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감 없이 자유롭게 생각을 전달할 수 있는 토론이 있을까? 비경쟁 토론은 가능했다. 각자의 생각을 존중하는 태도와 눈빛이 토론 내내 완연했고, 결과적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었다. 논제 범위 안에서라면, 누구든지 떠오른 생각을 웃으며 공유했다. 아무도 탓할 사람이 없었다. 기존 토론의 핵심인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한 논리가 완벽한 답변’이 사라지자 모든 게 가능했다.
토론은 자유 논제와 선택 논제로 진행됐다. 책 ‘회색 인간’은 재밌는 줄거리의 단편 소재를 토대로 이뤄져 있다. 대부분 결말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되 적당한 해결책 없이 끝이 난다. 즉 열린 결말이다. 그래서 이번 비경쟁 토론에 적합한 책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가장 인상 깊은 논제는 [신의 소원]이었다. 신은 임의로 인간 대표자를 정하고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들어주겠다고 한다. 연쇄 살인마 잭을 비롯해 장애인 마르크스와 평범한 사내 김 군, 그리고 세계적인 재벌 등이 차례로 지목됐지만, 인류는 안전을 위한다는 이유로 전부 죽인다. 이런 행동을 어떻게 봤는지 자유롭게 대화를 나눴다.
1. 대표자로 지목된 사람은 본인이 아니기에 고민 없이 결정을 쉽게 내렸다. 이기적인 마음가짐이 문제이다.
2. 선동하는 사람과 선동당하는 사람의 결과물이다. 몇몇 무지한 사람들로 인해 파국으로 치닫지 않기 위해서는 나 스스로 판단의 잣대를 가져야 한다.
3. 이야기일 뿐이지만 현대 사회 현상과 비슷한 면모가 있으니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이렇듯 같은 이야기를 다르게 해석하는 친구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다양한 생각들이 모여서 식견을 넓히고,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좋은 기회였다. 또한 내 생각에 자신감을 가지고 용기 있게 말문을 여는 시도가 가능했다. 이번 활동을 통해 색다른 토론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고 앞으로도 개인 역량을 키울 수 있는 활동이 더 많아지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