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된 모든 독서 포트폴리오에 스포있음.
코바야시 야스미의 책 앨리스 죽이기. 이름에서 볼 수 있듯이 일본작가의 책인데, 일본이 아닌 해외에서도 특정 무언가를 죽인다는 내용의 책들이 꽤 존재한다. 종결어미로서 ‘~죽이기’ 라는 제목의 책들은 그런 암묵적인 즐거움이 책안에 있다. 비슷한 종류의 책들을 어쩌다가 접하게 됐다고 말하면 좀 그럴 수도 있지만 이러한 제목에 끌렸다고 답해야겠지, 싶다.
표지를 보고 짐작컨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는 작품을 해당 책의 기반으로 쓰고 있을 것임을 알 수 있다. 다만, 중앙의 밧줄. 흔히들 스스로 죽음을 택할 때 쓰는 그런 밧줄은 환상의 세계인 ‘이상한 나라’와는 분명히 대조되는 괴리감을 선보인다. 제목뿐만 아니라 표지도 분명 책을 고르는 데 있어서는 나름의 몫을 하는 듯 하다.
책장을 열면 원작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앨리스와 도마뱀 빌이 얘기를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그 세계에서는 사건이 일어난다. 험프티 덤프티라는 캐릭터가 높은 곳에서 발을 헛디뎌 죽는다. 정확히는 사람이 아니라 살인사건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지만, 살인사건이 맞는데 그 이유는 나중에 나온다.
앨리스, 단칸방에서 기르는 햄스터와 함께 사는 대학생. 구리스가와 아리는 잠에서 깨어나 매번 꾸는 이상한 나라의 꿈을 탐탁치않아한다. 그도 그럴게, 너무 선명하다고 작중에 묘사된다. 곧, 지구에서의 아리는 대학교수인 오지다마오의 죽음, 추락사를 목격한다.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음을 느끼고 있는 찰나에, 자신에게 접근한 이모리 겐이라는 이름의 남성. 꿈에서 아리에게 말한 암호를 건네는데,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그것을 받아들인다. 그 이후 다시 이상한 나라로 빠지고 만다.
그런 식으로 이모리 겐과 아리는 이상한 나라에 있는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지구와 연결되어있고, 이상한 나라에서 ‘특정’한 이유로 죽게되면 지구에서의 인간도 죽게된다는 것을 알아낸다. 그것도 그 ‘특정’한 방식으로 비슷하게 죽는다. 이런 현상을 ‘아바타’로 칭했다. 예로, 두번째 사망자인 그리핀은 굴을 먹다 질식사했고, 그의 아바타인 시노자키는 원인불명의 식중독으로 사망했다.
(…)
이후 아리의 주변사람들은 서서히 죽어갔고, 결국 흑막을 밝혀내던 도중 이모리 겐(빌)은 벤더스내치에게 사지가찣겨죽고 현실에서는 취중 광견에게 얼굴이 뜯겨나가 죽는다. 결국, 마지막에서 앨리스는 ‘붉은 왕’, 잠자고 있는 세계의 주인을 발견해냈지만, 흑막인 메리 앤에게 당해, 수갑에 채워진채 몸이 거대화하며 잘려나가 죽는다. 구리스가와 아리는 그렇게 죽는 줄로만 알았다.
작 중에는 앨리스의 포켓주머니에서 있고, 말이 없는 겨울잠쥐라는 캐릭터가 있는데, 사실은 그 잠쥐가 아리였다. 집에 사는 햄스터가 앨리스였다. 실제로, 앨리스 세계에서는 지구에서의 존재나 지능과는 전혀 무관하게 매치되기 때문이라는 설정으로 인해 가능한 장치같다. 결국 흑막인 메리 앤을 죽임으로인해 마무리 되는 듯 했다. 그러나, 메리 앤은 이상한 나라와 지구를 오가며 너무나도 많은 모순을 만들어내버려 잠자고 있는 붉은 왕이 깨어나버려 세계는 무너진다. 그 세계는 이상한 나라가 아니라 지구라는 점이 큰 반전 포인트였던 것 같다. 이상한 나라에서의 캐릭터들은 잠을 자면, ‘지구’라는 배경의 꿈 세계로 간다. 작중에서도 지구에서는 캐릭터들이 먼저 사망하지 않았다.
결국, 무너지는 세계를 보면서 아리는 앨리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며 마무리된다.
조금은 찜찜할 수도 있는 우주적공포 장르의 결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원작을 보지 않았다면 의아해할 수 있는 캐릭터들도 있고, 그런 캐릭터들의 시답잖은 농담들이 지루할 가능성이 있지만 추리를 좋아한다면 충분히 읽어봐야할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무엇보다 여기엔 표현하지 못했지만 작품 내에 나오는 여러 복선들과 장치들 그 이어짐은 상당히 잘 짜여져 있고, 그 생각으로도 예상하지 못한 결말이 역시 인상깊게 남았다. 책을 다보고 마지막 부분만 한 번더 봤을 정도로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