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이도우 장편소설)
아주 푹 빠져 즐겁게 들은 강연이었다. ‘글 쓰는 일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오래 전부터 품고 산데다가, 글쓰기 동아리에서 활동하며 다양한 성격의 예비 작가 동료들을 알게 된 시기가 최근이라서 그런지 나와 먼 이야기 같지 않고 공감 가는 내용이 많았다. 우선 스마트폰 시대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긴 글을 잘 읽지 못한다는 말, 그리고 그것을 근력이라고 표현한 것이 와닿았다. 왜냐하면 작가님이 말씀하신 건 모두 다름 아닌 나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근력이 부족해 보다 높은 단계의 운동에 도전하지 못하는 사람이 된 것처럼,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았던 어린 시절보다 독서와 글쓰기에 필요한 집중력을 크게 잃었다고 느끼던 중이었다. 짧고, 빠르고, 쉬운 읽기 위주로 성향이 바뀌어가는 것 자체는 나쁜 일이 아니지만 장편을 읽는 능력만 떨어지고 있는 점은 우려할 만하다는 말씀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또 다른 이야기로는 이성복 시인에 대해 말씀하신 게 기억에 남는다. 그동안 시에 담아오던 영혼이 정말 우리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라면 시가 사라진 후 다른 매체로 옮겨갈 것이며, 그것이 아쉽지 않다던 이성복 시인의 발언을 ‘역설’이라 해석한 게 인상 깊었다. 시는 시만의 정서와 영혼이 있으니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뜻으로 생각한 것이다. 나 또한 비슷한 추측을 해본 기억이 있어 어렵지 않게 이 이야기를 이해했는데, 종이책은 종이책만의 감성을 가졌으므로 전자책이 종이책을 완전히 지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확신하던 어렸을 때의 나를 떠올렸던 것 같다.
한성대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했던 활동이 바로 ‘저자와의 만남‘이었다. 이번 이도우 작가와의 만남은 그런 나의 기대를 충분히 충족시키고도 남았다. 코로나 상황으로 야외 공연 같은 문화생활을 자주 즐기지 못해 답답한 마음이 쌓여가고 있었는데, 그렇게 점점 건조해지던 감정이 강연을 들으며 조금이나마 촉촉해진 것 같다고 느꼈다. 사람의 감성을 건드리는 건 코로나 시대 전이든 지금이든 진솔한 예술이라는 생각을 했다. 아직 작가님의 책은 읽어보지 못했지만 이 강연을 계기로 큰 관심과 기대가 생겼다.
소년이 온다 (한강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는 이미 고등학생때부터 너무나 익숙한 책이었다.
주변에 읽는 사람들도 많았고, 학교 도서관에 가면 항상 그 책이 꽂혀 있어야 할 자리는 비어 있던 그런 책이었다. 우연찮게 도서관에서 발견한 책이 궁금해 그 자리에서 몇 번 펴보았고, 얼마 안 있어 덮어버린 그런 책이었다. 그 당시 나에게 너무나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던 책이라 되려 겁을 먹었었던 것 같다.
몇 년의 시간이 흘러 독서 토론 도서로 ‘소년이 온다’라는 책을 하자는 팀원의 의견을 들었을 때는 반가운 마음마저 들었다. 그 때 느꼈던 감정들이 사라져버려 그랬던 것인지 얼마 되지 않는 페이지 수에 홀려 바로 좋다는 말이 나왔었다.
그렇게 곧 후회를 시작했다.
역시나, 여전히 책의 내용은 무겁고 무서웠다.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흘러가는데 남아있는 페이지 쪽수들은 계속해서 늘어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마음을 잡고 책을 피면 얼마 안 있어 다시 덮게 되고, 덮은 후에도 후유증처럼 찾아온 우울감에 한없이 착잡했다.
겨우 마음 먹고 펼치게 된 마지막 페이지는 해냈다는 뿌듯함 대신 가라앉은 기분 뿐이었다. 그 시대에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한 분들과 권력에 맞서 싸운 분들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 이 모든 것이 심장을 바짝 조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여전히 지금의 당연함을 당연하게 하기 위해서 모든 것을 바친 분들의 희생을 생각한다.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이도우 장편소설)
비교과 공지를 찾아보던 중 스마트폰과 코로나의 시대, 대학생의 독서라는 주제의 강연을 발견하였다. 온라인 강연을 신청하며 강연 시청 전 난 책을 얼마나 읽는지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대학생인 지금의 나는 입시를 준비하던 고등학생 때보다는 더 독서에 관심을 두고 있다. 친구의 추천으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소설을 읽기도 하고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영화를 본 후 원작을 찾아 읽어보며 작가의 다른 작품 ‘또다시 같은 꿈을 꾸었어’를 읽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런 관심은 오래가지 못하였고 항상 1권 혹은 2권을 읽고 난 후 독서를 하고자하는 열망은 줄어들었다. 나에게 있어 책이란 무엇일까. 책의 가치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나는 스스로 질문을 던지며 강연 시청을 시작하였다.
