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으로 그리는 컴퓨터과학 로드맵 (알고리즘, 데이터 구조, 데이터베이스, 컴퓨터 구조, 프로그래밍 원리)
코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숨어 있는 언어)
메타버스 (디지털 지구, 뜨는 것들의 세상)
부자는 매일 아침 경제기사를 읽는다
나는 애플로 출근한다 (대한민국 흔남의 좌충우돌 미래 개척 분투기)
일은 배신하지 않는다 (고졸 PC방 알바가 포트폴리오 하나로 구글의 입사 제안을 받기까지)
호모 데우스 (미래의 역사)
팩트풀니스 (우리가 세상을 오해하는 10가지 이유와 세상이 생각보다 괜찮은 이유)
실존주의자로 사는 법
내가 실존주의 철학을 알게 된 계기는 상당히 우연스럽다.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다가 사르트르의 <문학이란 무엇인가>를 보고, 문학에 대해 알고 싶은 마음에 대출해서 읽어봤다. 그러나 내가 생각했던 문학에 대한 책이 아니었고, ‘이 사람은 대체 뭐하는 사람인가’하는 생각만이 남았다. 궁금해서 사르트르에 대해 조금 찾아보니, 실존주의 철학을 처음 제시한(‘실존주의’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사용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렇게 점점 실존주의에 빠지게 되었고, 실존주의 입문서라고 할 수 있는 게리 콕스의 <실존주의자로 사는 법>을 읽었다.
정말 흥미롭게도, 우연히 알게 된 이 사상이 내가 골몰하던 문제에 대한 것이었다. 그것은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나는 어째서 존재하는가?’등의 문제이다. 하나의 예시로, ‘죽으면 모든 것들이 무(無)로 돌아가는데, 굳이 열심히 해야 하나’같은 생각들을 많이 했다. 사르트르는 인간의 본질에 대해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라고 주장한다. 인간은 이미 존재하고 본질이 후행하는데, 이 본질이 결정되어 있지 않다고 한다. 한 마디로, 인간의 고정된 본질(목적)은 없다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 덕분에, 우리는 ‘자유로운 존재’가 된다. 이 자유는 사실상 ‘책임’을 의미한다. 우리는 자유에 따라 항상 선택을 하게 되고, 모든 선택에는 책임이 따르기 때문에, 자유와 책임은 비례한다. 선택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선택을 하지 않을 선택을 한 것이기에, 이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 자유가 인간의 삶이 지니는 가치 중 하나인 것이다.
이 책에서 제시된 주요 개념으로 진정성과 자기기만을 꼽을 수 있다. 진정성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자기기만은 비진정성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는데, 스스로를 속이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자기기만의 범위는 굉장히 넓다. 가령, 자신의 시험 점수가 낮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도 자기기만이 될 수 있다. 결과를 인정함으로써 이 문제에 대해 벗어나려고 한다면 말이다. 자신의 점수를 인정하고, 태만했던 과거를 돌아보며 노력하는 것이 책임을 지는, 진정성 있는 자세이기 때문이다. 더 노력하는 것이 어째서 책임을 지는 것이냐고 반박할 수 있다. 앞 문단에서 이야기했듯이 시험을 보는 것에 대해 개인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따라서 시험을 보기로 선택했다면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진지하게 시험에 임하지 않을 생각이었다면 애초에 안 볼 자유가 있었던 것이다.
실존주의자는 진정성을 갖고 삶을 살아야 하며, 자기기만을 피해야 한다. 앞 문단에서 우리는 자유로운 존재이고, 이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자유와 책임을 있는 그대로 직면하는 것, 현실의 문제를 회피하지 않는 것이 진정성을 얻을 수 있는 가장 간단한 길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자유로움에 대해 자신을 기만하지 않고 진정하게 대하는 것’ 이것이 실존주의라고 느꼈다.
실존주의에 대해 공부하기 전에 읽으면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실존주의의 발생, 실존주의 사상가들, 사상의 주요 개념들을 쉽게, 예시를 들어 잘 설명해준다. 텍스트도 난해하지 않고 적당하게 구어체로 쓰여 있어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을 읽고, 철학도 읽을 만 하구나! 해서 <역사를 읽는 방법>이라는 해석학 책을 읽고 있는데, 철학 공부는 역시 쉽지 않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낄 정도였다.
또한 사르트르를 중심으로 실존주의를 살피지만, 니체와 하이데거 등 다른 실존주의 철학자들의 이야기도 곳곳에 존재하기 때문에, 실존주의 전반에 대해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읽다가 자신이 끌리는 철학자가 있으면, 그 사람의 사상을 더 공부하면 된다. 나는 하이데거의 사상이 끌렸다. 하이데거의 진정성은 ‘죽음을 향한 존재’인데, 평소에도 죽음과 연관 지어 삶의 의미를 생각해보려고 노력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그의 철학은 어렵기로 소문나서 나중에 공부할 생각이다…).
실존주의를 공부함으로써, 삶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 지 알 수 있었다. 물론 이제 입문단계이지만. 인생을 살아가면서 많은 정신적 문제들을 마주하게 될 텐데, 이 때 실존적 사고를 하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질투, 슬픔, 사랑 등 많은 고난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텐데, 실존적으로 마주하여, 오직 나에게 극복할 자유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능동적으로 문제를 해결해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마 이러한 각성의 요소가 실존주의 상담(실존철학으로 상담을 해주는 것)이 가지고 있는 의의인 것 같다. 앞으로도 내 자유를 인지하며, 죽음을 향해 존재하며,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아가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