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보라 (눈보라 휘몰아치는 밤, 뒤바뀐 사랑의 운명)
모순 (양귀자 장편소설)
찬란한 멸종 (거꾸로 읽는 유쾌한 지구의 역사)
비밀의 언어(The Code Book) (암호의 역사와 과학)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1 (한 권으로 현실 세계를 통달하는 지식 여행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책을 통해 나는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비유적 표현이 깊이 와 닿았다. 이 말은 단순히 우리가 ‘어류’라는 카테고리로 모든 물고기를 이해하려는 시도가 얼마나 제한적이고 불완전한지에 대한 비판이라 느껴졌다. 세상과 자연을 지나치게 단순화하거나 범주화하려는 시도가 결국 다양한 관점을 놓치게 만든다는 점에서,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얼마나 편협한 시각으로 세상을 보았는지 깨닫게 되었다. 우리는 세상을 이해하려는 본능적인 욕구에 의해 많은 것을 분류하지만, 그 분류가 오히려 그 자체로 세상을 왜곡하는 일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책의 주인공인 데이비드는 평생 동안 자연의 질서를 확립하려 애썼다. 그는 생물의 표본을 수집하고, 그 표본들을 체계적으로 분류하는 작업을 통해 자연에 존재하는 질서를 밝히려 했고, 이를 통해 많은 업적을 이루었다. 그러나 그의 이런 작업은 시간이 지나면서 과도한 집착으로 변질되었고, 결국 그는 편협한 믿음에 갇히게 되었다. 그는 생물들을 분류할 때 특정한 기준을 세웠고, 이 기준은 종종 인간의 신념과 편의에 맞게 재편성되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생물들 사이에 존재하는 ‘우월함’과 ‘하등함’을 정의하려 했고, 이는 우생학이라는 위험한 사상으로 이어졌다. 그는 세상의 혼돈을 이해하기 위해 질서를 세우려 했지만, 그 과정에서 중요한 것을 놓쳤다. 생물마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법을 가지고 있으며, 그 어떤 것도 절대적인 우열을 가릴 수 없다는 점을 간과했다.
이 점에서 다윈의 진화론은 데이비드의 사고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다윈은 생명체가 고정된 계층이나 범주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적응하는 존재라는 점을 강조했다. 진화론은 생명체의 다양성을 인정하며, 우열을 가릴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다윈은 우리가 생명체를 단순히 우월하거나 하등한 존재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생존하는 다양한 방식들을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데이비드가 세운 질서가 갖고 있는 한계를 부각시키는 중요한 대목이다. 데이비드는 ‘편리한’ 범주를 만들고, 그것을 ‘신성한’ 진리로 여겼지만, 진화론은 우리가 고수하는 고정관념에 의존하지 말고, 다양한 관점과 변화하는 패턴을 수용해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책의 끝에서 제시하는 ‘어류를 놓는다’는 개념은 나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 말은 결국 자신이 가진 틀을 벗어던지고, 세상을 더 넓고 유연하게 바라보려는 태도를 갖추라는 것이다. 사람마다 입장과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이들은 이 개념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겠지만, 또 어떤 이들은 그 틀을 벗어버리기 어려울 것이다. 작가의 아버지와 언니의 차이는 바로 이 점에서 달랐다. 아버지는 자신이 고수한 사다리를 내려놓지 못했지만, 언니는 그 사다리를 놓고 세상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려 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나 또한 그런 유연함을 갖추고, 세상을 좀 더 넓은 시야로 보고자 다짐했다.
이 책은 단순한 과학적 이야기 이상의 것을 제공한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단순히 자연의 법칙이나 과학적 사실에 대한 탐구를 넘어서,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정의하고 이해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며, 앞으로도 세상을 더 넓은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18세기의 세책사 (소설 읽기의 시작과 유행)
페스트 (1957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알베르 까뮈의 <페스트> 는 전염병이 창궐한 도시 오랑을 배경으로 이에 대처하는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작품은 이를 통해 인간이 고난 속에서 어떻게 세상과 마주하는지를 보여 준다. 그중에서도 리유라는 인물은 작품의 주제를 더욱 깊이 있게 드러낸다.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리유를 통해 까뮈는 고난 속에서 볼 수 있는 인간의 본성과 희망을 이야기한다.
리유는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노력하고, 페스트라는 전염병으로 인해 혼란한 상황 속에서 의사로서의 의무를 다한다. 여기서 인상깊은 점은 리유가 의사로서의 의무를 다하는 것을 넘어, 인간으로서의 연민을 잃지 않는다는 것이다. 리유는 환자와 가족들의 고통을 이해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느낀다. 리유는 “나는 내 일을 할 뿐“이라는 말로 자신의 태도를 표현하지만, 그 ‘일‘은 단순한 직업적 수행이 아니라 고통 속에서도 인간성을 지키고자 하는 숭고한 노력으로 보인다. 연민이라는 감정은 리유의 인간성을 드러내고, 이는 내가 그와 함께 고뇌할 수 있도록 돕는다.
리유의 아내는 오랑이라는 봉쇄된 도시 밖에서 병을 앓고 있는데, 그럼에도 리유는 아내와의 재회를 포기한 뒤, 오랑시에 남아 환자들을 돌보는 것을 택한다. 이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오랑시를 탈출하려는 랑베르의 행동과는 상반된다. 하지만 랑베르와 리유의 대화에서 오히려 리유는 사랑을 찾아 떠나는 랑베르를 응원한다. 페스트라는 재앙 속에서도 자신의 임무를 다하는 그의 모습에서 성실함과 의무를 다하는 것의 의미와 중요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리유의 이러한 행동은 카뮈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연결되어 있다. 때로는 피할 수 없는 고난을 만나더라도, 그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것이 가장 인간적이 태도임을 보여 준다. 리유의 인간적인 고뇌와 그럼에도 나오는 성실한 선택은 나에게 배울 점을 주었고, 부조리함 속에서도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해 주었다.
리유의 이야기를 통해 깨달은 것은 부조리 속에서도, 의미를 찾으려는 노력이 가치를 느끼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인간은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하지만, 삶은 명확한 답을 내려주지 않는다.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고, 함께 연대하며, 자신의 최선 속에서 삶의 의미는 비로소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