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이도우 장편소설)

  나는 온라인으로 ‘저자와의 만남’ 행사 참여를 통해 이도우 작가님과 책을 접한 것 같다. 나는 막 입학한 신입생 새내기였기 때문에, 노는 것이나 집에서 뒹굴거리는 삶만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행사를 통해서 나의 생활 패턴이나 생각하는 방식에 변화를 가져다줬다. 나는  미대입시를 하면서 나의 자존감과 자신감은 매우 낮았다. 대학에 합격했지만 자신감과 자존감은 계속해서 낮은 상태였다. 그래서 나는 무슨 일이나 선택을 할 때마다 어떤 것에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책에 나오는 ‘해원’과 다르게 사람에게 계속 기대고, 타인의 말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었다. 반면에, 상처를 받거나 심각한 상황들이 나에게 들이닥쳤을 때에는 다른 이들은 공감해주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스스로 자책하며 혼자 이겨내려고 했다. 나는 이런 나의 행동과 사고방식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되었고 나는 도대체 누구이고 무엇을 위해 살고 목표가 무엇인지에 대해 고뇌했다. 그러한 상황에서 이번 행사를 통해 이도우 작가님의 말씀을 들으며 나의 의문을 풀 실마리를 발견하게 된 것 같다.
   이도우 작가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다음에 만나야지, 날이 풀리면, 날이 좋아지면, 그때 얼굴 한번 보자” 나 “요즘은 코로나 19 끝나면 만나서 밥 먹자.” 등의 말로만 끝나는 순간들에 대해 말하셨다. 그러한 말을 건네고 끝나는 것이 아닌 날씨가 흐려도, 좋지 않아도 그 사람들에게 용기내어 손을 내밀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하셨다. 책에 내용도 그러한 따뜻한 이야기를 다룬 내용이었다. 이도우 작가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나는 정말 다른 지인이나 친구들에게 그런 말을 건네고 만나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나에게는 누군가에게 손내밀어줄 용기가 많이 부족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작가님의 말씀을 통해서 나는 남의 선택에 좌지우지되거나 막연한 생각으로 계속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이 들이닥치기 전에 먼저 시도해보고 경험하는 것을 통해 나 자신이 성장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제 예전의 나는 없고 지금의 나는 실패하더라고 계속 무언가를 도전해보고자 하는 실행력이 생겼고 나의 선택을 믿기로 했다. 저자와의 만남을 통해 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고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많은 용기가 필요하고 많은 실패가 있어야 삶의 지혜가 생긴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었다.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이도우 장편소설)

저번 학술정보관에서 진행된 저자와의 만남에서 이도우 작가님의 강연과 만남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이전부터 쓰셨던 책들을 읽고 좋아하던 독자로서 너무 기대되고 기다려지는 강연이였습니다.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이도우 장편소설)

작가님의 작품을 처음 접하게 된 건 이 소설이 아닌 다른 소설이었지만 술술 읽히고 담백하고도 자연스러운 글에 바로 이어서 이 작품을 읽게 되었다.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건 작품 전체를 감싸고 있는 따스함이었다. 무겁지 않은 분위기에서 선한 주인공들의 주고받는 대화가 소소하고 잔잔하게 물들었던 것 같다. 보통 좋은 작품은 여러번 읽게 되는데, 이 작품이 그러했다. 나는 주로 소설 안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분위기나 그 작품만이 가지고 있는 전체적인 의미들을 찾아가는 것을 좋아하는데 편안하게 스며드는 글과 문체가 참 좋았다. 또 책을 읽고 난 후 일상 속에서 소설에 나오는 날씨, 분위기 등 많은 장면을 계속 생각나게 한 좋은 작품이어서 이러한 글을 쓰는 사람은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었다. 우연히 학교에서 저자와의 만남을 주최하는 것을 보고 참여하게 되었는데, 비록 비대면이라 많이 아쉬웠지만 작가님의 진솔한 이야기와 소설에 얽힌 다양한 스토리 등을 들을 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다. 또 생각보다 굉장히 즐겁게 강연을 이끄시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글 뿐만이 아니라 이렇게 비대면인 만남에도 불구하고 작가님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게 만드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본인도 다른 사람들과 별반 다름없는 평범한 그저 글을 쓰는 사람일 뿐이라고 하셨지만 글에서도 물론이고 강연에서도 그 사람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 이끌어내고자 하는 분위기가 잘 느껴져 신기한 경험이었다. 독서는 삶에 있어 떼어놓을 수 없는 것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좋은 글에는 가장 중요한 스토리, 또 이야기를 풀어내는 문체  등 여러 요소들이 포함되어 잘 어울릴 때가 물론 중요하지만 그 모든 것이 독자의 취향에 맞을 때 가장 시너지가 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님의 글은 여러 연령층을 아우르는 따뜻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좋은 글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작가님의 강연에 참여하게 되어 좋은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이렇게 좋은 만남 등을 가질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많이 나오길 바라며 후기를 마친다.

