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는 모두가 꼭 읽어 봤으면 하는 책이다. 이 책은 일반적인 과학 교양서가 아니다. 양질의 지식을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류의 미래를 위한 비전을 제시한다. 칼 세이건이 이러한 비전을 제시하는 이유는, 인간이 지식 문명을 자멸시킨 경험이 고대에도 있었기 때문이다. 지식 문명이 사라졌던 시기를 암흑시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오늘날 한번 더 전쟁 등의 이유로 문명이 파괴된다면, 복구하지 못할 정도로 손상될 것이다. 우리는 인류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인류사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에 살고 있는 것이다. 700페이지가 넘는 이 두꺼운 책은, 과학뿐만 아니라 풍부한 인문학 지식도 담고 있다. 이미 고전의 반열에 오른 책이며, 교양서로서 매우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방대한 분량에도 구성이 잘 짜여 있어 부드럽게 읽을 수 있었다. 이제 이 책을 읽고 좋았던 점 몇 가지를 꼽아보겠다.
우선 , 책이 읽기 편하다는 점이다. 이 책은 다큐멘터리를 책으로 옮긴 것이다. 즉, 일반 대중을 독자로 설정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과학 지식이 없는 나도 충분히 저자의 논의를 따라갈 수 있었다. 또한 문체가 문학적이고 구어적이라는 점이 읽기 편하게 해준다. 글이 철학서 처럼 딱딱하지 않고 유려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앤 드루얀을 위하여, 공간의 광막함과 시간의 영겁에서 행성 하나와 찰나의 순간을 앤과 공유할 수 있었음은 나에게는 하나의 기쁨이었다.”가 있다. 내가 지금까지 읽어 본 학술 서적들은 대부분 불친절했는데, 이 책은 아니었다. 이러한 점 덕분에, 마치 소설을 읽는 것처럼 몰입하며 즐길 수 있었다. 나는 이 책을 읽은 후 “비문학도 이렇게 재미있게 쓸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훗날 나의 경험과 지식을 세이건 처럼 써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과학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이라도 충분히 읽을 수 있으니 꼭 도전해봤으면 좋겠다.
우주적 관점에서, 인간이 어떤 위치에 존재하며 어떤 의미를 갖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인류는 오랜 시간 동안 지구를 중심으로 세계를 이해했다. 그 생각이 깨진 이후에도 사람은 자신을 중심으로 세상을 이해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현상은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인간이 지구를 지배하고 있고, 지구 밖의 세계에 대한 지식은 한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나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인간 중심의 사고를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끝이 존재하지 않는 우주에서, 우리는 찰나에 머물다가 사라지는 존재일 뿐이다. 우주의 관점으로 보면 우리는 너무나도 작은 존재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인간과 지구’는 우주에서 유일무이한 존재다. 우주를 샅샅히 뒤져봐도 우리 인간과 같은 생명체는 찾아볼 수 없을 것이며, 지구와 유사하게 생긴 행성을 찾는 것도 힘들 것이다. 즉, 우주에서 인간은 작지만 소중한 존재라는 것이다.
서론에서, 우리는 문명을 보존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살고 있다고 언급했다. 어떻게 보존할 수 있을까? 칼 세이건은 우리가 지구공동체를 이루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존의 국가 단위 공동체에서 벗어나, 행성 단위로 모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자멸(핵전쟁 등)의 위기에서 벗어나야만 다음 단계의 문명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한다. 나는 이 말에 매우 동의한다. 핵전쟁이 일어난다면 인류의 역사, 지구의 역사는 전부 소멸할 것이기 때문이다. 운 좋게 일부가 살아남았다고 해도, 지금까지의 지구와 인간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지구공동체를 이룬다는 것은 끔찍하게 어려운 일이다. 현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북한, 이외의 분쟁들을 생각하면 평화는 그저 막연한 꿈만 같다. 공동체를 이루는 과정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희생될 것이다. 그러나 언젠가는 이루어내야할 과제이기도 하다. 나는 이것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난다면, 평화도 점차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는 인류의 운명에 대해 인식하고 책임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이 책은 몇 번이고 다시 읽을 것 같다. 마음 같아서는 5번 넘게 반복해서 읽어보고 싶지만, 분량이 묵직한 나머지 용기가 나지 않는다. 이 책이 양서를 넘어서 고전인 것은 확실하다고 느꼈다. 나의 생각이 크게 바뀌는 데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다. 또한 생명의 공허함과 불확실성에서 갈피를 잡을 수 있도록 도와준 책이다. 나는 과학을 몰라서 연구를 할 수는 없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여, 어떤 방식으로든 문명의 발전과 보존에 힘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