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남 오빠에게 (페미니즘 소설)
반딧불이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螢.納屋を燒く.その他の短編)
껌
일상 속 ‘새삼스러움’ 찾기
– 김기택 시인의 『껌』
시인 김기택의 『껌』은 우리에게 익숙해져 거들떠 보지 않는 것들을 관찰한다. 「그와 눈이 마주쳤다」에서는 길고양이를, 「삼겹살」에서는 삼겹살을 먹고 온몸에 남겨진 삼겹살의 흔적을, 심지어 「절하다」에서는 좌판에서 팔리고 있는 전기 통닭구이까지 관찰한다. 시인은 익숙한 것들을 관찰함으로써 그 사물에 대한 생경함을 느끼게 한다. 너무나도 세세한 관찰이라 그 대상에 대해 어라 이런 모습이 있었나 하고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익숙한 것들을 아주 세세하게 관찰하는 김기택 시인과 달리 나는 익숙한 것에 쉽게 질려버린다. 익숙함이 마냥 반갑지는 않은 것이다. 버릇처럼 가는 식당은 또 이 메뉴냐며 투덜대면서 들어가기 일쑤다. 오래 돼 어느 사이에 느려져버린 노트북도 달갑지 않다. 그렇다고 무조건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것은 또 아니다. 매사가 조심스러운 나는 신입생 환영회, 아르바이트 첫날 같은 것들은 말만 들어도 고역이다. 스마트 폰 등 전자기기도 새로 적응하는 게 귀찮아 잘 바꾸지 않는다. 새로운 것은 무엇이든 서툴기 때문에 불편하다. 그래서 김기택 시인이 익숙한 것들 속에서 찾아내는 ‘새삼스러움’ 은 익숙함과 새로움 그 어디에도 마음을 두지 못하는 나에게 큰 메시지가 된다. 새삼스러움이란 우리의 일상에 익숙하게 있는 것들을 갑작스레 낯설게 느끼는 것이기 때문이다.
「껌」을 예로 들자면, 나는 일상 속에서 껌을 수없이 봐 왔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껌을 자세하게 살펴 본 경험은 없을 것이다. 게다가 누군가 씹다가 버린 껌은 더더욱 그렇다. 그도 그럴게 단돈 500원에 사 단물이 빠진 뒤 뱉어 버리면 그만인 것이 껌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김기택 시인은 누군가 씹다 버린 껌을 집요할 정도로 관찰한다. 우리는 김기택 시인처럼 씹다 버린 껌에서 ‘지구의 일생 동안 이빨에 각인된 살의와 적의를 제 한몸에 고스란히 받고 있던’ 모습을 찾거나 ‘이빨이 먼저 지쳐 마지못해 놓아준’ 것이라는 감상을 느끼지는 못한다. 지나치게 익숙하며 어디에든 널려 있는 껌은 그 누구도 깊게 들여다보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김기택 시인의 집요한 관찰은 껌이라는 대상을 다시 바라보게끔 한다. 껌이 낯설어 지는 것이다. 그저 우리에게 씹히는 음식물에 지나지 않았던 껌이 잇자국이 남겨지는 대상, 이가 먼저 지쳐 뱉어지는 대상으로 새롭게 받아들여진다.
익숙한 것에서 생경함을 찾는 것은 비단 사물에만 가능한 것은 아닐 것이다. 주변에 너무나도 익숙하게 존재해 있던 것들 사물이나 사람, 환경 같은 일상 모든 것들에서 생경함을 찾을 수 있다면 껌이 그랬듯 모든 것들이 새롭게 보일 것이다. 새롭지만 익숙하기 때문에 서툴지 않게 말이다. 어떤 큰 사건보다 반복되는 일상이 더 지치고 고민될 때가 많다. 그럴 땐 너무 익숙해져 놓치고 있는 것들이 있진 않은지 김기택 시인이 세상을 관찰하듯 주변의 것들을 깊게 들여다보고자 한다. 일상 속에서 ‘새삼스러움’ 찾기 위해서 말이다. 너무나 익숙해져 별것 없는 하루가 모여 일상이 되고, 별것 없는 일상은 우리의 인생을 이룬다. 별것 없는 것들의 소중함은 멈춰 서 자세히 바라보다 생경함을 찾았을 때부터 시작되는 것은 아닐까.
