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의 이해

이 책은 우리가 ‘만화’라는 장르에 대해 깊이 있게 알게 해줌을 넘어 글과 그림을 통한 표현에 대한 시각을 넓혀주는 책이다. 만화의 역사와 표현 방법에 대한 연구 등 만화에 대한 이해부터 선과 색, 시간에 대한 표현 등 우리가 무심코 지나칠 현재로썬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과정들이 어떻게 탄생하고 적용되는지 알 수 있었다. 책 내용 또한 글로만 구성되지 않고 글과 그림으로 구성되어 있어 읽는데 부담이 적고, 만화에 대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단 점이 매력적이다. 단순히 글로만 구성된 책을 읽기 부담스러워 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1차원이 되고 싶어 (박상영 장편소설)

독서하는 내내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어떤 내용을 담고 있으며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자세히 알아보지 않고 처음에 책을 읽기 시작했다. 주인공이 윤도라는 친구의 책상에 발렌타인데이를 기념하는 초콜릿을 두고 가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글이 어떤 주제를 담고 있는지 몰랐기 때문에 당연히 주인공이 여자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며 뭔가 생각하던 것과 다르다는 것을 느꼈고, 마침내 주인공이 남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땐 내가 편견을 갖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남자를 좋아하는 사람은 당연히 여자일거라고 생각하는 편견을. 작가는 처음부터 모든 걸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독자들이 이러한 깨달음을 얻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던 걸까 싶었다. 

책의 내용이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뿐만 아니라 왜 주인공들은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는지, 2024년 지금이었더라도 똑같은 행동을 했을지 계속해서 생각하게 만든다. 2024년의 주인공들이었다면 조금 더 자유로운 사랑을 할 수 있었을까? 조금은 더 당당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커져갔다. 그들의 세상은 어떻게 이루어졌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책은 태리를 만나러 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열린 결말로 끝난다. 그들의 복잡한 관계가 단 한번의 만남으로 해결될까? 한번에 해결되진 않겠지만  몇 십년간 그날의 일에 묶여 상처를 안고 있던 주인공이 태리를 만나러 가는 장면을 통해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달과 6펜스

처음에 ‘달과 6펜스’라는 책의 제목을 보고 무슨 내용의 소설인지 감이 오질 않았고 그래서 책을 읽기 전에 더 관심이 갔고 빨리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고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뭔지, 책 제목인 ‘달’과 ‘6펜스’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등을 깊게 고민하고 생각해 볼 때 흥미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평소에 생각해 보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나의 삶이랑도 비교해 볼 수 있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마션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 앤디 위어 장편소설)

이 책을 처음 접하게 되었을 땐 단순히 소문만 듣고 지루한 과학 소설인줄 알았다. 하지만 읽으면서 생명을 저울질 해야하는 아레스팀 대장의 고뇌와 주인공에 대한 나사 국장의 양자택일 등 윤리적으로도 볼거리가 충분했고 화성의 지형과 우주여행에 대한 과학적 지식또한 새롭게 다가왔다. 즉 이소설은 사회과학적 상상력과 과학적 상상력을 조합하여 소설이라는 예술의 형태로 나타낸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20대라면 이러한 상상력을 위해 한 번쯤은 읽어볼만 하다고 생각한다.

브로콜리 펀치 (이유리 소설집)

