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희의 ‘중국인 거리’는 차이나타운에서 많은 일들을 겪는 ‘나’ 성장하게 되는 소설이다. 전쟁후의 모습과 여성의 잔혹했던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소설 속 ‘나’ 주변의 많은 등장인물들은 각자 자신들만의 어려움을 안고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겪는 사건들을 모두 극단적이고 적나라하게 표현된다. 결말 부분에서도 나타나듯이, 어린 나이의 주인공은 중국인 거리에서 끔찍이 여성들이 학대당하는 모습을 거의 직접적으로 보는 과정에서 마지막에 초경을 겪고 여성으로서 한층 성숙해진다는 마무리로 끝이 난다. 오늘날의 페미니즘 문학처럼 적극적이진 않지만, 여성의 아픔과 비애를 담고 있ㄷ는 점에서 여성문학의 범주에 넣을 수 있다.
중국인 거리는 인천 상륙작전 당시의 여성들의 삶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작가 본인이 당시의 인천에 거주해 사실성이 더 드러나는 책이였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 책이 사실에 기반했다고 생각하며 읽었다. 책이 전반적으로 어두운 분위기와 배경을 보여주고 있으며, 당시 시대적인 상황을 잘 표현한 것 같다. 무엇보다 인간이 약육강식의 상황에 있을 때 얼마나 폭력적이고 잔인해질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책이다 그리고 피해자가 항상 약자라는 결말이 서술될 때 현실보다 더 실재 같은 느낌을 받았다.
또한, 옛날 여성은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이 삶의 행복을정하는 기준이였다는 게 실감이 났다. 현재도 가부장적 사상이 군데군데 남아 있지만 저자가 살았던 시절에는 지금보다 더 고통스러운 가부장 사상이 존재했다는 것도 무섭게 느껴졌다.
소설의 굵은 줄거리는 6.25전쟁으로 폐허가 된 항구도시 인천에 위치한 중국인 거리, 탄가루로 잿빛을 이루는 공기, 해인초 냄새 그리고 그 속에 가난과 차별로 물든 하루하루를 꾸역꾸역 살아내는 하층민들의 이야기를 혼란 속에 성장해 가는 한 소녀의 관점에서 쓴 단편 성장 소설이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보다 더 마음이간 인물은 국제결혼을 통해 미국에 가게 될 거라는 희망을 안고 힘든 삶을 버텼지만, 결국 흑인 군인에게 처참히 살해당한 매기 언니이다. 그녀는 ‘양갈보’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었다. 매기를 살해하기 전에 함께 살았던 미국 시민권을 소유한 군인 남자는 헌신적인 그녀를 학대하였고 술에 취한 채 아무 거리낌이나 죄의식 없이 떨어트려 살해하였다. 그 후에 그 살인자가 재판을 받고 합당한 처벌을 받았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그녀를 제외하고라도 이 소설에서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죽고 고통스러워하고 삶의 의지가 보이지 않는 인물들 뿐이였다.
소설을 읽으며 당시 차이나 타운의 생성도 흥미로웠지만 당시 주둔했던 미군의 실체를 알게된 소설이기도 하였다. 이 소설에서는 누구하나 불쌍하지 않은 인물도 없었고 착한 사람도 없었다. 시대적 배경때문인지 모두 공포스럽고 괴기스러웠다. 현대와 비교해보면 나는 상상도 못할것 같다.
전쟁으로 인해 괴로워하는 사람들과 인천이라는 지역에 새로이 만들어진 중국인거리 그리고 미군들 지금의 평화로운 인천 차이나 타운의 모습은 전혀 생각나지 않은 오정의 작가의 “중국인 거리”이다.