강연은 코로나 시대로 여행을 가지 못해 이전보다는 책 판매량이 증가하였다고 이야기하며 시작한다. 이도우 작가님은 레이 브래드버리, SF작가의 ‘화씨 451’ 책을 언급하는데 이 책이 상당히 인상 깊었다. 책은 미래사회를 배경으로 하며 주인공인 파이어맨은 화염방사기로 책을 불태우는 일을 한다. 어렸을 적부터 책이라는 것을 불필요하며 통제되고 규칙적인 사회 속에서 개인적인 생각이 강해지게 하는 책을 불필요한 사회의 악이다라는 교육을 받고 자랐다. 이후 비밀리에 책을 소지하고 돌려 읽는 사람들을 색출하는 일을 하게 되는데 어느날 매력적이라고 느끼는 여성을 만나게 된다. 이 여성은 당국에 잡혀가게 되고 파이어맨은 각성하며 전쟁이 시작된다는 내용이다. 파이어맨이 책을 불태우는 일을 한다 했을 때 처음엔 설마 저런 직업이 생길까 라는 의심이 들었으나 점점 현실로 느껴졌다. 책이 없어지는 미래가 올까. 책의 위기가 계속되는 현 상황에서 책이 불필요해지는 시대가 올까. 우리는 지금 이러한 고민을 해야 할 때라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이성복 시인의 역설이 담긴 말처럼 과연 시를 대체하는, 책을 대체하는 무언가가 나타날 수 있을까. 나는 이 강연을 통해 대안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하게 되었다.
최근 나는 ‘나는 나답게 살기로 했다’ 책을 구매하였다. 수많은 추천사와 인스타그램 홍보로 관심 가지며 구매하였으나 책장에 꽂혀 몇 번 펼쳐보지 않았다. 그래서 이도우 작가의 언제까지 남이 추천하는 것을 따라갈 것인가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강연 시청 후 난 추천사, 홍보에 목메지 말 것이라 다짐했다. 나의 안목을 키우고 취향을 발견하는 날이 올 것이라는 말을 항상 되새기며 도서관 혹은 온라인 서점의 미리보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로 다짐하였다.
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된다 (하루를 두 배로 사는 단 하나의 습관)
이 책은 본인이 행하는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는 습관을 소개하며 그 동안 그 시간에 기상함으로써 본인이 얻었던 것들에 대해 설명하는 책이다. 여타 다른 자기개발서와는 다르게 독자에게 본인의 생활을 강력하게 어필하는 것이 아닌 부드럽게 소개하는 것이 특징적이다.
“앞으로 살면서 무슨 일이 안 풀리면 꼭 4시 반에 일어나보세요. 그럼 그 일이 풀려요. 왜인지 알아요? 4시 반이라는 시간대는 원래 강력한 염원의 시간이예요. 뭔가를 강력하게 염원하지 않는 자는 4시 반에 일어날 리가 없죠. 그래서 4시 반이란 시간대는 영혼의 시간대이고, 이 시간대에 깨는 사람은 귀신이거나 귀신 비슷한 종류들만 깨요. 그래서 귀신, 목사, 스님 이런 분들이 주로 깨는 시간이예요.” (스타 강연자, 김미경)
책의 제목을 본 순간 10대 학창 시절 선생님께서 수업시간에 보여주셨던 강연 하나가 생각났다. 당시 그 영상에 자극을 받은 나는 오전 1시 가까이 되는 시간에 잠자리에 들면서도 “내일부터 오전 4시 30분에 일어나겠다”라는 터무니없이 열정적인 다짐을 하곤 했던 것이 떠올랐다.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그 계획은 매 번 실패했고, 그럴 때마다 성공하기 위한 습관 하나 가지지 못하는 나를 자책했다.
만약 이 책의 저자가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는 것을 성공하기 위한 필수 조건처럼 제시했다면 혹은 그 시간에 아주 대단한 것을 하고 있다고 했다면, 나는 다시 예전처럼 비장한 각오로 시도하고 실패하며 다시 절망에 빠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행히도 이 책은 독자에게새벽에 일어나는 행위에 부담을 주지 않았고, 잔잔하게 본인이 새벽에 하는 소소한 일들을 소개하며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제시했다. 덕분에 책을 덮는 순간까지 꼭 이 습관을 해내겠다는 각오보다는 한 번쯤 이렇게 생활하고 싶다는 호기심으로 가득찼다.
