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1 (한 권으로 현실 세계를 통달하는 지식 여행서)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1은 저자 채사장님의 독창적인 접근 방식으로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책이다. 이 책은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마주치는 여러 가지 복잡한 이슈들에 대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저자는 방대한 지식을 간결하고 명료하게 전달하여 독자가 지적 호기심을 자극받을 수 있도록 한다.
책의 구성이 매우 흥미로웠는데 각 장마다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깊이 있는 논의를 펼치며, 이를 통해 독자는 주제에 대한 넓은 시각을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정치, 사회, 경제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며, 각 분야의 핵심 개념을 쉽게 설명한다. 이러한 방식은 독자로 하여금 복잡한 이론이나 개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특히, 저자는 어려운 주제를 다룰 때에도 유머와 비유를 적절히 사용하여 독자의 흥미를 끓었는데 이는 독자가 지루함을 느끼지 않고 자연스럽게 내용을 받아들일 수 있게 한다. 또한, 저자는 단순히 정보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각 주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해석을 덧붙여 독자에게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이 책은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독자가 스스로 생각하도록 유도하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며, 그 질문을 통해 독자가 스스로 답을 찾아가도록 안내한다. 이는 독자에게 단순한 정보의 수용을 넘어, 비판적 사고를 기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이 책은 여러 현대 사회의 문제들에 대한 논의도 포함하고 있어 시사적인 측면에서도 매우 유용하다. 예를 들어, 정치, 경제, 환경 문제 등 현재 우리가 직면한 다양한 이슈들에 대해 깊이 있는 분석을 제시하며, 독자가 이 문제들을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다.
결론적으로,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1은 지식을 넓히고 깊이 있는 사고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훌륭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내용으로, 지적 호기심이 있는 독자라면 반드시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이 책은 단순한 지식의 집합체가 아닌, 독자와의 대화를 통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지적 동반자의 역할을 한다.

눈보라 (눈보라 휘몰아치는 밤, 뒤바뀐 사랑의 운명)

  단순히 표지와 제목에 이끌려 읽게 된 책이다. 알렉산드르 푸슈킨의 단편 소설 5집을 모아 엮은 책이고 나는 그중 이 책의 제목인 <눈보라>라는 소설이 가장 맘에 들었다. 우리가 ‘러시아’하면 가장 먼저 톨스토이를 떠올리지만 러시아 국민들은 푸슈킨의 문학을 더 사랑한다고 한다. 그의 소설들은 러시아 문학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들로, 주로 운명과 사랑, 그리고 삶의 우연성을 주제로 다룬다. 

  내가 중심적으로 다루고자 하는 소설 <눈보라>의 줄거리를 간략히 서술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이야기는 마리아 가브릴로브나와 블라디미르라는 연인의 비극적이고도 운명적인 사랑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두 사람은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비밀 결혼을 계획하지만 결혼식 당일 밤, 뜻하지 않은 폭설이 내리면서 계획에 차질이 생기게 된다.   블라디미르는 교회로 가는 길을 잃고 헤매게 되는 한편, 마리아는 약속 장소에서 그를 기다리다가 그가 오지 않자 충격을 받고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 사건은 두 사람의 운명에 커다란 전환점을 가져온다. 블라디미르는 이 일로 절망에 빠지고 전쟁터로 떠나게 되지만 전쟁 중 전사하게 된다. 마리아는 그의 죽음을 알게 된 후 슬픔 속에서 살아가지만 여전히 블라디미르를 잊지 못하고 결혼하지 않은 채 지내며 운명을 받아들인다. 시간이 흘러 마리아는 새로 부임한 한 장교와 만남을 갖게 된다. 그 장교는 마리아에게 깊은 호감을 느끼고 그녀에게 청혼하는데, 사실 이 장교는 과거에 블라디미르 대신 우연히 결혼식에서 신랑 역할을 맡게 되었던 사람이었다. 폭설로 인해 블라디미르가 교회에 도착하지 못하는 동안, 신부가 정해진 남편 없이 대기하던 중 신랑 역할을 할 다른 남자를 급히 선택했었는데 그 남자가 바로 그 장교였다. 결국, 마리아는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블라디미르와의 인연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랑과 행복을 찾게 된다. 