황순원 작가의 소나기는 우리 문학사의 현대소설을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이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이 작품은 그러나 사실 처음부터 인기를 얻지는 못하였다, 이 작품은 교과서에 수록된 이후 대중들에게 멀리 퍼지게 된다. 원작의 제목은 <소녀> 였지만 교과서적 특성상 선정적인 부분을 총 세 곳 삭제한 후 <소나기>라는 우리가 아는 작품으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또한 이런 선정적인 부분 말고도 그당시 영미문학에 심취해 계셨던 황순원 작가는 다산을 상징하는 대추와 밤을 유럽문화와 관련 깊은 호두로 바꾸는 등 여러 비하인드 스토리들을 느낄 수 있는 그러한 소설이다. 이러한 작품 외적인 부분들을 생각하면서 다시 한 번 순진한 소년과 소녀의 사랑이야기를 살펴본다면 더욱 흥미진진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625 전쟁 이후에 주인공 소녀는 인천의 중국인 거리로 이주하게 된다. 책 속 폐허가 된 건물, 그리고 중국식 건물들은 전쟁의 아픔을 담고있는 모습의 배경을 표현한 내용은 전후상황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지금의 삐까번적한 차이나타운으로 예상해볼 수 있는 중국인의 거리는 알고보니 함께 전쟁을 이겨낸 아픔이 있는 장소였던 것이다. 그동안 중국인이라고 하면 화교가 생각나는 것이 고작이었는데 몇 십년 전부터 우리와 같은 아픔을 지니고 이겨내고 같이 공동체를 이루고 살았다는 생각에 약간은 부끄러운 생각이 들기도 했다.
소녀의 눈으로 본 그 당시 모습은 마냥 좋기만 하지 않았다. 석탄가루와 과자를 교환하는 아이들. 양갈보를 꿈꾸는 아이. 여덟번째 어머니의 임신. 죽음을 맞이한 메기언니나 할머니를 보며 성숙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아직은 어린 소녀의 눈으로 이러한 죽음에 대한 목격 등은 슬픈 감수성과 전쟁의 아픔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죽음과 삶에 대한 이야기들이 교차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은 전쟁을 간접적으로 겪은 세대에게도 전쟁의 여파가 은연중에 드러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게 해준다. 일상적인 내용들로 이루어지고 주인공이 소녀이지만 담담한 문장들은 더욱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부분이었다.
이 책은 1부는 첫사랑, 2부는 없는 자의 슬픔이라는 주제로 우리에게 친숙한 단편소설들의 모음집이다. 1부에서 순수한 사랑, 첫사랑의 설렘과 아픔을 담는 이야기를 전해들으며 잔잔한 감동을 느낄 수 있고, 2부에서의 없는 자의 슬픔이라는 주제로,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갈망하는 자가 돈과 명예, 혹은 지위나 권력을 손에 쥐기 위해 발버둥치다가 그것들이 박탈되고 결핍이될때 얻는 허무함 과 같은 이야기를 전해주며, 힘들어도, 가진것이 없어도, 그렇지만 살아가야하는 나에게 자그마한 위로가 되준다.
이 책들은 매우 유명한 단편소설들로 구성되어있는데 그중에서 나는 1부에서의 첫사랑 주제에서, 소나기라는 단편소설을 감명깊게 읽었다. 시골에서 처음만난 소녀와 소년은, 집안사정이 달랐음에도 그에 거리낌없이 친해지고 사랑하며, 그리고 안타까운 이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나에게 어렷을적 풋풋한 첫사랑의 설렘, 첫사랑의 이별과 아픔에 대해 다시 추억을 되새겨보게 하고, 여운을 남겨주었다.