한때 소중했던 것들 (이기주 산문집)
좋아하는 노래 가사에 이런 말이 있다. ‘추억은 아무런 힘이 없다. 발버둥 쳐봐도 단지 추억일 뿐…’ 정말 그러했다. 이별 후에 사무치는 감정과 단어의 소용돌이 속에서 나는 무기력하게 휩쓸려 가라앉을 뿐이었다. 돌이켜 당시의 기억들이 추억이란 이름으로 바뀌어 갈 무렵, 한 움큼 떨어져나가 생겨난 공허에 작은 알갱이들이 쌓여 상처를 메우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책의 서문에서 작가는 ‘무릇 가장 소중한 것이 가장 먼 곳으로 떠나간다.’라고 말한다. 그러니 결말이 정해진 가운데 ‘부단히 읽고 헤아려야 한다’고.
책을 읽으며 많은 문장을 노트에 적어 수집했다. 어떤 문장은 위로로, 어떤 문장은 선택으로, 어떤 문장은 상처로, 어떤 문장은 후회로 적었다. 책을 읽고 문장을 적는 것으로 이별이 익숙해질 거란 생각은 않는다. 앞으로 겪게 될 수많은 이별들은 또다시 상처로 남아 나를 침잠(沈潛)시킬 것이다. 그러나 그 언젠가 새살이 돋을 것을 안다. 오래토록 그리워함으로, 소리 없는 울음으로 새살이 돋을 것임을 안다. 그리하여 흉터진 마음을 부여잡고 ‘다시 시작’하게 될 것이다.
가끔 이 책을 꺼내어 읽으며, 수집한 문장들을 되새김질하며 ‘한때 소중했던 것들’을 추억할 그 날을 기다려본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백세희 에세이)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뱉은 말에 책임을 지고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그런 ‘어른’이 되고 싶었다. 쉽게 무너지지 않는 거목(巨木)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대학에 들어오고 여러 해가 지났지만 아직도 어른이 되지 못했다. 고집 때문에 어김없이 실패한 사랑에 끝자락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았던 학기의 성적표 앞에서, 자잘한 일에 쉽게 화를 내고 좌절하는 모습들 속에서, 여전히 어린 아이 같을 뿐이었다. 조금도 자라지 못했다.
책의 저자는 ‘기분부전장애’와 ‘불안장애’라는 질환을 앓고 있다고 했다. 그녀와 같은 증상을 겪고 있지는 않지만, 비슷한 점이 꽤 많았다. 극단적이라는 점, 그래서 중간이 없는 것, 작은 실수들을 용납하지 못하는 점(나에게나, 남에게나)이 그러했다. 낮은 자존감 때문에 남들의 시선과 평가에 하루, 한 주, 한 달의 기분이 좌우되기도 하는 점이 그러했으며, 사람에 따라 가면을 바꿔 쓰며 이상적인 내 모습을 그려내기 바빴던 점이 그러했다.
책을 읽으며 정신과 전문의와 저자의 상담이 작은 위안이 되었다. 나만 이상한 줄 알았는데 비슷한 사람이 꽤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신을 위해서 ‘합리화’해도 괜찮다는 말이(물론 과도해지면 문제가 된다고는 했지만) 위로가 되었다. 다른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 조금씩 솔직해지는 연습을 하라는 말이 ‘나를 따뜻한 시선으로 볼 수 있는’ 용기가 되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베스트앨범은 사지 않아’ 등 많은 시와 자기계발서와 노랫말들이 우리의 상처를 긍정하고, 그늘을 긍정한다. 또한 청춘은 아픈 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힘을 내서 이겨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말들은 어떤 때는 위로보단 상처가 되어 우리의 마음을 할퀸다.
