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이 책의 마지막장을 읽었을 때 왜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줄곧 베스트셀러에 자리매김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책을 다 읽고 덮었을 때 딱 드는 생각은 ‘와..처음부터 끝까지 흠잡을 곳 없이 완벽하다’ 이었다.
나미야 잡화점의 주인 할아버지가 죽고 오래전부터 폐점 상태인 가게에 세 명의 젊은 도둑들이 하룻밤의 도피처로 숨어들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나미야 잡화점의 주인 할아버지는 과거 인근 주민들의 고민 상담소 역할을 하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장난으로 시작했던 고민상담 잡화점인 나미야 잡화점에서, 과거와 현재의 연결이라는 소재로 내용이 이루어진다. 여러 개의 고민이 등장하는데 각각의 고민은 참신하기도 하고 또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전문적인 상담가도 아니고 사회적으로 하위계층에 속하는 3명의 좀도둑이 고민의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것이었다. 작가는 일반인의 고민 상담을 통해서도 의뢰인의 고민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한 것 일까? 아마 어떤 방식으로든 누구나 상대방에게 도움이 될 수 있고, 누구나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려주려는 것 같다.
사람은 고민에 대한 해결책을 자기 마음속에 이미 간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에게 고민을 토로하고 조언을 구한다. 자신의 마음속에서 정해진 답을 듣지 못했음에도 자신이 처음 생각했던 답대로 행동한다. 아마 이렇게 행동하는 이유는 자신의 해답에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확신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책에서 의뢰인들이 나미야 잡화점에 고민편지를 보낸 것도 이와 같은 이유이다. 자신이 정한 해답에 대한 용기를 얻기 위해서 보낸 것이다. 나미야 잡화점의 주인 할아버지도 고민을 해가며 답장을 해준 이유가 사소한 말 한마디가 의뢰인에게 엄청난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또 의뢰인의 고민에 공감해주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위로와 용기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설령 엉터리 같은 내용이라도 서른 통이나 이 궁리 저 궁리 해가며 편지를 써 보낼 때는 얼마나 힘이 들었겠냐. 그런 수고를 하고서도 답장을 원하지 않는 사람은 절대로 없어. 그래서 내가 답장을 써주려는 거야. 물론 착실히 답을 내려 줘야지. 인간의 마음속에서 흘러나온 소리는 어떤 것이든 절대로 무시해서는 안돼”
나미야 잡화점 주인 할아버지와 3명의 젊은 도둑은 올림픽을 준비하는 여자, 생선가게뮤지션 등 많은 고민 의뢰인들에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언을 해 주었고, 조언을 받아들여 그대로 행동한 사람, 조언과는 반대로 행동한 사람 등 의뢰인의 결정을 다 달랐지만 어쨌든 마지막은 자신의 선택대로 행동한 것이었고 결과가 어떻든 모두가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과거와 현재 미래가 연결되어 있는 소설이다. 나와는 전혀 관련이 없었던 줄만 알았던 것들이 나의 인생에 상당히 많은 영향을 미치고, 사소하게 생각했던 것 하나가 엄청날 결과를 야기하게 될 수도 있다. 또 나의 한마디가 상대방에 인생에 엄청난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사소한 일이더라도 이 일이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니 매사에 최선을 다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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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독서 (책은 왜 읽어야 하는가)
어렸을 적 나는 책을 좋아하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아니, 평범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나는 보통 책을 좋아하는 사람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가진, 약간은 조용하면서 너드(nerd) 한 아이였다. 중학생 때까지는 책을 나를 위하여 읽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엔가 책을 읽으면서 나고 모르게 바뀌어 가는 나를 보게 되었다. 나는 소설을 주로 읽었다. 소설 속에 나오는 주인공들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그들의 삶을 살펴보면서 소심하고 조용하고 약간은 교만했건 내가 어느 순간부터 남을 공감해 줄 수 있는 사람으로 바뀌는 것을 느꼈다. 그 이후로 책 읽기의 중요성을 절실히 체감하였고 꾸준히 책을 읽고 책 읽기를 전파하고 있다.
그러던 중 학술정보관에서 게시판을 살펴보다가 서민 독서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다. 사실 서민 교수님은 워낙에 유명하신 분이라서 많이 들어봤지만 나는 그분이 기생충에 관한 책 만을 쓴 줄 알았다. 하지만 이번에 서민 교수님이 쓴 서민 독서라는 책을 읽고 내 생각이 짧았구나를 알게 되었다. 서민 교수님은 서민 독서에서 시작하는 말로 ‘독서가 나를 구원했다‘라고 한다. 그 순간부터 서민 교수님이 ‘아 나와 같은 것을 느끼신 분이시구나!’라고 느꼈다. 그러니 책을 읽는 시간이 너무 재미있었다. 교수님의 직설적인 말투에 약간은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알맞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민 교수님은 책을 읽는 주된 이유 중 하나가 이유는 공감능력을 향상해 주기 때문이라고 하신다. 나도 이에 100% 아니 1000% 동의한다. 사람이 살면서 인간 세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체험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소설 속 주인공들의 삶을 통하여 간접경험을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책은 그림보다는 글이 주를 차지하고 있기에 글을 이해하려면 나의 머릿속에서 내가 직접 그 주인공이 되어야 하고, 그런 훈련을 많이 하다 보면 인간에 대한 공감능력이 생길 수밖에 없다. 나도 이러한 부분을 경험했기에 이 부분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읽었다. 그리고 2부 책 읽기의 힘에 나오는 12가지 주제들에도 전부 다 공감을 하였다.