소년이 온다 (한강 장편소설)

책을 읽고 나서 바로 느낀 감정은 짙은 슬픔과 분노였다. 특히나 책을 다 읽고 난 때가 5월이어서 더 그랬다고 생각한다.
책에는 챕터마다 각기 다른 인물들이 이야기를 진행해간다. 다들 가슴아픈 이야기들을 하고 있지만 난 특히 첫 번째 챕터(‘어린새’)의 주인공인 동호가 기억에 남았다. 처음엔 시점이 독특하면서도 굉장히 낯설에 다가와서 집중이 되지 않았었지만,  동호가 정말 찾고자 하는 친구 정대와의 기억들을 떠올리면서부터 이입하면서 보았다.
시위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던 동호가 제발로 상무관을 찾은 이유는 친구 정대의 시신이라도 보고 싶은 마음과, 죽어가는 정대를 뒤로하고 도망갔던 과거의 자신의 모습에 대한 죄책감때문이다. 상무관에서 의도치 않게 일을 돕게 되면서부터 동호의 혼란스러운 마음이 조금씩 정리된다.
“그 때 쓰러진 게 정대가 아니라 이 여자였다 해도 너는 달아났을 거다. 형들이었다 해도, 아버지였다 해도, 엄마였다 해도 너는 달아났을 거다. (어린 새 45p)”
동호는 총구녕이 향했던 쪽이 친구 정대가 아니라 소중한 가족들이었을 상황에도 달아났을 것이라며 합리화하는 하는 한편, 본인이 공포 속에서 도망치기 바쁜 겁쟁이라고 생각한다.
“아무것도 용서하지 않을 거다. 나 자신까지도. (어린 새 45p)”
그리고 이 생각과 정대와 관련된 죄책감은 친구를 버리고 도망가버린 나 자신을 용서하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결과를 낳는다. 어쩌면 이 결론이 손녀딸의 시신을 찾으러온 노인을 보기 이전에 어머니가 집에 가자며 데리러 왔던 그 때 이미 결정됐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 부분에서 나는 만약 내가 동호였다면 어땠을까? 라는 의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았다. 우선 나라도 동호처럼 도망쳤을 것이다, 그 상황이 어린아이가 겪기에는 너무 끔찍하고 무서운 일이었을 테니. 친구를 찾아 상무관까지 간 것까지도 공감이 되었지만 그 다음의 행보는 그저 동호가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나라면 어머니가 데리러 왔을 때, 동호처럼 이따 가겠다며 돌려보내기 보단 순종적으로 알겠다며 어머니의 손을 잡고 바로 그 자리를 떠났을 것이고 비극적인 결말을 맞지도 않았을 것 같다.
책을 읽을 땐 내용이 너무나도 고통스러워서 힘들었는데 다 읽고 나니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살면서 한 번쯤 꼭 읽어봐야할 소설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 날의 고통은 절대 잊어선 안되는 일이기에. 매순간 기억하진 못하겠지만 적어도 5월만큼은 그 날의 기억을, 아픔을 생각할 것이다.

새의 선물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 15,은희경 장편소설)

이번 활동으로 책은 ‘새의 선물’을 읽었다. 교수님께서 지정해주신 책이였는데 생각보다 술술 읽혔다. 같이 활동하는 친구들과의 캐미도 좋았고, 성장 소설이다보니 읽으면서 나의 미숙했던 어린 시절도 생각이나 가끔은 부끄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다들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성장하는 구나 싶어 안심도 되었다. 또 각사 같은 내용을 읽고도 집중하는 부분이나 가치관이 다른 경우도 있어 서로의 의견을 들어 볼 수 있는 점도 좋았다. 멤버들과 공감되는 부분을 이야기하는 것도 재밌었다. 혼자 책을 읽을때보다 더 넓은 과점으로 독서를 할수 있는 점이 가장 좋았다. 
 이번 독서 클럽을 계기로 앞으로 독서를 많이 해야 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책에서 얻는 경험이 나와 완벽하게 부합되지 않더라도 결국 사람이 살면서 한번쯤은 느껴볼 감정이기에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고 그에 따라 내 마음에 미세하게 남아있던 상처들도 많이 회복이 되는 기분이다.

