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소년 헉과 흑인 노예 짐의 여행기를 부제목으로 써도 좋을 듯싶다. 중간 중간 톰 소여의 출연도 읽는 재미에 알파요소로 작용해주면서 그들의 모험에 아찔함과 쫄깃함을 첨가시켜준다. 주인공들은 각자의 상황에서 벗어나 우연히 모인 자들로써 뗏목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자유”를 향해 나아가는 그 여정 속에서 독자인 나에게 내가 생각한 시대상과 도덕관 등의 물음을 던져주었다. 두 가지를 함께 나누어보겠다.
헉의 아버지는 기회가 된다면 언제든지 꼭 닭을 훔치라고, 그저 빌려오는 것임을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한다. 그래서 헉은 옥수수며 참외며 빌려왔다. 이를 알게 된 과부댁이 그건 훔치는 것임을 알려주었다. 하지만 헉은 아빠의 말도, 과부댁의 말도 일리가 있다며 스스로 리스트를 만들어 그 중 2-3가지는 절대 빌리지 말자며 합리화하며 고민하는 모습이 머릿속에 참 맴돌았다. 한국어교육 트랙 전공 수업 중에 “어떻게 학습하는지”에 대한 수업을 들었던 것이 생각났다. 그 중 헉은 아버지에 의한 영향을 많이 받았음을 알게 되었다. 오래 함께 살지도 않았지만 헉에게 영향을 준 그를 위의 이야기처럼 헉의 사고방식에서 자주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후에 헉은 과부댁의 가르침을 받긴 하지만 처음 접했던 것을 버리지 않고 융합하거나 더함으로써 새로운 방법을 생각해 내는 것을 보고 처음 받는 교육의 중요성, 부모의 영향에 대해 책을 통해 전공과목에 대한 생각을 더불어 하게 되었다.
책이 시대에 반발을 받을 만함을 곳곳에서 느끼곤 했는데, 그 중 마음에 드는 부분은 흑인 노예 짐을 묘사하는 것이다. 부끄럽지만 흑인 그리고 노예라는 단어에서 주는 고정관념이 나에게 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노예제 속에 살아본 경험이 없는 나는, 그저 책으로 영화로 역사로 간접적으로 그들의 삶을 경험했었던 것이 다였다. 흑인 노예인 짐이 센스있는 인물이자 똑똑한 모습으로 보이곤 했는데, 헉의 말대로 짐은 다른 노예들과는 좀 달랐으며 나에겐 이제껏 흑인노예들과는 다른 묘사였다. 그동안 나역시 백인우월주의 안의 백인들의 생각을 투영하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바로 이게 내 안에 있던 고정관념이었다. 책을 통해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의 존재를 직면하게 되었고 사고를 전환하게 된 계기가 되어주었다.
단순히 바라보면 두 사람의 재미난 거대 모험기이지만 그 안에 작가가 심어놓은 것들이 나에게 질문이 되어 멈칫하게 되었다. 스토리자체도 무척 재밌는 책이었으며 왜 헤밍웨이가 미국의 모든 현대 문학을 이 책 한 권에서 비롯되었다는 이야기를 하는지 조금이나마 알 것 같다. 다시 시간을 내어 한 번 더 읽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