‘관촌수필’의 4번째 이야기 ‘녹수청산’은 어린 시절 주인공 ‘나’와 놀아주던 나이 많은 대복이의 이야기이다. 느낀점에 앞서 줄거리를 이야기 하자면, 우리가 이사를 왔는데 사립문 하나 사이를 둔 옆집에 ‘나’보다 여남은 살 정도 더 먹은 대복이와 가족이 살고 있었다. 대복이의 아비인 조서방과 대복 어미, 대복이 이렇게 셋이서 가난한 살림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조서방은 남의 집 품팔이를 하여 하루 먹을 끼니 정도만 해결하고, 대복 어미는 시키지도 않은 우리집 허드렛일을 하며 얻어가는 밥과 반찬들로 먹고 살고 있었다. 대복이는 힘이 장사이고 ‘희망 없는 애’라는 별명이 있을정도로 나쁜일을 많이 한다. 해가 바뀌면서 우리 읍내에 전에 없던 일들이 생겼다. 여기저기 미군들이 돌아다니게 된 것이다. 대복이는 이들을 상대로 심부름을 해주며 돈을 얻어오게 되었다. 그러나, 어느 날 대복이를 앞세운 순사가 들이닥쳐 그동안 대복이는 미군들 심부름을 해서 돈벌이를 한 것이 아니라 도둑질을 해왔던 것이 들통났다. 이때부터 대복이는 변해버리기 시작했다. 언행도 거칠어지게 된 것이다. 결국 계속된 도벽에 소까지 훔치게 되고 이로 인하여 유치장 신세를 지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 전쟁이 발발하였다. 그해 7월 쯤 인민군 손에 옥문이 열려 출옥한 대복이가 돌아왔다. 전쟁통에 폐허가 되어버린 마을을 보고 목놓아 울어버리고 말았다. 정이 많고, 새롭게 살아볼 각오를 하는 듯 보였던 대복이는 참봉집 손녀딸인 순심이를 건드리려 하여 강간 미수로 잡혀 들어갔다. 그 와중에도 대복이에 대한 나의 애정은 식지 않았다. 이 일로 또 갇히게 된 대복이는 가을 어느 날 갑자기 돌아왔다. 이번에는 국방군들이 올라와 그를 풀어준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듣고 참봉댁에서는 하루종일 대문을 걸어 잠그고 그를 경계하고 있었다. 그러나 뜻밖에도, 대복이가 순심이가 사라진 참봉댁 머슴으로 들어갔던 것이다. 사람들 모두가 조만간 무슨 일이 일어날것만 같다고 하였지만 시간이 지나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대복이는 정말 충직스러운 머슴이 되어 가고 있었다. 그러나 오래가지는 못했다. 전쟁이 한창이던 때라 영장이 나왔다 하면 이미 죽은 목숨이었던 그 때, 대복이에게도 영장이 나왔던 것이다. 다음날 대복이는 눈물범벅이 되어 전장으로 떠났다. 그런데 그날 상상치도 못하게, 그동안 소식도 없이 죽은줄로만 알았던 순심이가 나타난 것이다. 새하얀 얼굴을 한 순심이가 경찰에 의해 잡혀가고 있었던 것이다. 사연인즉 이랬다. 인민군이 북으로 올라가고 국방군이 남에서 올라오자 신변의 위협을 느꼈던 순심이는 골방 구들장을 데어 내고 그 밑에서 생활을 했었다. 그러나 대복이에게 들킨 것이다. 이에 대복이가 이 집의 머슴으로 들어갔던 이유도 밝혀졌다. 어쩌면 숨어 있는 순심이를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던 대복이지 않을까 싶다. 출경하는 날 순심이 어머니는 신작로 초입까지 나가 대복이를 배웅했지만 순심이는 방고래에 숨어 있었다. 그러나 순심이는 견딜 수가 없었다. 이것이 마지막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스스로 구들장을 나와 밖을 볼 수 있는 변소로 숨어들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대복이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치밀어 오르는 구토감을 참을 수가 없었다. 입덧이었던 것이다.
‘관촌수필’은 6.25전쟁과 1970년대 산업화 시기를 거치면서 현실의 불행과 억압을 견디며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대복이의 이야기를 통해 근대화 과정에서 사라진 전통적인 농촌 공동체에 대한 회고와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녹수청산’의 내용중 “나무두 마주스는 게 있구, 꽤구락지도 올챙이가 크야 자손 본다우. 지랄을 해두 분수가 있으야지, 동네 챙피스러 친정에두 못 가겠어.” 와 같은 충청도 방언의 대사들을 통해 농촌의 친근감을 느낄 수 있었던 점이 인상깊었다. 책을 읽으면서 문학기행을 통해 이 작품의 실제 배경인 충청도 보령에 가서, 그 시절 주인공 ‘나’나 대복이의 마음을 직접적으로 공감하기는 어렵겠지만, 팀원들과의 여행을 통해 내용을 회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는 생각을 끝으로 이 독후감을 마무리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