  사실 이 소설에 대한 평론을 읽어보기 전까지는 그저 단순하고 진부하다고 느꼈다. 자극적인 추리 소설이나 눈물이 나는 사랑 이야기를 좋아하는 나였기에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작품과 작가에 대한 조금의 검색을 해본다면 이 이야기 속에도 많은 메시지가 담겨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이 소설은 자연의 힘, 인간의 의지, 그리고 우연이 복잡하게 얽힌 결과를 보여준다. 작가 푸슈킨은 단순한 서술을 통해 러시아의 아름다운 풍경과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를 생생히 그려냈다. 특히 ‘폭설’이라는 자연 현상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운명과 같은 초월적 힘을 상징했다. 그는 인간의 의지와 운명의 불가해함을 교묘히 엮어내며, 짧은 분량 안에서도 큰 여운을 남겼다.

짧지만 깊이 있는 이야기를 원하는 독자들에게, 러시아인들이 사랑한 작가 푸슈킨의 단편 소설집 <눈보라>를 추천한다. 

모순 (양귀자 장편소설)

주인공 진진과 그 주변 인물들의 인생이 펼쳐져 나간다. 서로 다른 인생들은 진진의 삶을 이루고, 그렇게 진진은 자신에게 물음을 던진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확실한 선역도 악역도 없다. 모든 사람들의 인생은 이해됨과 이해되지 않음 사이를 횡단한다. 복잡하고 답이 없는 생의 기록은 독자로 하여금 삶에 대한 깊이 있는 고찰을 가능하게 한다. 이 책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인생의 시작에 선 혼란스러운 20대들의 영원한 추천 도서일 것이다.

찬란한 멸종 (거꾸로 읽는 유쾌한 지구의 역사)

평소에 관심 있었던 책을 독서회를 계기로 완독 할 수 있어 뿌듯했다. 주로 인문 서적을 읽었기에 과학 서적인 이번 책이 좋은 변화구가 되었다. 멸종에 대한 세간의 시선과는 다른 시선을 가지고 다양한 멸종한 생물들 혹은 멸종으로 부터 살아남은 생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그들에 대입해서 해주는 설명을 통해 몰입도 있게 읽을 수 있었다. 잘 알려져 이미 알고 있던 멸종과 관련된 생물부터 내가 전혀 모르고 있던 생물 그리고 그 생물이 어떤 현대 생물의 기원이 되었는지를 알 수 있었던 점이 유익했다. 지금 존재하지 않는 생물들에 대해 혹은 지금 존재하는 생물들의 기원, 어떤 생물이 멸종한 후의 자리를 이 생물이 채운 것인지에 대해 궁금하다면 읽기 좋은 책이다. 멸종은 부정적인 것 이라는 시선을 바꿔주는 유쾌한 책이기도 하다.

비밀의 언어(The Code Book) (암호의 역사와 과학)

 사이먼 싱의 비밀의 언어는 암호학의 역사와 과학적 원리를 흥미롭게 탐구한 책입니다. 고대 암호부터 현대의 RSA 암호까지 복잡한 주제를 쉽게 풀어내 독자의 이해를 돕습니다. 과거 전쟁과 정치에서 암호의 역할뿐만 아니라 현재 디지털 시대에서 정보 보안의 중요성도 강조합니다. 
 암호학에 관심이 있거나 과학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에게 추천합니다. 특히 실생활과 연결된 사례가 많아 더욱 몰입감을 줍니다. 다만 이 책은 전문적인 내용이 중간 중간 등장해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기도 합니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1 (한 권으로 현실 세계를 통달하는 지식 여행서)