선량한 차별주의자

  모든 드라마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방영하는 드라마를 보면 요즘 사람들이 누구나 절대적으로 선하거나 악하지 않다는 사실을 진지하게 생각하기 싫어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뉴스에서 한 번 쯤 들어본 것 같은 절대적으로 틀린 악과 그에 대한 사이다의 청량함을 즐기는 내용은 거의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 사이에 인권의식에 대한 ‘유머’를 곁들이거나, 반대로 마치 나도 이런 이야기를 신경쓴다며 잘난 듯 언급하지만 실질적으로는 하나도 다루지 않는 기만 역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가볍게 농담처럼 말하는 것이 마치 ‘진지충’이 아니라 ‘쿨’ 하다는 듯 한 태도는 어쩌다 한두번 보기에는 괜찮을지 모르겠으나, 이를 자주 발견한 제게는 상당한 피로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런 글을 쓰면서도 자연스럽게 다는 ‘모든 드라마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라는 단서가 얼마나 방어적인지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방어적이며 완곡한 표현은 사람들의 웃음을 방해하기 미안한 사회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입니다. 적어도 게이가 여성으로 패싱되는 말투를 사용하며 좋아하는 내색을 한다고 역겨워하는 남성 캐릭터를 재미있는 요소라며 전면으로 보여줄 수 있는 세상에서는 그렇습니다.
  이 책에 대해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출간 당시 뜨거운 감자인 논란이 된 책 중 하나였다’ 라는 점입니다. 이 얇고 빠르게 읽히는 책이 인종, 성별, 성소수자 등 모든 차별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사실은 많은 이들에게 불편함을 선사했습니다. 출간 당시 이슈가 되었던 각종 사건들을 담고 있으며, 아직도 논란 속에 있는 차별금지법을 다루고 있기에, 한편으로는 학교에서 다루기 부담스럽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때문에, 이렇게까지 저를 방어적이게 만드는 이야기를 외면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무엇이 차별인가,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그리고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분야가 어디에 있는가?

  혐오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흔히 듣는 요즘 사회에 명확한 원칙을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하나에 집중해도 해소하기 어려운 문제를 다각도로 살피기란 불가능에 가까우며, 사람을 쉽게 지치게 합니다. 또한 방패와 거짓말은 차별을 강화한다 하더라도, 때로는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실질적인 행동 중 하나로 차별금지법을 지지하는 것이 좋은 방법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불어, 평소에 접할 수 있었던 ‘이건 좀 아닌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드는 주장들에 대한 단순하며 명료한 반박을 찾을 수 있었던 점도 만족스러웠습니다.

지식인의 옷장 (알고 입는 즐거움을 위한 패션 인문학)

패션에 관한 지식과 역사들을 책을 통해 알게 되어 좋았다
패션 수업을 듣는 것처럼 알찼고 잘 모르는. 패션용어나 역사에 대해 자세히 배울 수 있는 책이였다.
패션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나 의견도 알 수 있어 좋았던 책이였다. 패션에 대한 지식ㅇㅣ 궁금하다면 추천하는 책이다.

나를 사랑하는 연습

요즘 새로운 환경에 많이 노출되고 적응하는 만큼 나를 많이 잃어가고 신경을 써주지 않았는데 자기자신에 대해 알아가고 나와 상대방의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자신의 가치관을 성립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책이였습니다. 독서클럽을 수행해나가면서 책을 읽고 자신의 경험에 빗대어 인상깊은 부분을 말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별것 아니라고 느꼈던 그 시간들이 저의 힘든삶의 위로가 되어준것 같습니다. 그 중 인상 깊은 부분을 말하자면 p.93 사랑은 없는 여유와 시간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라는 부분이 가장 인상깊었습니다. 이제 고등학교에서 대학교로 올라가면 그냥 만나는게 아닌 시간을 내서 만나야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진짜 그것을 느끼게 되면서 좋아하는 친구와 만나는 시간이 더 소중하게 지냈는데 이 글의 내용이 최근에 느꼈던 감정과 비슷해서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그리고 한가지 더 쓰면 p.152 당신은 괜찮아지는 사람입니다. 라는 부분이 가장 좋았습니다.최근 몇 달 전에 알바를 해보고 싶어서 첫알바면접을 보고 알바를 시작했는데 즐겁게 시작한 일이였는데 너무 제 자신이 싫어지고 그 알바요일이 안오기만을 바라고 있었습니다.
처음이니깐 실수도 많이 하게 되고 그 실수로 긴장하게 되면서 더 많은 실수를 하게 되면서 안좋은 소리도 많이 듣고 시작하고 한달동안은 언제 짤리지 라는 생각이랑 같이 살았습니다. 딱 한달 지나고 나서부터 잘해야지보다 오늘도 그냥 하고오자라는 생각으로 버텄는데 실수도 안하고 다시 자신감이 올라오면서 삶도 괜찮아졌습니다. 
힘든 시간은 지나갔고 그 일이 아무렇지도 않는 일이 되어버린순간 책임감이 강하고 내가 꽤 괜찮은 사람이구나를 다시 한번 느끼고 알게 해주는 시간이였습니다.

