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파랑 (2019년 한국과학문학상 장편대상)
천 개의 파랑 (2019년 한국과학문학상 장편대상)
브로콜리 펀치 (이유리 소설집)
독서클럽 활동을 하기 위해 책을 고르다가 추천 도서인 브로콜리 펀치를 읽게 되었다. 평상시 소설을 자주 읽지 않았는데 토론을 나누기에 적합할 것 같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8개의 단편 소설로 이루어져 있다. 8편 모두 재미있지만, 내가 특히 재밌게 읽은 것은 브로콜리 펀치이다. 소설 제목이기도 하고, 내용이 독특해서 기억에 남는다.
브로콜리 펀치는 주인공이 두 개의 문자를 확인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문자 내용은 그의 남자친구인 원준의 오른손이 브로콜리가 되었다는 것과 안필순 할머니 댁의 말자가 죽었다는 것이다. 안필순 할머니는 요양보호사인 주인공이 돌보는 할머니이고, 말자는 할머니가 키우던 회색 앵무이다. 주인공과 원준은 병원에 가지만 푹 쉬라는 말과 함께 약을 처방받는다. 그리고 주인공은 안필순 할머니와 그의 남자친구인 박광석 할아버지와 함께 앵무새 말자의 장례식을 치르러 갔다. 장례가 끝나고 맥주를 마시다가 할어버지에게 원준의 이야기를 했더니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닌가 보다고 얘기를 한다. 예전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었다고 얘기를 해주며, 다같이 내일 산에 가자고 한다. 의문은 들었지만 마지못해 수락한 그는 원준을 찾아간다. 그리고 그가 힘들어하는 이유에 대해 묻는다. 복싱선수인 원준은 미워하지 않는 사람을 미워하는 것을 힘들어했고, 나쁜 것들을 마음 속에 담고 있다 보니 브로콜리가 된 것이었다.
다음 날이 되자 다 함께 모여 산을 올랐다. 낭떠러지에 도착하자 박광석 할아버지는 원준에게 노래를 해보라고 한다. 할 줄 아는 노래가 없다던 원준에게 할아버지는 소리라도 지르라고 했다. 끝까지 뺄 거라고 생각했던 원준은 소리를 질렀고, 애국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안필순 할머니가 싸 온 간식을 먹다가 원준은 “터진다.”라고 말한다. 그것은 브로콜리의 꽃봉오리가 피어나는 과정이었고, 한 시간이 지나자 그의 브로콜리는 커다란 꽃 뭉치가 되었다.
다음 날 원준은 주인공에게 복싱을 관두기로 했다는 내용과 함께 돌아온 손의 모습을 찍어서 보내며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내가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원준이 오른손이 브로콜리가 됐다고 말하는 장면이다. 제목만 봤을 땐 그저 펀치를 브로콜리에 빗대어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했지 정말 손이 브로콜리가 되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리고 중간에 안필순 할머니가 “손가락이 강낭콩이 되고 버얼건 고추가 되기도 그랬지.”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마음에 짐이 커진 사람들이 손의 변화가 생기는데, 원준은 왜 하필 브로콜리가 되었을지 궁금했다. 개인적으론, 원준이 오른손에 담고 있던 나쁜 생각들이 주변인들과 함께하며 사라졌고, 그러한 모습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꽃봉오리가 많은 브로콜리를 사용한 것이라 생각한다.
브로콜리 펀치는 평범한 일상 속에 비현실적인 요소가 섞여 “내가 주인공이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책이다. 평소 상상력이 부족한 나도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재밌게 읽었으니,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들은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주변 사람들, 또는 평범한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해 주고 싶다.