이번 독서클럽을 진행하면서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라는 책으로 조원들과 토론을 하게 되었는데 이 책으로 토론하면서  현시대의 상황이나 이슈들을 알 수 있게 되었고, 사람들마다 가지고 있는 생각이 다르고, 가치가 다르다는 것을 토론을 진행하며 알게 되어 뜻깊은 활동이었던 것 같습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룰루 밀러가 쓴 책으로, 과학과 철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인간이 자연과 세상을 어떻게 이해하고, 또 그 이해를 세분화하려는지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 이 책의 전개가 흥미로운 점은, 처음에는 ‘데이비드’라는 인물에 대한 위인전처럼 느껴지다가도, 곧 작가 자신을 비롯한 다양한 이야기가 뒤섞이며 진행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책은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여러 이야기들이 교차하며, 자연과 인간의 이해에 대해 보다 다층적인 접근을 시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틀은 우리가 세상과 사람을 분류하고 체계화하려는 욕구가 결국 얼마나 편협한 시각을 낳을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특히, 인간이 만들어낸 분류와 질서가 세상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 오히려 장애물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책을 통해 나는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비유적 표현이 깊이 와 닿았다. 이 말은 단순히 우리가 ‘어류’라는 카테고리로 모든 물고기를 이해하려는 시도가 얼마나 제한적이고 불완전한지에 대한 비판이라 느껴졌다. 세상과 자연을 지나치게 단순화하거나 범주화하려는 시도가 결국 다양한 관점을 놓치게 만든다는 점에서,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얼마나 편협한 시각으로 세상을 보았는지 깨닫게 되었다. 우리는 세상을 이해하려는 본능적인 욕구에 의해 많은 것을 분류하지만, 그 분류가 오히려 그 자체로 세상을 왜곡하는 일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책의 주인공인 데이비드는 평생 동안 자연의 질서를 확립하려 애썼다. 그는 생물의 표본을 수집하고, 그 표본들을 체계적으로 분류하는 작업을 통해 자연에 존재하는 질서를 밝히려 했고, 이를 통해 많은 업적을 이루었다. 그러나 그의 이런 작업은 시간이 지나면서 과도한 집착으로 변질되었고, 결국 그는 편협한 믿음에 갇히게 되었다. 그는 생물들을 분류할 때 특정한 기준을 세웠고, 이 기준은 종종 인간의 신념과 편의에 맞게 재편성되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생물들 사이에 존재하는 ‘우월함’과 ‘하등함’을 정의하려 했고, 이는 우생학이라는 위험한 사상으로 이어졌다. 그는 세상의 혼돈을 이해하기 위해 질서를 세우려 했지만, 그 과정에서 중요한 것을 놓쳤다. 생물마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법을 가지고 있으며, 그 어떤 것도 절대적인 우열을 가릴 수 없다는 점을 간과했다.

   이 점에서 다윈의 진화론은 데이비드의 사고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다윈은 생명체가 고정된 계층이나 범주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적응하는 존재라는 점을 강조했다. 진화론은 생명체의 다양성을 인정하며, 우열을 가릴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다윈은 우리가 생명체를 단순히 우월하거나 하등한 존재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생존하는 다양한 방식들을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데이비드가 세운 질서가 갖고 있는 한계를 부각시키는 중요한 대목이다. 데이비드는 ‘편리한’ 범주를 만들고, 그것을 ‘신성한’ 진리로 여겼지만, 진화론은 우리가 고수하는 고정관념에 의존하지 말고, 다양한 관점과 변화하는 패턴을 수용해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책의 끝에서 제시하는 ‘어류를 놓는다’는 개념은 나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 말은 결국 자신이 가진 틀을 벗어던지고, 세상을 더 넓고 유연하게 바라보려는 태도를 갖추라는 것이다. 사람마다 입장과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이들은 이 개념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겠지만, 또 어떤 이들은 그 틀을 벗어버리기 어려울 것이다. 작가의 아버지와 언니의 차이는 바로 이 점에서 달랐다. 아버지는 자신이 고수한 사다리를 내려놓지 못했지만, 언니는 그 사다리를 놓고 세상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려 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나 또한 그런 유연함을 갖추고, 세상을 좀 더 넓은 시야로 보고자 다짐했다.

