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미동(遠美洞)은 한자를 풀어써서 ‘멀고 아름다운 동네’이다. 서울 외곽 경기도 부천에 존재하는 그곳은 꽤 낭만적인 이름을 지니고 있다. ‘원미동 사람들’의 저자인 양귀자 작가는 이 동네에서 만나볼 사람들을 단편소설집으로 묶어 차례차례 소개시켜준다. 어느 한 사람 소홀히 여기지 않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부천 원미동에 가 본 적 없는 나일지라도 책을 읽을 때만큼은 원미동 주민들이 조금은 정겹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 ‘멀고 아름다운 동네’는 부천 토박이뿐만이 아닌 여러 곳에서 이주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이다. 일자리를 찾기 위해, 조금은 여의치 않은 경제생활이 부천에서 지내면 조금은 사정이 여유로워질까봐, 과거를 청산하고 새로운 시작으로 발돋움하기위해…….
서울에서 밀려난 사람들의 사정은 얼마나 여의치 못한지 읽는 내내 안타까움을 느꼈다. 자기 한 몸만이 아니라 줄줄이 책임져야 할 가족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심란한 속내쯤은 감추고 힘든 하루를 맞이해야 한다. 1호선 부천역을 타고 오가며 밖을 넘나드는 그들의 심란함을 읽고 있으면 나도 공연히 마음이 불편해지는 것이다. 한낱 걱정없어 보이는 무표정일지라도 그 속에서는 온갖 고민으로 속이 문드러진 사람이 있을 거라는 짐작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 원미동 이야기지만 그들은 원미동에서만 생활하는 것이 아니다. 지하철을 넘나드는 그들을 바라보며 단지 소설 속에서나 일어나는 일은 아니겠지, 싶었다.
부천 원미동은 지하철만 이용한다면 서울과 그리 먼 동네는 아니다. 서울에서의 자리를 잡지 못해 밀려난 이들의 이야기는 그렇게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부천에서 나고 자라 시가지가 되어 가는 원미동 한 가운데에서 밭을 일구어내는 강노인의 입을 빌리자면 서울에서 밀려난 사람들인 것이다. 그들 스스로가 서울에 가지 못하고 부천에서 자리 잡고 지내는 게 못마땅하다가도 내심 안도하는 마음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서울에 비해 조금 후지더라도 몇 개월에 한 번씩 여러 번 이사를 왔다갔다 은혜네 집 사정보다는 훨씬 안정적일 것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런 반면에 시가지로 발전하는 원미동 한 가운데에 농작을 짓는 강노인은 부천살이에 불만을 갖는 그런 이들에게 눈총을 사는 것이다. 안 그래도 서울보다 못한 생활인데, 동네 형편은 더 나아지지 못할망정 땅을 팔지 않는 강노인 때문에 온갖 불만을 품게 된다. 새로운 사람들이 유입되기 시작하며 변화가 이루어지는 원미동이다. 원래부터 그곳이 고향인 이들에게까지 변화를 강요하는 그 동네 주민들이 못돼 보이다가도 주택가와 상가 가운데에 커다란 밭이 있다는 것도 생활에 불편하게만 느껴질 것 같았다.
원미동은 줄줄이 상가와 주택가가 늘어서 있다. 동네가 작은 만큼 원미동 사람들은 건너건너 이웃이라며 서로 어울려 사는 모습도 보여 준다. 어우러져 산다고는 감히 말을 못할 것 같다. 서로를 위하는 것 같다가도 자신에게 손해되는 일이 발생할까봐 전전긍긍하는 게 그들의 삶이었다. 책을 읽는 입장에서 그들을 지켜볼 뿐이지만 누가 나쁘다고 섣불리 말하기도 애매했다. 그들에겐 생활이 걸린 문제였다. 주민들 모두가 한 가지씩 안타까운 사연을 지니고 있다. 또 소문은 어찌나 그리 빨리 퍼지는지 동네 사람들 입소문에 한번 오르기 시작하면 여간 곤란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 면에서 보았을 때 원미동 주민들은 새 사람을 그리 반긴다는 인상을 주진 못했다. 원미동이 새 삶을 시작하기 위한 터전임은 썩 마땅치 않아 보였다.
‘원미동 사람들’은 1980년대 살아가는 사람들의 옛날이야기라고 가볍게 여길 수도 있다. 대수롭지 않은 친숙한 이야기라고 생각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이번에 책을 읽으면서 몇 가지를 알게 것 같았다. 가볍게만 느껴지는 삶 또는 생활의 무게가 사실은 어깨를 짓누르는 거대한 고민이라는 것, 서로 잘 살아가기 위해 외면보다는 타협과 양보, 배려가 조금은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주위를 관심 깊게 한번 바라보는 것도 좋은 일일 것 같다.
‘원미동 사람들’은 이번이 세 번째 읽는 것이다. 기억에 남았던 내용이 있고 아닌 부분도 있었다. 읽을 때마다 어떤 식으로 형용할 수 없는 감정들이 밀려오는 느낌이다. 현실에서 흔하게 있을 법한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 일의 내면한 부분까지는 나에게는 관심 밖의 일이었다. 그러나 ‘원미동 사람들’은 주변 인물에 대한 사건의 내면을 면밀하게 나에게 알려 준다. 알고 싶지 않고 관심 가져 봤자 뭐하냐며 외면해 왔던 나의 태도를 일깨워주는 책이었다.
‘원미동 사람들’은 1980년대 살아가는 사람들의 옛날이야기라고 가볍게 여길 수도 있다. 대수롭지 않은 친숙한 이야기라고 생각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이번에 책을 읽으면서 몇 가지를 알게 것 같았다. 가볍게만 느껴지는 삶 또는 생활의 무게가 사실은 어깨를 짓누르는 거대한 고민이라는 것, 서로 잘 살아가기 위해 외면보다는 타협과 양보, 배려가 조금은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주위를 관심 깊게 한번 바라보는 것도 좋은 일일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