“수영을 할 때는 앞으로 나가느라 정신이 없을 것 같지만 사실 옆의 선수가 어떻게 수영하는지 다 보인다. (…) 그런데 갑자기 상대 선수의 속도가 느려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에 따라 나 또한 속도가 점점 느려지고 있었다. (…) 하지만 이내 생각을 멈추고 숨도 쉬지 않고 앞으로 질주했다. 옆 레일의 선수들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 아무도 보이지 않으니 겁이 났다. 얼마나 더 속도를 내야 하는지 감이 오지않았다. 눈을 꼭 감고 마지막 10미터 정도를 온 힘을 다해 물살을 갈랐다. (…) 그 때부터 나는 더 이상 누구와도 나 자신을 비교하지 않았다. 그 전까지는 항상 옆 선수를 따라가는 데 집중하다보니 옆 선수가 힘이 빠져 속도가 느려지면 나도 같이 느려졌고 내 한계를 넘어본 적이 없으니 스스로 얼마나 힘차게 나갈 수 있는지 알지 못했다.” (P. 145)
이 책에서 특히 좋은 부분은 저자가 단지 본인이 깨달은 진리만 제시하며 추상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구체적인 경험을통해 하고 싶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점이다. 본인이 새벽에 일어나서 했던 것들, 외국생활이나 변호사 준비 과정에서 겪은 경험 등을 제시하며 저자는 본인이 그 속에서 무엇을 깨달았는지 설명했다. 그런 자세한 설명 덕분에 다른 책들에 비해 저자가 이야기 하는 바를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부지런한 삶을 살고 싶다는 강력한 동기가 필요한 사람보다는 다른 사람의 삶이 궁금한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면 좋을 것같다.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이도우 장편소설)
내가 좋아하는 이도우 작가님이 학교에 오셔서 강연하신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저자와의 만남’을 신청했다. 코로나로 인해 직접 강연을 들을 수 없어 매우 아쉬웠지만, 영상을 통해서라도 작가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점점 독서 근력이 짧아지는 시대가 되었고, 이에 따라 작가님께서는 자신만의 독서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즉, 책을 고를 때 탐색을 많이 해보라고 조언해주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도 항상 추천사 또는 지인들의 추천으로 책을 주로 골랐다. 그동안 나의 취향을 찾으려 하지 않은 채 그저 남들이 보는 것만 따라 책을 고르지 않았는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여러 책 속에서 진정으로 내가 읽고 싶은 책이 무엇인지 찾아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내가 스스로 읽고 싶은 책을 찾고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작가님께서 ‘책 속에서 헤매는 것은 시간 낭비가 아니라 나의 숨은 취향을 찾는 여행’이라고 말씀하셨는데 마음에 많이 와닿았다. 작가님의 강연을 들으면서 내가 직접 책을 탐색해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다면, 앞으로 더 주체적인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고 책과 더 친해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렇게 이도우 작가님의 강연을 통해 책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해볼 수 있어서 뜻깊은 시간이었다.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이도우 장편소설)
이갈리아의 딸들
나에게 <이갈리아의 딸들>은 예전부터 꼭 한 번쯤 읽어보고 싶은, 읽어야 할 책이었다. ‘내가 남자였다면 지금보다는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사회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느끼는 무력함을 문학 작품을 통해 조금이나마 해소하고 싶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느꼈던 감정은 통쾌함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씁쓸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수많은 남성 중심적 언어와 표현, 상황들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되는데 이러한 사회가 당연하다는 듯이 살게 했던 모든 것들이 원망스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이 소설 속 세계는 현대 사회와 아주 가깝게 닿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 지점들을 찾을 때마다 다시금 이 소설이 1977년 작품이라는 사실에 놀라곤 했다. 그 시대에도 문명에 의한 권력은 허상이라는 것을 알고 이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둔 것이다. ‘맨움은 스스로를 부양하기 힘들다. 맨움의 힘과 큰 손은 아이를 부양하기 위함이다.’ 같은 요소들은 모두 맨움 개개인에게 주입해 탄생한 허구의 결과물이다. 힘이 센 것이 권력으로 이어지지 않고, 노예로 사용하기 위해 그럴듯한 변명을 만들어 낸 것뿐이며, 이는 우리 사회에 그대로 적용해도 마찬가지다. 태어날 때부터 온갖 차별과 가스라이팅 속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의 인생이 페트로니우스가 겪는 고난을 통해 적나라하게 표현되고 있었다. 나는 그 답답함이 어떠한 이유에서 나오는 것인지 이 책을 읽으며 깨달을 수 있었다. 2021년인 현재까지도 의미 있게 읽히고 있는 이 책은 어수선한 현재의 사회에서 남자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소설이다. 현실 속 허상의 혐오에서 벗어나, 여기 이 가상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진짜’ 혐오라는 사실을 이제는 알았으면 한다. 현실 사회에서 진정으로 고통받고 있는 대상은 누구인지, 왜 그런 것인지 이해하려고 하지 않으면 혐오의 시대는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유쾌한 전복과 그 뒤에 숨어져 있는 혐오의 진실로 인해 이 이야기를 마냥 재미있게 볼 수는 없었다. 소설을 끝까지 읽은 후 책을 덮으면 나는 다시 현실과 타협해야 하기 때문이다. 책에서 느꼈던 전복, 그다음에 또다시 사고가 뒤집히는 것이다. 하지만 마냥 아쉬워하고만 있을 수도 없다. 세상은 한순간에 바뀔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같은 담론들이 여러 번 반복될 때마다 더욱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고 있음을 느낀다. 그리고 더 이상 위와 같은 고민이 필요 없을 세상을 위하여 희망을 가져본다.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이도우 장편소설)
요즘 여행을 가지 못하는 상황 때문에 책이 더 많이 팔리는 경향이 많다.