   이 책은 단순한 과학적 이야기 이상의 것을 제공한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단순히 자연의 법칙이나 과학적 사실에 대한 탐구를 넘어서,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정의하고 이해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며, 앞으로도 세상을 더 넓은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난해하고 오묘한 제목이라 생각했지만, 책의 후반부에 제목과 유사한 의미의 문장이 나오는 순간 흐렸던 개념이 선명해지는 기분이었다. 처음에는 위인전 같다가, 뒤에는 우리가 직접 생각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책이었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 분류학자로서 그의 커리어를 어떻게 쌓아왔는지 에 대한 이야기로 이 책의 초반부는 시작한다. 하지만 중간중간 저자 룰루 밀러의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고, 구성이 이해하기 어렵게 되어있어 처음에 흥미를 느끼기 어려울 수도 있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 분류학에 몰두하는 열정과 그 목적성을 보며 감동을 받았다. 중간에 몇 번의 난관이 그를 흔들어놓기도 했지만, 그럴수록 유일한 목적인 분류학에 몰두하는 그의 모습에서 ‘어떻게 저런 열정이 나올 수 있을까’ 감탄하기도 했다. 이것이 룰루 밀러가 데이비드 스타 조던을 자신의 아버지에 비춰보고 그에게서 인생의 해답을 찾으려했던 이유가 아닌가 싶다. 이렇게 종 별로 등급을 매기며 인생에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규칙을 찾아가려 노력했다. 하지만 책의 중후반부에 나오는 데이비드의 모습은 저자가 존경하고, 독자가 존경했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 몰두하는 그 모습이, 자신이 가진 신념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비윤리적인 행위로 이어진 것이다. 스탠퍼드 대학 학장이라는 자신의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대학의 이사장인 제인의 독살에도 가담하였고 (확실하게 판결이 나진 않았으나), 분류학에서 존재한 ‘계층(혹은 우월과 열등)’이라는 개념을 사람에게 적용한 우생학의 열성적인 지지자가 된 것이다. 이것은 자신의 멘토 격인 아서의 사다리 이론에서 큰 영향을 받은 것이 컸다. 우생학자들은 열등한 유전자를 지닌 사람들의 대가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본인들의 판단 하에 열등한 유전자를 지닌 사람의 불임화 수술이라는 비윤리적인 행위를 시행했다.

후에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의 의미는, 실제로는 ‘어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로 책 내용에 사용되었다. 이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 자신이 평생 존재한다고 믿고 분류해왔던 것이 사실은 허망하고,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야기하는 부분이다. 결국 그의 삶의 목적인 어류는 실제하지 않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당연한 확신을 가지고 있을 때 내가 지닌 삶의 방향성이 허구인지 계속 확인하고 스스로 삶의 가치를 찾아나가야 한다는 점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모두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삶의 목적이 필요하다. 삶을 더 가치있고 유의미하게 살기 위해서는 가짜로라도 목표가 있는 척 생각하고 사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그 목표가 가짜라는 것을 내가 깨닫게 된다면, 그 절망감은 이루말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결국 계속해서 진실된, 실체가 있는 우리의 삶의 의미를 계속해서 찾아나가며 살아가야 할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삶의 의미에 대해 복잡하고, 애매모호하지만, 마음에 와닿게 이야기하는 책이다.

18세기의 세책사 (소설 읽기의 시작과 유행)

바야흐로 ‘구독’하는 세상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매달 빠져나가는 구독형 스트리밍 플랫폼의 수수료가 야속했던 적이 있을 것이다. 유난히 잔고가 아슬아슬했다면 이렇게 푸념했을지도 모르겠다. ‘대체 달에 한 번씩 지갑을 털어가는 시스템은 누가 만들었지?’ 영화 스트리밍 플랫폼의 시초 격인 넷플릭스가 오프라인 비디오 대여점에서 시작했다는 점을 떠올려 보자. 오늘날 우리가 이용하는 콘텐츠 스트리밍 플랫폼은 이른바 ‘대여 문화’에 기원을 두고 있다. 책 <18세기의 세책사>는 콘텐츠 대여 문화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세책’의 역사를 다룬 책이다.
 
