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의 말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 (유품정리사가 떠난 이들의 뒷모습에서 배운 삶의 의미)
시선으로부터, (정세랑 장편소설)
빛의 과거
두 번째 지구는 없다 (‘언어 천재’ 타일러가 말하는 코로나 이후의 위기)
시선으로부터, (정세랑 장편소설)
컬러의 말
우선 오렌지 계열 중 누드 부분을 재미있게 읽었다.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누드 컬러가 오렌지 계열이라는 것을 새롭게 알 수 있었다. 본문에 나오는 인종차별 관련 이야기가 평소 관심 있던 이슈라서 더 집중해서 본 것 같다. 그 부분을 읽으며 책에 나온 것처럼 크리스챤 루부탱에서 펌프스 힐을 여러 인종의 사람들의 피부색에 맞는 색상으로 제작한 것과 같이 다양성을 존중할 때만 ‘누드‘라는 색 이름을 피부색을 지칭하는 말로 사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살색이라고 부르던 색을 살구색으로 바꿔서 부르는 것과 같은 인식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다.
초록 계열에서는 아보카도 색을 사람들의 옷에서 요즘 자주 볼 수 있기도 하고 내가 아보카도 먹는 것을 좋아해서 흥미롭게 보았다. 초콜릿처럼 아보카도도 공정무역을 통해 구입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그 이유에 대해 조원들에게 소개하고 싶었다.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다른 나라에서는 아보카도를 멕시코에서 수입하고 있는데, 멕시코에서 아보카도를 기르는 과정에 마약 밀매조직이 연관되어 있다고 한다. 2017년부터 마약 카르텔과 같은 범죄 조직이 아보카도 농사에 접근해 수익의 일부를 빼앗아가기 시작했고 돈 내기를 거부하는 농장주를 해치는 일까지 발생했다. 그 다음해에 아보카도 농장들은 완전히 마약 조직의 손에 넘어갔고 그 조직은 아보카도를 외국에 수출해 매년 2천억원이 넘는 돈을 벌고 있다. 다른 이유는 아보카도를 기르는 데 엄청난 양의 물이 필요해서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아보카도를 기를 때 바나나를 기르는 데 드는 물의 2배, 오렌지의14배가 넘는 물이 필요한데, 이 물을 농장 주변 지역의 물을 끌어와 사용하기 때문에 주변 지역이 가뭄으로 고통받고 있다. 아보카도를 구입할 때 멕시코산 대신 뉴질랜드산을 구입하면 남아메리카 여러 마을의 가뭄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고 하니 앞으로는 멕시코산 대신 뉴질랜드산 아보카도를 소비하는 것이 어떨까?
평소에 브라운 톤의 뉴트럴한 컬러의 옷들을 자주 입어서 브라운 계열 소개 부분을 재미 있게 보았다. 본문에 현재는 중후하고 고급스러운 색이라는 인식이 있는 브라운이 과거에는 가난한 자들의 색이었다는 부분이 있다. 그 부분을 읽고 앞부분에 나온 핑크 계열 소개 부분에 현재는 많은 사람들이 여자아이들의 색은 핑크, 남자아이들의 색은 파랑이라고 생각하지만, 한 세기 전만 해도 잡지에 여자아이들은 하늘색, 남자아이들은 핑크색 옷을 입어야 한다는 내용의 기사가 있었다고 한 부분이 생각이 났다. 색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바뀐다는 것을 느꼈던 것 같고 앞으로는 색에 대한 인식이나 편견이 많이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보라 계열의 티리안 퍼플 부분 초반에 융단에 말려 궁전에 잠입한 클레오파트라와 카이사르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해가 잘 안돼서 관련 배경을인터넷으로 찾아보았다. 클레오파트라 7세는 어린 남동생 대신 즉위하려고 했지만 큰 반발을 샀고, 권력 투쟁에서 패한 뒤 지방으로 쫓겨나고 이집트에서는 프톨레마이오스 13세가 전권을 차지했다고 한다. 그런데 기원전 47년에 이집트를 방문한 율리우스 카이사르를 만나 그의 지원으로 정치적 재기에 성공했고, 클레오파트라가 그를 만나기 위해 카이사르에게 선물로 보내진 융단에 숨어 잠입을 한 것이라는 전설이 있다. 그 융단이 티리안 퍼플 색이었다고 한다. 책에서 보면 지중해에 사는 ‘타이스 해마스토마’와 ‘뮤렉스 브렌다리스’라는 갑각류에서 나온 액체를 묵힌 오줌통에 넣고 열흘을 발효시켜서 염색을 했다고 나오는데, 이 염색 과정이 너무 인상적이라서 티리안 퍼플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읽을 책을 찾는 사람들, 여러 가지 염료의 유래와 그에 얽힌 역사적 배경이 궁금한 사람들한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꼭 그렇지 않더라도 나처럼 색 자체를 좋아하고 패션 관련 진로를 희망하는 사람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