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클럽을 하기 앞서 해야 할 일은 도서를 정하는 것이었다. 4주 동안 팀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러기 위해서 어떻게든 책을 끝까지 읽어야 하기 때문에 내가 느끼기에 재미 없는 책이라고 생각하면 독서클럽 활동이 과제처럼 느껴질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이에 인터넷을 통해 사람들이 많이 읽은 책들을 살펴보던 중 인간관계에 대해 다룬 이 책을 보고 팀원들에게 제안하였고, 모두 마음에 들어 하였다. 인간관계라는 것은 나이가 먹는다고 해서, 학업 수준이 높아진다고 해서 더 잘 알게 되는 것이 아니며 모든 인간은 살면서 계속 해서 인간관계에 대해 고민하며 살아간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한 때는, 특히 군대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벌어지는 크고 작은 일들을 경험하면서, 어떻게 하면 인간관계적으로 완벽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 적이 있었다. 학교에서 영어나 수학에 대해 가르쳐주는 수업은 자주 들어본 적이 있지만 인간관계에 대해 정답을 가르쳐 주는 수업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이 책이 나의 물음에 답을 던져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이 책을 선정하게 된 가장 큰 이유이다.
작가는 자신이 인간관계에 대해 여러 연구와 강연을 하면서 보았던 사례를 들며 한 가지의 매우 일관적인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바로 ‘타인으로 하여금 스스로 중요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라’는 원칙이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소주제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 방법’, ‘타인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 그 사람의 생각을 바꾸는 방법’ 모두가 같은 원칙을 기반으로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나의 입장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인간은 아프리카의 기아 문제, 세계적인 물 부족 문제와 같은 커다란 사회 문제보다, 오늘 저녁은 무엇을 먹을 지와 같은 사소한 자신의 문제를 훨씬 중요하게 여긴다. 타인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싶을 때, 내가 타인에게 얻고자 하는 요구사항이 있을 때 모두 나의 이야기를 먼저 꺼내기 보다는 타인이 관심 있어할 만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그 사람은 ‘이 사람은 나를 중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주는 구나’라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인간이 근본적으로 갈망하는 욕구인 것이다. 이 책에서 충격적이었던 것 중 한 가지는 “당신이 남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데, 왜 그 사람이 당신에게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라는 말이다. 생각해보면 나는 종종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해왔다. 남이 먼저 다가와주기를 바라고, 남의 문제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서 남이 내 문제에 귀 기울여주기를 바랐다. 정말 당연한 말이지만 그래서 더 충격적으로 느껴졌다. 또 한 가지는 개인 정보를 기입하는 것을 거부하는 고객에 대한 은행원의 화법에 관한 사례였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고객님, 통장개설을 위해 아래 정보를 기입하는 것은 정해진 절차입니다.”라며 은행의 입장에서 말하였을 것이고, 고객과 언쟁을 하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은행원은 “고객님이 만약 불의의 사고가 나신다면, 이 정보를 통해 저희가 고객님의 친척에게 연락을 취해서 맡겨놓으신 돈을 찾도록 할 수 있습니다. 정보가 없으면 저희가 신속하고 정확하게 연락을 드릴 수 없어요.”라며 고객의 입장에서 설명하였고 고객은 흔쾌히 정보를 기입했다는 이야기이다. 단순히 생각의 관점만 바꾸었을 뿐인데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고객의 동의를 이끌어내어 상담을 진행할 수 있었다. 같은 의미라고 할 지라도,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은 굉장히 놀라웠다.
어쩌면 데일 카네기가 하고 있는 말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사실 나는 이 책의 초반부를 읽을 때 조금 실망하였다. 절대 남을 비판하지 말고 남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상대방을 존중하라., “결론은 착하게 살면 복이 온다는 말인가? 이 책 너무 교과서적인 말을 하고 있군.” 작가가 강조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고 단순한 말이었다. 학창시절에는 그런 줄만 알았다. 착하게 살면 결국 최후에는 모두가 알아준다고, 남을 배려하면 그 배려는 나에게 돌아온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성인이 되고 군대도 다녀오면서, ‘착한 사람은 남에게 이용당하기 쉽다,’라는 학창시절에는 부정하였던 그 사실이 더욱 진실에 가깝게 느껴졌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 책에 대해 공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작가가 덧붙여준 수많은 성공 사례들을 보며 내가 가지고 있던 가치관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카네기는 이 책에서 전달하는 교훈을 단순히 한 번 읽고 끝낼 것이 아니라 메모해두고 일상생활을 하면서 적용할 것을 권한다. 아직은 반신반의하는 상태이지만 충분히 실생활에 적용해볼 가치가 있다고 느껴진다. 카네키가 제시한 방법들이 정말 내 인생에 터닝포인트를 가져다 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