하지만 약간의 아쉬움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왜냐하면 요즘은 책의 지식도 모두 다 옳은 지식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서 책을 많이 접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책에 나오는 지식들은 무조건 좋은 것‘이라고 잘못 생각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 이유는 우리가 너무나 단편적이고 일시적인 지식을 접하기가 쉬운 시대에 살고 있어서라고 생각한다. 만약 깊이 생각하는 힘이 우리에게 있다면 항상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유지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책이 가지고 있는 양면성에 대하여 생각해 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사실 저자가 말한 것처럼 독서는 삶을 살아갈 때 아주아주 도움이 많이 된다. 하지만 잘못된 정보를 전하는 책들도 많고 개인적인 의견에 치우쳐서 다른 면을 보지 못하는 책들도 있다. 이러한 책들을 잘 구분하고 분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또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면서도 나의 가치관을 세워가는 연습을 해야겠다는 다짐도 하였다.
아, 물론 좋은 책을 찾고 내것으로 만드는 노력은 계속 해 나갈 것이다!
우아한 거짓말 (김려령 장편소설)
‘내일을 준비하던 천지가, 오늘 죽었다.’
우선 김려령 작가님은 중고등학교 때 가장 좋아하던 작가님이다. 『완득이』의 저자이시기도 한데, 『완득이』를 알기 전에 이 작품을 먼저 접하였다. 이 책을 읽고 작가님의 문체에 빠져 다른 작품들도 찾아 읽게 되었었다.
『완득이』와 『우아한 거짓말』 모두 영화화되어 개봉되었다. 200페이지가 넘는 이야기를 겨우 2시간도 안 되는 영상으로 담아낸 것에는 생략된 내용이 많았고, 한국 영화 특유의 개그코드가 심어져 있었다. 영상과 글의 장단점을 몸소 체험하게 되었는데, 둘 다 책을 너무 재밌게 읽어 역시 원작은 못 따라간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영상보다는 글을 더 좋아한다. 영화로 접하는 문학작품은 그 주인공이 배우 안에 갇힌다는 느낌이 들 때가 종종 있었다. 주인공의 외형적인 요소나 목소리 등은 상상하며 책을 읽는 재미 중 하나이다.
이 책은 꽃답고 어리디 어린 중학생이 돌이킬 수 없는 선택으로 생을 마감하는 주인공 천지와 그를 자살로 밀어 넣은 친구 화연. 그리고 이 둘의 관계를 알게 된 천지의 언니 만지 사이에 일어나는 일을 보여준다. 친한 친구였음에도 불구하고 학교 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되어버린 둘. 세월이 가면 갈수록 점점 심해지는 학교 폭력과 더 이상 아이들이 아닌 것 같은 아이들이 낯설기만 하다. 실제로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는 일이라 더 안타깝다.
‘학교폭력 피해자의 자살’이란 주제를 김려령 작가님은 몰입력이 강한 필력으로 풀어낸다. 그 몰입감으로 책을 읽으며 나까지 상처를 받기도 했었다. 추리 소설을 보는 듯한 구성, 치고 빠지는 대사, 절제된 서술은 감정이 오히려 더 크게 느껴지기만 했다.
계획된 자살과 마지막의 주인공이 꾸는 꿈. 주인공이 죽기 직전 든 생각인 그 꿈은 자살하기 직전, 엄마와 언니가 자신의 자살을 막고 위로해주는 꿈이었다. 이 책을 읽고 자살하는 사람의 후회와 그 가족이 받는 상처를 조금이나마 느꼈는데, 삶을 살아가는 작은 동기부여가 되기도 했다.
구덩이 (창비청소년문학 2)
우리 궁궐의 비밀 (그들이 말하지 않는,광화문 해태 앞다리는 누가 부러뜨렸을까)
경복궁 정문인 광화문의 역사는 수난과 극복의 기록이라고 한다. 조선 왕조의 탄생과 함께 만들어진 광화문은 200년 뒤 임진왜란 때 완전히 불타 사라졌고, 270여 년 동안 폐허로 존재했다고 한다. 왕조의 중흥을 꿈꾸며 추진해 중건한 광화문은 왕조의 몰락과 함께 허물었다고 한다. 그 터에 조선총독부 청사를 건립하기 위해서였는데, 완전히 없애려고 하였으나 여론의 반대에 부딪혀 그러지 못하고 이전시킨 광화문은 6·25 전쟁 당시 폭격으로 화강암 기단만 남고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고 한다. 이후 박정희 대통령이 조선총독부를 가리기 위해 광화문을 복원했다고 하는데, 처음에 기리기 위해라고 잘못 보고 두 눈을 의심했었지만 다행히 잘못 본 것이었다. 광화문에 대한 이야기는 복원뿐만이 아니라 현판과 해태에 대한 이야기도 매우 흥미로웠다.
이 책은 궁궐에 숨겨져 있는 오류들을 지적하고 이에 대해 수정할 것을 문화재청에 요구하는 내용으로, 비판적인 시각이 흥미를 돋웠다. 무교인 나는 책을 읽기 전에 스님이 저자인 것을 보고 지루하진 않을까 걱정했으나 딱히 그렇지도 않았다. 저자는 이 책이 인문교양적인 지식을 전달하는 것에 목적을 두지 않는다고 하였으나 다른 곳에서 배울 수 없는 정말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우리 문화재를 이렇게밖에 다루지 않았다는 것이 많이 씁쓸하기도 했고, 일본과 관련된 이야기를 읽을 땐 화를 참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역사 시간에 배우지 못한 역사를 궁궐을 통해 바라본 것이다. 앞으로 문화재와 관련된 청원이나 기사를 쉽사리 지나치지 못할 것 같으며, 나조차도 문화재에 관심이 많이 없었지만 다른 사람들도 우리 문화재에 작더라도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