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국내 출간 30주년 기념 특별판)
실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걱정했던 부분 중에 하나가 ‘과연 내가 이 책에 대해 제대로 된 독후감을 쓸 수 있을까’였다. 역시나 이 생각이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고 쓰기 시작한 지금도 굉장히 걱정된다. 얼마나 잘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 깔끔하고 정갈한 글은 절대 될 수 없음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이 책에 대한 내 생각이나 느낌을 적어두지 않으면 후에 읽었을 때 비교할 수 없을 테니까 최대한 느낀 걸 뒤죽박죽이더라도 적어보려고 한다.
되돌릴 수 없는 단 한 번의 생, 그 무의미함에 대하여 알아가는 책이라고 소개한다. ‘삶이 무의미하냐?’라는 질문으로 시작해 우리가 어떤 무의미한 것에 너무 집착하고 있진 않은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내가 지금 무엇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 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더군다나 사람을 수치화하기 바쁜 대한민국은 생의 본질을 잘 살피고 있는지 묻고 싶다. 우리는 되돌릴 수 없는 단 한 번의 생을 살고 있는데, 얼마나 무의미하게 생을 보내고 있는지. 살아가면서 행복도 사랑도 느낄 수 있다. 행복과 사랑을 느낄 수 있을지언정 본질적으로 행복이나 사랑, 가정에 집중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은 찾기 어렵다. 특히나 이 나라에서. 밀란 쿤데라는 사랑에 대해 순수하고 본질적으로 알려준다.
토마시는 스스로 에로틱한 사랑이라고 정의하며 이혼 이후 여러 여자를 가볍고 다양하게 만난다. 진지한 사랑이 부담스럽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토마시의 출장 중에 우연히 테레자와 만나게 되고 테레자의 연약함을 잊지 못한 토마시는 테레자와 함께 살게 된다. 함께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토마시는 가벼운 만남을 끊지 못한다. 테레자는 질투가 굉장히 심한 사람이다. 그녀는 이런 토마시를 견디려고 노력했으나, 전쟁 이후에 나라를 건너서도 계속되는 토마시의 외도를 견디지 못하고 둘은 헤어진다. 한편으로 토마시의 다른 연인 사비나는 ‘조국을 잃은 여자’라는 꼬리표를 견딜 수 없다. 사비나는 조국인 체코에서 최대한 멀리 떠나려고 노력하는데, 안정된 한 가정의 가장인 학자인 프란츠는 사비나의 이런 ‘가벼움’에 매료된다.
이 네 사람의 각자의 상처와 조국의 무거운 역사를 짊어진 생이 삶의 가벼움과 무거움을 오가며 방황하는 우리를 대변하기도 한다. 길거리 시인의 명언 중 ‘인생은 모두 부업일 뿐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이 본업이다. 부업에 목숨 걸지 말고 본래의 할 일로 돌아오라. 재가 되기 전에.’라는 말이 있다. 본질에 집중하게 될수록 이 명언이 계속 떠올랐다. 책에 나오는 네 사람이 어쩌면 현실적이고 잔혹한 전쟁이라는 상황 속에서 순수한 사랑에 다가가고 집중하는 모습이 현대인들에게 인상을 주길 바란다.
어디로 달려가고 있는가. 열흘 전 스승의 날 전후로 스승님들을 만나러 갔을 때도 어떤 대학 생활을 하고, 대학원을 갈 것인가 말 것인가, 직업은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상담을 하고 왔다. 이 외에도 지금까지 이룬 대학 성적은 얼마고 자격증은 무엇이고 경력은 어떻게 쌓았는지 공부는 어떻게 했는지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나누고 왔다. 스승님이 아니더라도 얼마 없는 친구, 가족, 지인들과 이런 이야기 말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다. 나도 나를 숫자로 만들기 바빴다. 우정이나 사랑, 집중해야 하는 세상을 스스로 메마르게 만들고 있다.
최진영 작가의 ‘구의 증명’이라는 작품을 읽었을 때, 그 작품이 인상깊게 느껴진 이유는 순수한 둘만의 사랑을 거침없는 작가의 특유한 표현으로 담아냈기 때문이다. 우정이나 사랑과 같은 세상에 스스로 사막을 선사하고 있으니 당연히 그런 감정을 거침없이 써내려 간 작품에 마음이 갔다.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도 이와 비슷한 이유다. 내가 스스로 선사한 사막에 집중해야 하는 세상의 오아시스를 바라보니 인상깊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진정 삶의 본질은 돈이나 경력 따위가 아니라 어떠한 형태이든 사랑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삶이 타의든 자의든 각박해진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진정 다가가야 하는 본질은 어디 있는지 찾아주는 지표가 되어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