세책과 소설의 연결고리
책은 세책의 뜻에서부터 시작한다. 세책이란 비용을 지불하고 책을 빌려 보는 것이다. 인쇄 기술이 발달하지 않아 책이 비쌌던 시절에 발달했고, 이후 쇠퇴한 문화이다. 간단한 용어 설명 뒤에는 대륙별 주요 국가의 세책 문화가 이어진다. 전반적으로 무난한 구성이지만, 목차를 자세히 보면 사실 튀는 부분이 하나 있다. 국가별 세책사를 설명하기 전에 뜬금없이 ‘소설의 탄생 과정’을 배치한 것이다. 이에 대한 답은 국가별 세책 문화의 공통점에서 찾을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세책점이 발달한 곳에선 다른 무엇보다 소설, 특히 대중소설이 활발히 유통되었다는 점이 그것이다.
 
콘텐츠 대여의 시작, 세책
세책 문화와 소설 간의 밀접한 연관성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당시 세책점의 책은 대여 기간이 짧았고, 이에 따라 물량의 회전이 아주 빨랐다. 따라서 세책업자는 주요 수요자의 연령과 성별을 고려해 잘 나갈 것 같은 대중소설을 구비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대중소설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세책 문화는 대중소설의 발전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여기서 주목할 건 당시 세책점의 책이 소유가 아닌 대여의 방식으로 소비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오늘날 사람들이 스트리밍 플랫폼의 구독료를 내고 일정 기간만 이용하는 방식과 닮았다.
 
역사학자 에드워드 카는 역사를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생각해 보자. 과거 세책점에서 출발해 오늘날 스트리밍 플랫폼까지 명맥을 이어 온 대여 문화의 기저엔 인간의 어떤 욕망이 자리 잡고 있을까? 그렇다면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이야기를 소비하게 될까? 이제는 <18세기의 세책사>가 우리에게 던진 이 질문들의 답을 고민해 봐야 할 때다.

페스트 (1957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알베르 까뮈의 <페스트> 는 전염병이 창궐한 도시 오랑을 배경으로 이에 대처하는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작품은 이를 통해 인간이 고난 속에서 어떻게 세상과 마주하는지를 보여 준다. 그중에서도 리유라는 인물은 작품의 주제를 더욱 깊이 있게 드러낸다.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리유를 통해 까뮈는 고난 속에서 볼 수 있는 인간의 본성과 희망을 이야기한다.

 

리유는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노력하고, 페스트라는 전염병으로 인해 혼란한 상황 속에서 의사로서의 의무를 다한다. 여기서 인상깊은 점은 리유가 의사로서의 의무를 다하는 것을 넘어, 인간으로서의 연민을 잃지 않는다는 것이다. 리유는 환자와 가족들의 고통을 이해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느낀다. 리유는 나는 내 일을 할 뿐이라는 말로 자신의 태도를 표현하지만, 은 단순한 직업적 수행이 아니라 고통 속에서도 인간성을 지키고자 하는 숭고한 노력으로 보인다. 연민이라는 감정은 리유의 인간성을 드러내고, 이는 내가 그와 함께 고뇌할 수 있도록 돕는다.

 

리유의 아내는 오랑이라는 봉쇄된 도시 밖에서 병을 앓고 있는데, 그럼에도 리유는 아내와의 재회를 포기한 뒤, 오랑시에 남아 환자들을 돌보는 것을 택한다. 이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오랑시를 탈출하려는 랑베르의 행동과는 상반된다. 하지만 랑베르와 리유의 대화에서 오히려 리유는 사랑을 찾아 떠나는 랑베르를 응원한다. 페스트라는 재앙 속에서도 자신의 임무를 다하는 그의 모습에서 성실함과 의무를 다하는 것의 의미와 중요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리유의 이러한 행동은 카뮈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연결되어 있다. 때로는 피할 수 없는 고난을 만나더라도, 그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것이 가장 인간적이 태도임을 보여 준다. 리유의 인간적인 고뇌와 그럼에도 나오는 성실한 선택은 나에게 배울 점을 주었고, 부조리함 속에서도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해 주었다.

 

리유의 이야기를 통해 깨달은 것은 부조리 속에서도, 의미를 찾으려는 노력이 가치를 느끼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인간은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하지만, 삶은 명확한 답을 내려주지 않는다.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고, 함께 연대하며, 자신의 최선 속에서 삶의 의미는 비로소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