브로콜리 펀치라는 책을 처음 접했을 때는 읽기 귀찮기도 하고 프로그램 진행을 위해서 억지로 읽은 감이 있었다. 그러나 점차 책을 집중해서 읽다보니 이유리 작가님의 어휘력과 마음을 글로 표현해내는 능력에 감탄을 자아내게 되었다. 또 책 속 각각의 이야기가 판타지스러운 이상적인 모습과 현실에서 실제로 일어날 법한 현실성을 둘 다 가지고 있어 읽으면서도 재미가 있었다. 각 이야기들마다 중점적으로 보아야 할 포인트들도 있고 작가가 무슨 말을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지 궁금증을 유발하기도 해서 브로콜리 펀치라는 책을 읽을 때면 어느샌가 책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단편집을 좋아하며 상상력을 증폭시키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드립니다.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왜 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청춘’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아름답고 찬란한 이미지가 떠오른다. 설렘 가득한 젊음의 패기로 우여곡절의 연속을 헤쳐나가 결국엔 해피엔딩을 맞이해야만 할 것 같은 단어이다. 
  그러나 이러한 청춘에 대한 나의 생각은 그저 착각이었음을 이 책을 읽고 깨달았다. 사실 꼭 이 책이 아니더라도 사전적 정의를 통해서도 ‘청춘’이라는 단어가 긍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국어대사전에 의하면 청춘이란 십 대 후반에서 이십 대에 걸치는 인생의 젊은 나이 또는 그런 시절이라고 한다. 내가 청춘이라는 단어를 긍정적으로 생각했던 건 무의식 속에 젊음이라는 단어를 좋은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일까?
  이 책의 주인공 ‘류’의 청춘처럼 어떤 사람들은 꿈과 희망을 잃은 채 방황하고 자기 자신을 포기한 채 살아간다. 류는 현실 세계에서 자기가 왜 살아가고 존재하는지 이유를 모르자 허구 세상을 만들어 자신의 존재를 의미있게 만든다. 이로써 류는 현실보다 허구에 의지하게 된다. 
류를 포함한 이 책의 모든 인물들은 전쟁의 잔재가 남긴 상처와 무질서한 사회에서 살아있음을 느끼기 위해 눈앞의 쾌락만을 좇는다. 결국 그들은 상습적으로 마약을 복용하며 사회적 선을 넘어 여러 범죄와 난교 파티에 물들게 된다. 벗어나려 해도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러 이들은, 스스로를 ‘벌레 보다 못한 쓰레기 같은 존재’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야기의 후반부에 이를수록 인물들은 자기 상실을 향하여 ‘질주’한다. 류는 마약으로 인해 정신 착란 상태에 빠지게 되고, 카펫 위에 죽어 뒹구는 나방의 날개를 씹어 먹을 정도로 미친 행동을 계속 한다. 그는 죽음이 자신을 지배하기 위하여 자신 속에 들어왔다고 느끼고, 이때 처음으로 이 광란의 도가니에서 도망쳐 나가고 싶다고 절실히 바라게 된다. 이 부분을 읽고 이전까지의 내용과 비교했을 때 긍정적인 변화가 시작될 거라 감히 예상하고 ‘역시 청춘에 대한 소설은 전부 진부해.’라고 생각하던 나를 말리고 싶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 책은 내가 알던 청춘의 느낌과 달리 세드엔딩으로 마무리 된다. 청춘을 즐기지 못하고 허비한 류는 아직 순수했고 희망을 원했다. 새벽 공기에 물든 유리 파편처럼 한없이 투명해지되, 푸른 빛을 띠어 본래의 나 뿐만이 아니라 이 사회도 본연의 자세와 가치관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가엾은 류, 그리고 그의 친구들. 상상력이 부족한 나지만 읽는 내내 너무나 자극적이고 적나라한 묘사에 불쾌함을 느꼈다. 읽으면 읽을수록 등장인물들이 너무나 가엾고, 답답했다. 마치 나 또한 그들과 함께 약을 하면서 취하는 느낌이었다. 읽고 나서 나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조차 머리가 아팠던 책이다. 소설 해석에 능한 독자가 아니라면, 이 책을 읽고 바로 멀리하지 말고 관련된 해설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이 책을 통해 ‘청춘’이라는 단어는 내게 긍정도, 부정도 아닌 그저 시절을 의미하는 단어로 남게 되었다. 물론 어떤 단어에 의미를 담는다는 건 그 자체로 낭만 있는 일이지만,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원래의 뜻이 훼손된다면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게 ‘청춘’이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가 달라졌음에도 나는, 나를 비롯한 여러 청춘들을 응원한다. 이 책을 통해 ‘우리’를 위로하기까지 할 수 있게 되었다. 나처럼 ‘청춘’을 마냥 좋은 단어로만 생각한 청춘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선량한 차별주의자

우리에게는 교육이 필요하다.
책의 저자는 상세한 예시와 쉬운 설명으로 우리 사회의 차별을 소상히 지적한다. 농담, 명절 선물, 화장실. 일상적인 풍경에서 그동안 지나쳤던 사회구조의 모순들을 규명한다. 그리고 그 차별과 폭력을 방지하는데 단순히 개인의 반성과 성찰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법적, 제도적 구제를 통해 불평등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저자의 분명한 주장과 요구들은 누구나 자신이 선량하다고 믿는다면 실천 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차별적인 발언에 웃어주지 않기, 상대를 배려하며 단어를 고르기, 말해야만 하는 때에는 주저하지 않기. 기본적이지만 가장 어렵고 놓치기 쉬운 순간들에서 저자는 뛰어난 규범들을 제시했다.