확실히 나도 코로나 이전보다 책을 많이 읽고 있다 평소에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다가 이제서야 시간을 나서 책을 읽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지만 과학의 발달로 e-book이 나오고 본래 ‘종이 책’이라는 것이 줄어드는 추세이다. 책과 관련된 직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은 책이 없어지는 것에 대한 걱정을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특히 글을 쓰는 사람들은 책이 없어질 미래를 예상하여 글을 적어 보기도 한다. 레이 브래드 버리라는 SF 작가의 “화씨 451”이라는 작품에도 이러한 내용을 볼 수 있다. 미래 사회가 배경이며 주인공은 파이어 맨이다. 화염 방사기로 책을 불태우는 직업에 자부심을 가진 주인공과 이 주인공의 직업으로 예상해볼 수 있는 사회는 책을 불필요하다고 느낀다. 모든 시기에는 사회 사상과 반대되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하고 이 책도 그런 사람들이 존재한다. 많은 사람들이 비밀리에 지하에 숨어서 책을 읽고 북 클럽을 만들어서 활동을 한다. 그러던 중 주인공은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는데 이 여자가 몰래 책 읽기 활동을 하다가 당국에 잡혀간다. 그래서 파이어 맨이 각성하고 당국에 맞서는 이야기이다. 그러니까 이러한 내용의 책 많다는 것은 책이 없어지는 미래를 상상하고 꾸준히 문제 의식을 해온 작가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책이 없어질 것 같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 주장을 뒷받침해 주는 것은 강연에서 들었듯이 이성복 시인이 “시가 정말 우리에게 필요 없는 무언가라면 사라져도 할 수 없지 않겠느냐, 다만 그 시속에 담겨 있는 어떤 정서나 어떤 메시지, 영혼 같은 것이 우리 인류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라면 그건 다른 장르가 안고 갈 것이다. 시가 사라진다 하더라도 새롭게 생겨난 장르가 그 시의 영혼적인 속성을 가지고 갈 것이다.”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나는 책도 우리에게 전달되는 방식은 달라져 e-book의 비율이 점점 많아지더라도 본질은 변하지 않고 인류와 함께 공생하며 살 것 같다. 결국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이 사람을 만들기 때문이다.
나 또한, 이도우 작가님처럼 값비싼 것들에 관심이 있지 않다. 오히려 작은 행복을 찾는 편에 속한다. 나도 나의 이런 성격이 감사하다.
강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독자와의 북 토크 행사에서 ‘넷플릭스 영화 추천’ 질문이다. 사람들은 넷플릭스를 풍요 속의 빈곤이라고 부른다. 나도 가끔 그 말에 공감하지만 보고 싶은 영화는 거의 있는 편이다. 아무래도 넷플릭스는 볼 영화나 드라마가 많고 그중에서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모르는 독자가 자신이 좋아하는 혹은 신뢰하는 작가의 추천을 받은 영화는 더 재미있겠지 혹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추천해 달라는 요청을 하는 것 같다.
