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 (양귀자 장편소설)

  

『모순』을 읽으면서 가장 깊이 남았던 문장은 우리들은 남이 행복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고자신이 행복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언제나 납득할 수 없어한다는 구절이었다이 말은 꽤 충격적으로 다가왔다그동안 나 역시 다른 사람의 불행은 쉽게 넘기면서내 불행은 부당하다고만 여겨왔던 건 아닌지 돌아보게 만들었기 때문이다토론을 하면서 진진이라는 인물이 겪는 가족과의 갈등사랑 속에서의 혼란그리고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은 결국 ‘행복이라는 감정과 얼마나 가까워질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였다는 걸 느꼈다.

진진이 “나의 인생에서 ‘는 당연히 행복해야 할 존재였다고 말하는 장면에서그의 모든 선택과 고민이 사실은 스스로를 사랑하고자 하는 몸부림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도 해보았다이번 독서 토론은 단순히 책 내용을 해석하고 나누는 자리를 넘어서나와 주변 사람들그리고 ‘행복이라는 감정에 대해 스스로 질문해보는 계기가 되어 좋았다


그리고 또 좋았던 구절 중 하나 “인생이란 더하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까먹기도 있다는 사실을 어머니는 아마도 그렇게 표현했을 것이다.”

랑과 나의 사막 (천선란 소설)

『랑과 나의 사막』은 천선란 작가가 그려낸 미래의 사막화된 지구를 배경으로, 인간 ‘랑’과 로봇 ‘고고’의 관계, 그리고 상실 이후의 여정을 그린 소설이다. 이야기는 랑이 죽은 뒤, 고고가 홀로 남아 랑이 그토록 가고 싶어 했던 ‘과거로 가는 땅’을 찾아 사막을 걷는 것으로 시작된다. 랑과 조(랑의 어머니)를 모두 잃은 고고는 삶의 목적을 상실한 채, 오직 랑을 다시 만나고 싶다는 간절함으로 여정을 이어간다.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은 로봇인 고고가 인간처럼 감정과 그리움을 느끼고, 자기 존재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 고고는 여정 중에 다양한 인간과 로봇, 외계인(살리) 등을 만나며, 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그리고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점점 깨닫게 된다. “감정은 교류야. 흐르는 거야. 옮겨지는 거고, 오해하는 거야.”와 같은 인상적인 문장들은 이 소설이 단순한 SF가 아니라, 존재와 감정, 상실과 희망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랑을 잃은 고고의 슬픔과 그리움, 그리고 그 감정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섬세하게 그려져 있다. 고고는 랑이 남긴 기억과 마음을 곱씹으며, 자신이 랑을 위해 존재했음을, 그리고 랑이 곁에 없더라도 그 마음이 계속 남아 있음을 깨닫는다. 소설의 후반부에서 고고가 만나는 외계인 살리는, 고고가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살리와의 만남을 통해 고고는 자신도 감정을 가진 존재임을 받아들이고, 상실의 아픔을 안고서도 계속 살아가야 함을 배운다.
『랑과 나의 사막』은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상실과 그리움, 존재의 의미, 그리고 희망에 대한 깊은 여운을 남긴다. 사막이라는 황량한 배경 속에서 피어나는 작은 위로와 연대, 그리고 끝내 살아남은 이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가 인상적이다. 로봇과 인간의 경계를 허물며,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상실과 애도의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 이 소설은, 읽는 이로 하여금 자신의 감정과 관계, 그리고 삶의 목적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만든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단순한 소년의 모험담을 넘어, 인간의 양심과 사회의 모순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하는 고전이라고 생각한다.

미국 남북전쟁 이전의 사회에서 ‘허클베리 핀’이 흑인 노예 ‘짐(Jim)’과 함께 미시시피 강을 따라 떠나는 여정을 통해 자유와 우정이라는 주제를 깊이 있게 탐구할 수 있다.

이 소설의 가장 인상 깊은 점은 ‘허클베리 핀’이라는 인물이 성장해 가는 과정이다. 그는 처음엔 사회가 주입한 편견과 도덕을 그대로 믿고 따르지만, 여정을 통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법을 배운다. 특히 여정을 통해 돈독해진 ‘짐’과의 우정은 그가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에 대해 눈뜨게 되는 계기가 된다. 허크가 짐을 도망친 노예로 넘기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장면은, 당시 사회에서는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일이었지만, 독자에게는 가장 인간적인 순간으로 다가온다.

