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이 사랑받는 이유가 무엇일까? 나는 ‘시대를 관통하는 보편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고전에는 사람들이 한 번쯤은 겪어 봤을 일과 감정들이 녹아있다. 이러한 보편적 정서를 고대, 근대 등 다른 시대의 이야기로 들으니 재미가 없을 수 있겠는가. 내가 읽은 <마음>이 특히 이런 점에서 재미있었다. 친구에 대한 경외, 사랑의 삼각관계, 신념의 문제들이 근대화가 이루어지던 시기를 배경으로 나타난다. 아직 관습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던 것이다. 그래서 ‘오늘날에 비슷한 사건이 발생하면 어떻게 될까? 아무도 죽지 않고 잘 살았을까?’ 라는 상상을 하며 확장해서 읽을 수 있었다.
주제는 역시 ‘마음’이다. 제목이 <마음>인 만큼, 인물의 심리에 집중하며 읽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책의 핵심이라고 생각한 부분은 3장 ‘선생님과 유서’이다. 이 장에서는 젊은 시절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친구에 대한 경외, 그 친구와 선생님 그리고 그 둘이 사랑하는 여자와의 삼각관계가 주된 내용이다. 1장과 2장에서도 마음에 대한 묘사는 훌륭하지만, 3장이 가장 좋다고 느꼈다.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노력과 나의 마음을 표현하려는 노력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수적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모두 서로 다른 배경, 생각, 가치를 가지고 삶을 살아간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생각을 표출하고, 상대의 생각을 이해하지 않으면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또 다른 테마는 모순적인 인간 본성에 대한 것이다. 선생님은 어린 시절, 숙부에게 재산의 대부분을 횡령당해, 인간에 대한 의심을 가슴 깊이 품고 살아간다. 하지만 그러한 선생님도, 결국 자신의 친한 친구를 간접적으로 살해한 악한 인간이었다. 이 대목에서 인간 본성이 모순적이라는 사실이 극명히 드러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에 대해 착각하며 살기 마련이다. 타인에게 염증을 느끼면서도, 스스로는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항상 남에게는 각박하면서 자신에게는 관대한, 자기기만을 일삼으며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마음>에서 제시하는 방법은 진정성,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태도, 죄의식이다. 진정성이라는 것은 자신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는 것이다. 선생님은 소심한 성격 때문에, 자신의 마음에 대해 우유부단한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 사실상 그 우유부단함이 선생님을 파멸로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래를 걱정하면서도 앞날에 대한 조처는 취하지 않았다.” “털어놓을까 하다가도 그만두는 게 좋겠다는 마음의 동요가 나를 고통스럽게 하였다.”라는 구절에서 잘 알 수 있다. 실제로 나도 한 소심함 하는데, 털어놓을까 고민할 때 그냥 털어놓아버리면 마음이 훨씬 편해지는 것을 느꼈다.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태도 또한 모순을 해결하는 데 중요하다고 본다. 소설의 배경이 개화기인 만큼, 지금처럼 이성과의 교제가 자유롭지 못했고, 인물들이 자신을 표현하는 데 어색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만약 이 소설이 현대를 배경으로 쓰였다면, 서로의 마음을 확실하게 이야기해서 선생과 k 모두 자살하는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죄의식은 자신을 성찰하는 좋은 도구가 된다. 이는 행동에 대해 성찰할 기회를 준다. 자신의 죄를 인식함으로써 자신을 반성하고, 앞으로의 행동을 신중히 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소설의 선생님처럼, 자신을 죽음에 이르게 할 만큼의 죄의식을 갖는 것은 피해야 할 것이다.
책을 읽는 동안 단 한 번의 지루함도 느끼지 못했다. 아마 내가 좋아하는, 인물의 감정이 잘 묘사된 소설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의 의미는 ‘마음에 대한 진정성’ 정도로 압축할 수 있겠다. 이 책을 읽고 소세키에 대해 조금 알아보다가, 동양 근대 문학의 대표로, 일본은 소세키, 중국은 루쉰, 한국은 염상섭이나 이광수를 꼽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다음에는 루쉰이나 염상섭 혹은 이광수의 작품을 한번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