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노벨 문학상 수상으로 우리나라 국민들이 모두 기뻐하고 있을 때 정작 나는 이 책을 찾지 못했다.
엄청난 인기에 모든 서점에서 품절이었고 그나마 e-book으로 나왔길래 뒤늦게 읽어볼 수 있었다. 사실 한강 작가님의 작품은 한 권도 읽어본 적 없었고 노벨 문학상 수상 책조차 처음 접근하는거라 많은 기대와 함께 책의 내용이 많이 낯설며 어쩌지 했다. 소문으로 여러 이들의 평을 들었지만 모두 해괴하고, 난해 하며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읽는 내내 나의 기분은 묘했다. 이 책의 내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노벨문학상에 대한 의문점이 생길 것 같았다. 책의 내용이 담고 있는 의미를 모두 깨우쳐야 한다는 것인데 그렇게 생각하면 노벨문학상의 가치가 있었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그대로 읽는 것이 문학일 때도 있지만 그 속에서 진정한 의미와 숨은 뜻을 찾아내는 것도 문학을 즐기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초입 내용은 신비로우면서도 거무튀튀한 현실 냄새가 풍겼다. 누리끼리한 필름에나 나올 것 같은 고전 독립 영화 같은 그림이 머릿속에서 그려졌다. 축축하고 비 냄새 가득할 것 같은 소설 속 도시는 주인공 영혜의 첫 인상은 채식주의자라고 느껴졌다. 채식주의를 하는 사람이 주변에 몇 명 있었는데 조용히 자신만의 가치를 추구하는 이가 있다면 자신이 추구하는 것이 가치가 아니라 그 가치를 지켰을 때 ‘ 나 ‘ 의 모습에 취한 이도 있었다. 나는 후자의 사람을 정말 싫어하기에 영혜의 그 초입 부분에서 나오는 모든 행동들이 솔직히 조금 호들갑 이라고 느꼈다. 어떻게 보면 영혜 남편의 기분이 무척 이나 잘 이해되고 공감 되었다. 결혼하기 전부터 그런 사람이었다면 결혼조차 하지 않았겠지만 갑자기 하루아침에 사람이 변한 그런 황당한 기분을 느끼지는 않았을 거다. 하루아침에 내가 알던 사람이 다른 사람이 된다는 건 정말 불편하고 억지스러워서 짜증 난다. 하다 못해 집안에서만 그러는 것도 불편한데 공석에서도 자신의 가치를 우기며 나를 창피하게 하다니 끔찍하다.
하지만 내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하루아침에 변했음에 짜증이 나면서도 굉장히 슬퍼 했을거다. 이때까지 나와의 모든 삶은 거짓말이었나 하고 배신감이 들기도 하고 또 어디가 아픈 건 아닌지 내가 진심을 다해 사랑했는데 저 사람을 놔줘야 하는건지 두렵고 화가 났을거다. 영혜 남편이 정말 영혜를 사랑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맺은 가족이 이렇게 쉽사리 알 수 없는 이유로 무너진다면 영혜 남편도 위의 기분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영혜 집안 내용에서 아버지는 굉장히 엄하다. 엄한 가정에서 자라온 딸아이는 굉장히 소극적이고 위축되어 있으며 또 순종적일 확률도 높다. 영혜는 따라야만 하는 삶이 답답했을까? 그래서 마음 속 묵혀왔던 고통들이 그렇게 채식주의로 터져 나온걸까 싶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에 병이 생기면 언제나 각자의 방식으로 표현을 한다. 그 병은 가정폭력으로 생긴 걸수도 있고 사람간의 관계에서 얻은 트라우마로 생길 수도 있으며 각각의 이유가 있다. 표현 방식은 제각각이지만 폭력에 고통 받았던 이들은 폭력으로 표현할 때가 많다. 하지만 영혜는 폭력에 지쳐 그 폭력조차 표현하기 무서운게 아닐까 싶다.
중반 내용은 내게 굉장히 부정적이었다. 그 의미를 파악하고자 노력해야 하는데 의미를 찾기엔 변태 행위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그 속에서 또 폭력을 저지르기 싫다던 영혜가 불륜을 저지르며 또 다른 폭력을 낳는 것을 보며 인간은 하지 않고자 해도 폭력을 저지르는 존재인가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조심하고자 몸을 웅크려도 웅크린 팔 아래로 또 누군가 피해를 입을 때가 있다. 우리가 조심하고자 무언가를 금지하고 피하면 또 그곳에서 피해가 생기고 소리가 나온다. 우리 인간이란 존재는 지구에서도 늘 그런 존재다. 태어나고 존재 자체가 죄악인 것 처럼 이 지구 위에서 저지른게 너무 많아서 이제는 조심하고자 해도 그마저 피해를 일으킨다. 이 모습을 채식주의자라는 영혜를 이용해 비웃는듯 했다.
지금 사회의 갖가지 폭력을 이 책이 말하는 거라면 나는 이해된다. 폭력에 폭력을 낳고 폭력을 하지 않고자 해도 그마저 폭력인 존재 자체가 민폐인 인간의 삶, 우리는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 환경에 민폐를 끼치고 함께 사는 세상이라며 사회성을 기르고 모든 생명과 공존해야 한다고 하지만 서로를 헐뜯고 미워하는 세상, 그 누구보다 세상에서 우리를 서로가 미워할 수 있을까. 해결 할 수 없어도 이런 우리의 모습을 깨닫기라도 해줄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