물론 평생 남의 추천을 받으며 영화를 봐도 영화는 끝이 없다. 우리가 살면서 하루 종일 영화를 봐도 지구에 있는 영화는 다 못 볼 테니까 말이다. 책도 마찬가지이다. 평생을 읽어도 다 못 읽을 책의 양과 지식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언제나 그러했듯이 ‘스스로’ 책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나 또한 고등학교 때까지 책에 관심이 없어서 책을 많이 읽지 않았다. 아니 거의 읽지 않았다. 성인이 되고 난 후 책을 읽고자 하였는데 막상 책 읽기를 시작하려니까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책과 영화를 많이 보고 읽고 느낀 친구에게 추천을 받아 영화와 책을 보았다. 물론 이렇게 시작을 하는 것은 좋다만 평생을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지금 이러한 생각과 상황이 진행하던 중 이도우 작가님의 저자 강연회가 있었고 나는 뜻밖의 문제를 이곳에서 해결할 수 있었다. 결국 내 취향과 성격 그리고 나의 주장을 확고히 하기 위해서는 발품을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온라인에서 책을 구매할 때는 책을 미리 보기로 읽어보거나 좋았던 작가의 다른 작품을 보거나 도서실을 가서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서 읽어보는 것 등 많은 방법이 있다. 작가님께서 이러한 과정을 ‘나를 발견하는 여행’이라고 부르신 것이 와닿았다.
책을 정말 지지리도 안 읽던 청소년기 어떻게 잘 골라서 읽었던 책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당시 너무 재미있어서 새벽까지 읽었던 책이다. 그 당시 작가님의 다른 책은 없나 찾아보았는데 찾지 못했고 그래서 이도우 작가님이 더 기억에 남았다. 현재 나는 그 책으로 만들어진 인연으로 내 고민을 해결할 수 있었다.
역시 인생은 예측 불가, 그래서 나는 인생이 즐겁다. 아마도 앞으로의 나를 찾는 과정은 더 즐거울 것이다. 시험이 끝난다면 나도 나를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날 것이다. 우선 이도우 작가님의 작품부터 모두 읽어 봐야겠다.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이도우 장편소설)
온라인을 통해 작가님을 뵐 수 있어서 너무 좋은 시간이었다. 강연 시간이 너무 길지도 않아서 졸음이 밀려오기 전 적절하게 끝난 것 같다. 나는 뒤늦게 독서의 재미를 느낀 사람이다. 작가님의 말씀대로 처음에는 추천도서를 찾아 읽다가 내가 흥미를 느끼는 분야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래서 직접 책 제목을 검색해 줄거리를 미리 읽어보던가 목차를 확인하며 나에게 딱 맞는 책을 찾아갔고, 마침내 내가 원하는 책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작가님께서 하신 말처럼 누군가의 도움 없이 나만의 책을 찾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내가 책을 선정하는 조건은 다음과 같다. 첫째, 책의 분량이 많지 않을 것. 둘째, 제목이 흥미로울 것. 셋째, 읽으면서 지루할 때쯤 끊어 읽기 좋은 책일 것이다. 아직 작가님을 찾아서 읽어본 적은 없는데, 이번 기회에 좋은 이도우 작가님을 알게 되었으니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를 방학 동안 꼭 읽어보려고 한다. 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썼다고 하니 더욱 재미있을 것 같다. 작가님에 대해 여러 정보를 알게 되었고 특히 밝고 당찬 성격이신 것을 느꼈다. 장편 소설에는 작가의 문체가 고스란히 묻어있다. 지금의 강연이 하나도 지루하지 않았던 것처럼 소설 또한 그럴 것 같아 무척 기대된다.
작가님이 책을 잘 쓰시게 된 이유는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한 덕분이라고 한다. 어렸을 때 책을 많이 읽는 것은 정말 중요한 거 같다. 중고등학교 때부터는 확실히 글쓰기 수행평가가 많은데, 몇몇 친구들이 쓴 걸 읽어보면 책을 많이 읽은 친구와 안 읽은 친구가 눈에 보인다. 그들이 사용하는 단어의 수준, 문장의 끝마침, 문맥 등의 부분에서 실제로 시중에 파는 책이나 논문을 읽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읽히는가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는 1학년 때 필수 교양으로 글쓰기 수업을 받고 있다. 이때 나는 다른 친구들이 쓴 글을 보며 나도 더 잘 쓰기 위해 책을 여러 권 읽은 기억이 있다. 책은 우리에게 유익한 지식을 쥐여주는 것 같다. 책의 즐거움을 너무 늦게 안 것은 아닌가 조바심이 들긴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오히려 여유로운 독서 생활에 폐가 되는 거 같아 그만두기로 했다. 요즘은 바빠서 책을 전혀 읽지 못하였는데, 작가님을 통해 나의 독서 세포들이 깨어났다. 종강하면 바로 도서관에 달려가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라는 책을 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