이제 나는 확실하게 위로가 되는 말을 안다. 앞으로 누군가를 위로하고 싶을 땐 이렇게 말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괜찮아, 떡볶이 먹으러 갈까?”
나목.도둑맞은 가난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한비야는 원래 세계 일주를 목표로 하는 자유로운 여행자였으나 월드비전에 합류하면서 긴급구호요원으로 활동을 합니다. 사실 세계 여행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자신이 현재 이루어 놓은 것을 다 포기하고 떠나는 것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비야는 그것을 넘어서 어려운 사람들을 구조하는 일까지 합니다.
한비야는 구조의 세상은 우리가 아는 세상과 완전히 다르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아는 세상은 무한경쟁의 세상이지만, 구조의 장을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서로가 경쟁의 대상이 아닌 사랑해야할 대상, 가진 것을 나누는 대상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세상으로 가기 전 경쟁의 세상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한비야가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더 느꼈습니다. 한비야는 경쟁의 세상에서 이루어 놓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구조의 세상으로 갔기 때문입니다.
어떤 대학생은 한비야에게 “재미있는 세계여행이나 계속하지 왜 힘든 긴급구조를 하세요?”라고 물었다고 합니다. 한비야는 이에 구조하는 일이 자신의 가슴을 뛰게 하고, 피를 끓게 하기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한비야는 자신 스스로에게 항상 ‘무엇이 나를 움직이는가? 가벼운 바람에도 성난 불꽃처럼 타오르는 내 열정의 정체는 무엇인가? 소진하고 소진했을지라도 마지막 남은 에너지를 기꺼이 쏟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라고 묻는다고 합니다. 한비야는 그것이 긴급구호라고 확신했기에 그 길을 가는 것입니다.
긴급구호는 아주 위험한 곳이었습니다. 한비야가 처음 긴급구호를 나간 아프가니스탄은 갑자기 총격전이 벌어질 수도, 폭탄이 떨어질 수도, 지뢰가 있을 수도 있는 나라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위험들을 이겨내고 죽음 문턱에 있는 아이들을 살려내는 일은 한비야의 가슴을 뛰게 했습니다. 아이가 살아서 미소를 짓고 있는 얼굴을 보면 그동안 힘든 일들이 싹 잊혀지고, 행복만이 가슴속에 차올랐다고 합니다. 남을 돕는다는 일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 글을 읽기만 해도 전해졌습니다.
비록 우리는 한비야처럼 긴급 구호 팀에서 어려운 사람들을 도울 수는 없지만, 세상 속 소외된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져주고, 도움을 준다면, 모두가 행복해지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사랑받지 못한 여자
이 책도 등장인물이 매우 많아서 적으면서 읽었던 기억이난다.
책의 시작은 두명의 살인사건으로 시작된다. 검사와 이자벨이라는 여자이다. 읽다보면 이 두 살인사건이 연관된 것임을 알게된다.
등장인물중에 누가 사건의 범인인지 유추하기가 쉽지않아 흥미진진하다.
결과적으로 사건의 범인은 제목과 연관되어있다.
사랑받지 못한여자가 사랑받고싶어서 저지른 사건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돈만 원하고 사랑은 주지 않았던 남편에 대한 복수이다.
사랑받지 못한 여자의 마음이란 상상도 하지못할 만큼 비참할 것이다.
여자의 시기와 질투로 인한 분노는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깨닫게 해준다.
너무 친한 친구들
타우누스 시리즈의 특징은 등장인물이 매우 많다는 점이다. 또한 이름이 독일 이름이어서 읽다보면 누가 누구였는지 헷갈리게 된다.
그래서 애초에 메모장으로 인물을 적으면서 읽었다.
이 책은 살인사건으로 시작한다. 초반부터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또한 많은 등장인물중 누가 살인사건의 범인인지 유추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사건의 원인은 제목과 연관이 있는것 같다.
친구 넷이서 더블라이프라는 회사를 차려 공동사장으로 있고,
이 살인 사건은 그 사이에서 분란이 일어나 생긴 것이다.
추리소설이라 교훈이 남는 책은 아니지만 심심할 때 읽기 좋은책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