한편, 책은 2019년에 출판되었지만 책에 실려 있는 예시들이 5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살아 있다는 사실이 조금 답답하게도 느껴진다. 차별금지법은 17년째 멈추어있고 핵심적인 사항들은 소위 ‘진보적’이라는 사람들에게 마저 거부 당하고 있다. 물론 차별과 불평등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존재했으며 어쩌면 무균실 사회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무언가 추상적이고 불필요하게 냉소적인 생각에 빠지기 전에, 분명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 있고 나아갈 수 있는 단계들이 있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는 아주 간단하고 사소한 선택 한번으로 타인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서 사흘 전, 이상한 사건이 일어났었다. 경찰이 국회를 봉쇄하려 하고 군인이 민간인과 실랑이를 벌이다 총을 겨누는 모습이 방송에서 나왔다. 갑자기, 어처구니 없이, 계엄이 발표되었다. 처음에는 농담처럼 느껴져 믿기 힘들었지만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었다. 비웃음은 점차 분노에서 불안으로 바뀌었고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마음으로 밤을 새었을 것이다. 상황은 다행히 파국으로 끝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만약 행운이 부족해서 저 진부하고 멍청한 무리가 작전에 성공했다면. 만약 사람들이 이 지경을 겪고도 세상이 전과 같다면. 민주주의와 연대에 대한 낙관을 말하기 힘들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무엇이 옳으며 어떤 행위가 정당한지 알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낙산 옆의 작은 언덕에서 좁은 사회를 꾸리고 세상과 단절될 수 있었다. 무언가 관심이 생기는 것을 배우고 원하는 일을 하고 잘 사는 법을 익히는 막연한 목표가 우리를 느슨하게 이어주는 유일한 공통점이었다. 이 느슨한 유대 덕분에 우리는 쉽게 친절을 보일 수 있었고 이 안에서 생기는 대부분의 갈등은 그저 흘려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미묘한 균형은 잘 보이지 않고 언급되지 않는 문제들 위에 위태롭게 서있을 뿐이다. 그리고 이런 누란지세는 다른 대학에도 비슷하게 존재한다. 그리고 그들이 졸업해 일하는 직장에도 존재하고 그들의 집에도 존재하고 그들의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도 존재하고 … 모두를 배려하여 분위기를 읽고 눈치를 차립시다. (알아서 적당히 처세 하세요.)… 하지만 누군가는 소외된다. 누군가는 농담에 웃지 못한다. 그들은 제대로 된 직업을 구하지 못하고, 결혼하지 못한다. 기회에서 배제되었고 위험에 노출되어 있으며 불안에 시달린다. 이 상황의 가장 큰 문제는 모두가 이 병리를 지켜보면서도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데 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교육이 필요하다.
2024.12.05

사피엔스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사피엔스를 읽고 인간 역사에 관한 책을 한 권 읽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인간 문화의 핵심적인 측면이 인지 부조화라는 것이었는데, 이것이 핵심 자산이라는 점이 신기했다.
다음으로, 허구 덕분에 인간이 유연하게 협력하고 생존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었다. 허구를 믿지 않았다면 인간이 지금까지 생존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점이 신기했고, 지금도 종교나 신앙 같은 것을 보면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뒷담화 이론도 흥미로웠는데, 뒷담화는 사실뿐만 아니라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기도 했다는 점에서 현대 사회에서 집단이 모이면 뒷담화를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평소에 읽던 소설책과는 다르지만 색다르고 재미있었다.

브로콜리 펀치 (이유리 소설집)

단편 하나하나 상상력을 자극하는 독서라서 즐겁게 읽었던 작품이었다. 내용도 어렵지 않고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만한 내용이기에 독서 입문자들도 쉽게 읽힐 수 있는 책이다. 소설과 친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나는 <브로콜리 펀치>를 통해 소설의 매력을 알게 되었고 기회가 된다면 이유리 작가님의 다른 소설집도 읽어보고 싶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사람이 잘못된 신념을 가지게 된다면 얼마나 무서워질 수 있는지 알게 된다. 이 책의 묘미는 읽으면 읽을 수록 내용에 대한 이해가 된다는 묘미가 있다. 초반 부분 이 책은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일대기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 책은 일대기가 아닌 다른이가 바라본 스타 조던의 비판이다. 분류학자라는 개념이 생소하기도 하고 우생학이라는 개념이 생소하긴 하지만 읽기 어려운 책이라는 생각은 안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