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우 작가님의 이번 강연은 대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처음으로 수강해 본 강연이었다. 비록 온라인을 통해 참석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렇게나마 좋은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생겨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강연에서 ‘독서 근력’이라는 표현을 처음 들어보았다. 독서에도 꾸준한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좀처럼 실천하기가 어려웠다. 주변에 독서보다 쉽고 빠르게 재미를 찾을 수 있는 콘텐츠가 널려있기 때문이었다. 매번 하는 변명이면서도, 매번 할 수밖에 없는 변명인 것 같다. 그러면서 ‘남이 추천하는 것만 보다 끝나는 인생’이라는 말을 잔잔한 톤으로 해 주시는데, 이때 정신이 퍼뜩 들었던 것 같다. 원래 하루하루를 살고 경험을 쌓아가며 나만의 취향을 점차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인생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만큼 무엇 하나 명쾌하게 정하지 못하는 내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것이 취향 자체가 넓은 나의 특성 때문인가 싶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아직 내 취향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에 여러 장르, 여러 사람을 좋아하면서 갈피를 잡지 못한 나에게 ‘사람의 흔적을 주체적으로 따라가기’라는 말은 큰 동기부여가 되었다. 취향이란 것이 이것저것 많은 종류를 좋아하기만 한다고 만들어지는 게 아니구나, 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 많은 것들 속에서도 특별히 좋아하는 것을 찾아가는 여정이 필요하며 이는 결코 빨라야 할 필요도 없다는 것. ‘내가 이런 걸 좋아하는구나’라고 깨닫는 순간이 기다려진다. 그때 느끼게 될 신기함이란 어떤 것일지 궁금하기도 하다.
강연 내내 작가님의 말씀은 잔잔하게 톤으로 이어졌는데, 그 잔잔한 어조의 말들로 인해 강연의 경험이 더욱더 마음속 깊이 새겨지는 느낌이었다. 비대면 사회 속에서 첫 20대를 겪으며 세상과 단절되어 있다는 생각에 우울한 마음이 드는 요즘이었다. 이도우 작가님의 강연을 들으며 사람은 어떤 방식으로든 다른 사람과 정서적 교감을 나누고, 소소하지만 확고하게 스며드는 위로를 받으며 살아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강연은 삶에 있어 예상치 못한 일이 길어질 때, 그것을 감수하는 법을 배우는 하나의 단계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