대한 고찰이 담겨있나 싶을 정도로 깊이있고 세심한 평론을 쓰는 사람이다. 제목에서 언급하는 주제가 사랑이듯이, 내가 인상깊게 본 부분도 맨 첫 장이었다. 신형철의 평론은 영화의 복잡함을 풀어내는 사람이다. 그리고 내가 가장 복잡하다고 생각하는 사랑을 풀어내는 방법에 놀랐다. 그리고 그의 글을 읽고 난 뒤 생각이 더 복잡해졌다. 내가 이 수준으로 그의 글을, 영화를 이해하는 건 내가 사랑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아마 영화 속 인물들을 설계한 감독마저도 이토록 자세하게 행동을 지시하지는 않았을 거라 예상한다. 그러나 저자는 그들의 행동이 어떤 사랑의 방식인지 설명해준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과 러스트 앤 본에서 나오는 두 관계에 대한 비교가 특히나 기억에 남는다. 장애를 가진 이들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특징을 읽으면서 과연 이게 장애를 가졌기에 생기는 일들인가 고민했다. 우리가 겉보기에 장애가 없다고 해서 정말로 사랑에도 문제가 없는가. 현대사회에서 우리의 사랑을 가로막고 있는 것들은 너무나도 많다. 또한, 영화를 만들 때, 그 인물들을 어떻게 설정해야하는 가가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기본적으로 인물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밀도있는 이야기가 구성되기 때문이다.
언니들의 슬기로운 조직생활
언니들의 슬기로운 직장생활은 김부장, 신차장, 이과장, 문대리, 박PD가 만든 책이며 인생선배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각각의 직급에서, 각각의 직장생활 경력과 하는 일도 다르고, 연령대도 다른 이들의 조직생활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책이다.
또한 여성들이 일하면서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회사 내에서의 어떤 벽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사실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 또한 이에 대한 어려움을 해결하고 그들만의 노하우, 직장 내에서 부당한 일을 겪었을 때에 대한 대처방법 등 여성들의 조언들을 전한다.
먼저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여대생커리어 수업에서 교수님께서 추천해주셨기 때문이고, 제목에서부터 조직생활에 관한 책 임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저자를 보았을 때 특이하게 이름 대신 부장,차장,과장 등 회사에서의 직급 그대로 저자로 올린 것이 특이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책을 읽다보니 왜 이렇게 저자를 올린 지 알 것 만 같았다. 각각의 저자들이 본인의 위치에서 겪은 것들과 하는 생각들, 상황과 환경 등을 솔직하게 이 책에 담고자 하여 이렇게 그들의 직급 그대로 저자를 올린 것이었다. 책을 읽으며 인상깊었던 구절은 “여성에 대한 잘못된 편견과 부당한 대우에 이의를 제기하기, 여성을 비난할 거리를 제공하지 않도록 남자보다 더 고군분투하기, 그리고 ‘명예 남성‘식 생존 경쟁에 나도 모르는 새에 빠져들지 않도록 정신 똑바로 차리기. 여자 직장인으로 살아가려면 해야 할 일이 이렇게나 많다.” 라는 구절이었다. 여자로서 회사에 다닌다는 것을 아직 경험해보지 않았고 어려운 점을 모르는 나에게는 이 책에서의 여성에 대한 어떤 편견들이나 차별 , 직장에서의 현실적인 직면하게 될 문제들을 담은 점에서 현실을 마주하게 만들어주는 책이었다.
또한 이 책은 내 편견을 깨닫게 해준 책이기도 했다. “여성 상사의 경우 여자의 상황을 이해해주고 배려해 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생각이 현실과는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책에서 불합리한 차별을 여성 상사가 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오히려 같은 성별이기 때문에 같은 여성에 대한 부분에 더 엄격하고 차별적으로 임하는 상사들도 있었다. 이 때문에 이러한 생각은 내 편견이며, 현실과는 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성리더로 성장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요즘에는 여성 리더들을 성장시킬 수 있도록 맞춤형 훈련 및 교육을 지원해주는 코디네이터도 있다고 한다. 이러한 부분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더 찾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또한 미래의 내가 좋은 여성 리더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지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해주었다. 무엇보다 보다 현실적인 여성들의 조직생활에 대한 조언들을 얻고 싶다면 이 책을 읽는 것을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