햄릿
하얼빈 (김훈 장편소설)
최재천의 공부 (어떻게 배우며 살 것인가)
회색 인간
회색분자,Fence sitter: 소속, 정치적 노선, 사상적 경향 따위가 뚜렷하지 아니한 사람
회색인간은 미래를 주요 배경으로 하고 있는 김동식 작가의 단편소설집이다. 회색 인간 속 미래는 우리가 살고있는 세상과는 조금 거리가 먼 최첨단 로봇들이 활개를 치고 다니는 세계이다. 하지만 미래에서 겪는 사회적 문제들은 현재 우리가 살고있는 세상에서 대두되는 문제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소수자 차별, 고령화 문제, 인간의 이기심, 집단 갈등, 불편한 진실과 편한 거짓등 현대 사회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미래 사회에 빗대어 솔직하게 표현한다. 그리고 그 문제들에 대해 생각해 볼 거리들을 독자들에게 던져준다.
가장 인상 깊었던 단편 하나에 초점을 맞춰 리뷰를 써보고자 한다.
‘영원히 늙지 않는 인간들‘은 외계인으로 부터 영원의 구를 선물받으면서 시작된다. 영원의 구는 인간이 나이를 먹지 않게 하는 물체로 현재 20살은 영원한 20살에 머무는 것이다.
1년마다 영원의 구를 유지할 것인지에 대해 투표를 하고, 매번 영원의 구 유지 찬성측의 승리로 끝난다. 하지만 영원한 젊음은 누구에게나 선물로 다가오지만은 않았다. 영원한 젊음은 영원한 정체로 갓난아이는 영원한 갓난아이, 임산부와 태아는 영원히 임산부와 태아로 정체되어 있다. 매해 사망하고 버려지는 아기의 수가 증가하고, 이런 영원한 정체에 대해 불만을 품은 초등학생(의 모습에 머물러 있는) 김남우와 공치열은 직접 영원의 구 사용을 멈춰보겠다며 나선다. 갖은 노력을 통한 여론 몰이에도 투표가 찬성 측의 승리로 끝나자 김남우와 공치열은 직접 영원의 구 레버를 내리고자 한다. 하지만 레버는 고정되어 있고, 최후의 보루로 사용하고자 했던 폭탄을 사용한다. 영원의 구가 터져버리지만 영원한 정체는 그대로였다. 알고보니 정부는 외계인의 기술을 빼내고 가둬놓았고, 이에 화가 난 외계인들은 인류의 성장을 멈추는 저주를 내렸고, 이 사실을 알게 된 김남우는 절망하고 모든걸 포기하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는 영원의 구 투표가 이번에도 찬성이라는 결과가 나왔다는 방송이 나오면서 이야기가 마무리 된다.
‘영원히 늙지 않는 인간’을 읽으며 처음에는 막연하게 여론몰이에 대한 부정적인 면에 대해, 다수결의 문제점에 대해 말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독서클럽 활동을 위해 다시 한 번 꼼꼼히 읽고 나서는 그런 문제만을 다루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만약 우리 사회에 이런 비밀이 존재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진실을 알게 된다면 불편한 진실을 알릴 것인지 편한 거짓 속에 살게 할 것인지 생각해보게 하는 이야기였다. 그동안 나는 불편한 진실을 나는 것보다는 편한 진실 속에서 희망을 갖고 사는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읽고 난 뒤에는 편한 거짓 속에 살면 우리의 삶이 나아지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책 속 내용에 빗대 본다면 영원히 늙지 않는 제도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생각에 제대로 된 정책과 제도가 자리잡지 못해 더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문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현실을 직시하고 현실적으로 이 어려움들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하는지 생각해보는게 중요할 것이다. 갓난아기로 힘들어하는 부모를 위해 갓난아기 위탁소를 늘린다던지, 이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등 현실적인 제도와 정책을 늘리는 것이 제대로 된 세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 언급했던 회색분자는 어떠한 쪽에도 속하지 않은 사람들을 말한다. 회색인간이라는 책은 우리에게 현실적인 문제를 던져주고 이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준다. 하지만 우리가 이 책을 읽고도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이런 문제 상황들을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면 이런 우리가 회색인간이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고 나서 책의 표지를 보았을 때 나는 어떤 인간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책이라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