지식인의 옷장 (알고 입는 즐거움을 위한 패션 인문학)

지식인의 옷장의 첫인상은 ‘지루해보인다’였다.
제목처럼 옛날 지식인들의 옷장 속 옷을 통해 그 시대 지식인들의 심리등을 파악해보는 그저 그런 패션 인문학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읽고 나니 패션을 거창하게 생각하는 이들에게 패션은 ~것이다 라고 쉽게 알려주는 저자의 노력이 보였다.
쉬우면서도 패션의 역사와 정의들은 단순하지 않았다.
읽던 당시 수강 중이던 강의에서도 패션의 1900~1990년대 역사에 대해 알아야 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step.03 패션은 물결이다’ 파트로 편하게 1950년대~2010년대의 패션을 이해할 수 있었다.
점퍼의 뜻이 여러 개인 점, 프레피룩과 스쿨룩의 차이 등 패션 전공으로써 평소 모르던 점, 대충 느낌만 아는 점 뿐 아니라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내용들 역시 색다르고 재미있게 풀어내주어 즐겁게 독서할 수 있었다.

새의 선물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 15,은희경 장편소설)

  언젠가 마음을 잡고 제대로 독파하겠다는 마음이 들게 한 책이다. 분명 지루할 것이라 짐작하게 만드는 표지와 분량이었으나 그건 책을 여간 읽지 않던 나의 속단이었다. 서사의 두드러지는 장면에서 나는 연신 감탄하는 소리를 냈다. ‘와 글이 너무 훌륭해!’ 라는 마음보다 화자 진희의 옆에서 또는 어깨 위에 앉아 사건에 집중하다보니 그렇게 되었다. 읽는 이로 하여금 그 만큼 집중하게 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와 너무 훌륭해!’를 대변하는 것일까.

 화자 진희는 여느 어린이처럼 천진하지 않은, 냉소적이고 건조한 시선으로 지붕아래 식구들을 바라보며 그들의 은밀한 내막을 전한다. 그 모습이 어른으로 등장하는 다른 인물들보다도 어른스러워 보이면서 어느 부분에서는 어쩔 수 없는 아이이다. 그런 진희의 모습이 참 매력적으로 다가왔지만, 어린 나이의 진희가 그런 태도를 지향하게 된 데에 스스로가 약점이라 부르는 것들을 감추려는 마음이 기반이 된 점이 안타깝기도 했다(진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개인적으로 멍청했던 스스로의 유년기와 그 때의 나를 미워하는 편이라 진희의 그런 면모가 부러웠다.

 그런 진희의 모습도 작가가 그린 인물이기에 그런 성정이겠지. 언젠가 만화에서 나름 못된 역의 인물에게 주인공이 조리 있는 말로 제압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코멘트 란은 와 주인공 정말 말 잘한다, 주인공 말 빨 최고.’와 같은 말들로 도배돼 있었다. 그 가운데 여러분, 말 빨이 쩌는 건 주인공이 아니라 작가님이에요.’를 보고 나는 탄복했다. 이야기를 담은 영상물이나 문학을 볼 때 아득한 기분을 종종 느끼는데 이 기분은 그 이후에도 이어져 몽롱하게 일상을 보내야만 했다. 그럴 때마다 그 코멘트를 떠올림으로 벗어날 수 있었다. 물론 내가 그 분위기를 즐기고 싶은 않은 경우에 해당한다.

 그렇듯 새의 선물을 읽다 두통이 오면 이것도 그저 작가가 쓴 글이다.’를 진통제 삼았다. 하지만 새의 선물은 그 안에 이입 되어 정신없는 상태에 이르게 되어도 나쁘지 않은 기분을 주었기에 그 코멘트는 자주 필요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