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덕선생전’에서 찾아보는 조선사람들의 모습
예덕선생전은 연암 박지원 선생의 소설 중 하나이다. 그는 실학의 대표주자로 잘 알려져 있다. 실학의 대표주자로 알려진 만큼 그의 소설은 이용후생을 지향하는 성향과 그 당시 성리학의 문제점을 다루고 있다. ‘예덕선생전’ 또한 양반의 허위허식을 비판하는 소설로 잘 알려져 있다. 또한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는 것과 벗을 사귀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의 내면과 덕성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예덕선생전은 읽어야할 고전 중 하나이자 앞서 말했던 교훈을 집중으로 감상이 이루어졌다. 그런데 연암 박지원이 왜 이러한 그의 생각을 엄행수라는 똥을 처리해서 먹고 사는 분뇨처리업자를 통해 드러냈을까? 이 질문에 독자들은 쉽게 대답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고전의 교훈에만 집중해 이 이야기의 이면을 못보고 있다. 그래서 이 이야기에 담긴 조선사람들의 실생활과 박지원의 의도에 집중해 감상문을 써보려 한다.
예덕선생전을 보면 왕십리의 배추, 살곶이다리의 무, 석교(石郊)의 가지, 오이, 수박, 호박등 농작물들이 나온다. 왕십리, 이태인(이태원)등 이런 지역들은 성저십리에 포함된 곳이다. 성저십리라는 것은 한성부의 외각 지역을 뜻한다. 이 소설을 통해 유추해보았을 때 이 지역은 한양 도성 내에 각종 채소들을 공급하는 역할을 했음을 알 수 있다. 성저십리 지역은 근교농업의 중심지였던 것이다. 반면 한양성 내부는 우리가 알고 있는 지금의 서울과 같은 역할을 하던 곳이다. 즉 수도, 중심지의 역할을 했던 곳이다. 한양성 내부에는 주로 양반과 같은 높은 신분의 사람들이 거주하던 곳이었다. 조선 후기가 되면서 도성 내부는 더 활발하게 도시화가 이루어졌고 상업이 성행하게 되었다. 이러한 배경으로 인해 성저십리 지역이 도성 내 주민들에게 생필품을 공급하게 되면서 상업적인 근교농업의 중심지가 된 것이다.
근교농업이 성행하게 되면서 생산성을 높이는 비료의 중요성도 커져갔다. 예덕 선생전을 보면 ‘엄행수’라는 인물이 똥을 모아 거름을 만들고 그것을 성저십리 지역에 팔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내용이 똥, 즉 비료가 그 당시 사람들에게 중요한 자원이었음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엄행수’는 인분 외에도 닭똥, 개똥, 소똥 등 여러 가축의 똥도 수거한다. 그는 종본탑의 동쪽에 살았다 했는데 종본탑은 도성 내에 위치한 곳이다. 따라서 그가 도성 내 마을에서 얻은 똥을 근교농업지에 팔았으며 도성 내에서 가축을 기르는 것이 일반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가 비료를 만들어 팔아 해마다 6,000전이나 되는 돈을 벌었다는 것에서 거름이 농사를 짓는 데 있어 필수적으로 필요한 중요한 요소였으며 그 당시 분뇨를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직업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박지원 그가 ‘엄행수’라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제목을 예덕선생전이라고 한 것은 그 당시의 현실의 모습을 반영한 까닭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는 실학자로서 일반 민중들의 삶의 풍요와 생산의 발달을 지향했다. 그는 이러한 생각을 자신의 글을 통해 드러냈다. 따라서 그가 엄행수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은 똥이라는 것이 농사를 짓는데 있어 필수적인 요소라는 생각이 반영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예덕선생전을 통해 실학적인 그의 생각을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예덕(穢德)이라는 것은 ‘더러울 예’자와 ‘덕 덕’이라는 자를 사용해 더러운 것으로부터 덕을 쌓는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박지원은 엄행수라는 인물을 통해 아무리 더러운 똥을 치우는 직업을 가진 사람일지라도 자신의 일을 성실하게 묵묵히 하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고전은 사실 문학적 가치에 집중하며 읽기보다는 문학이라는 하나의 과목이라는 틀 안에서 암기의 대상으로 다뤄졌다. 하지만 고전을 문학 그 자체로 바라보면 지금 우리가 읽는 소설과 다름없이 흥미로운 소재를 다루고 이야기를 풀어나간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한편의 추리소설을 읽는 것도 좋지만 고전문학을 꺼내 읽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