트웨인의 문체는 생생하고 유머러스하면서도 날카로운 풍자를 담고 있다. 인간사회의 위선, 인종차별, 성직자의 이중성 등 당시 미국 사회의 민낯을 드러내며,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무엇이 진짜 도덕인지? 우리가 옳다고 믿는 기준은 과연 누구의 것인지?곰곰히 생각해보게 해준 필독 교양서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다른 이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이방인 (1957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은 인간 존재의 무의미와 그로 인한 고독을 탐구하는 작품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 뫼르소는 일상적인 사건들에 대해 무심하고 감정적으로 무관심한 태도를 보인다. 그의 이러한 태도는 독자로 하여금 그가 사회적 규범을 거부하는 자유로운 영혼이라거나, 혁명적인 인물로 비추어질 수도 있지만, 사실 그는 단순히 “솔직함”에 집착하는 인물에 가깝다.

뫼르소는 거짓말을 극도로 싫어하며, 심지어 사회적 관습에 맞는 감정의 표현조차 거부한다. 어머니의 장례식에서도 슬픔을 느끼지 않거나, 사랑하는 여자에 대한 감정을 대수롭지 않게 처리하는 그의 태도는 사회적 규범에 반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가 규범에 반대하거나 저항하는 영웅적인 모습은 전혀 아니다. 그는 그저 자신이 느끼는 바를 솔직하게 드러낼 뿐이다. 이처럼 뫼르소는 사회의 기대에 맞추지 않지만, 그것이 의도적인 반항이라기보다는 그의 내면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무관심이기 때문이다.

뫼르소는 결코 영웅적인 인물도, 사회의 부조리와 싸우는 인물도 아니다. 그는 오히려 자신의 내면에 맞는 정직함에 집착하며, 타인의 기대나 사회적 규범에 의해 자신을 억제하거나 가식적인 행동을 하는 것을 거부한다. 하지만 이러한 솔직함이 결국 그를 사회로부터 고립시키고, 그의 처벌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뫼르소는 사회적 존재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않는 인물로 비춰진다.

결국, 카뮈는 뫼르소라는 인물을 통해 인간 존재의 무의미와 그로 인한 고독을 강조하려 한다. 뫼르소는 사회적 규범에 대해 반항하는 영웅이 아니라, 그저 자신이 느끼는 대로 살아가며, 그로 인해 사회의 규범과 충돌하는 인물에 불과하다. 그의 이야기는 인간이 무의미한 존재 속에서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나는 그렇게 느꼈다.

옷장 속 인문학 (키케로부터 코코 샤넬까지 세상에서 가장 스타일리시한 인문 강의)

이 책을 선정한 이유는 같은 전공의 동기들끼리 모이기도 하였고, 패션이 주가 아닌 패션과 인문학이 결합된 내용이 흥미로워서 선정하게 되었다. 평소에도 패션을 단순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이 책이 어떤 이야기를 풀어낼지 궁금했다.

 

[옷장 속 인문학] 은 우리가 매일 입는 옷이라는 일상적인 소재를 통해 역사, 철학, 사회학, 예술 등의 다양한 인문학적 시선으로 본 책이다. 저자는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인간의 욕망, 정체성, 계급, 시대정신과, 단순한 소비로서의 패션을 넘어선 문화적 의미를 풀어냈다. 특히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현대 스트리트 패션까지 다양한 시대, 다양한 관점에서 저자의 생각을 알 수 있었다.

 

책의 주요 내용은 크게 몇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이 어떻게 권력과 계급을 드러내는 수단이었는지 역사적으로 짚어내며, 특정 시대의 복식이 가진 사회적 의미를 설명한다. 또한, 옷을 통해 타인에게 보여주고 싶은 나의 모습을 연출하거나 감추는 인간의 욕망을 이야기한다. 현대 패션 산업의 상업성과 소비 문화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함께 제시하며, 패션을 단순한 유행이 아닌 시대정신의 반영으로 바라본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패션과 신체를 이야기하는 부분이었다. 우리는 옷을 입기 때문에 패션에서 신체를 빼놓을 수 없는데, 시대와 장소 등에 따라 이상적 신체의 기준이 너무나도 다른 것이 인상적이었고, 나아가 우리가 접하는 미디어에서 마른 몸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이것이 패션업계에도 이어져서 개인적으로 공감이 많이 되는 부분이었다.

또한 다양한 예술가들의 말을 통해 그들이 패션에 대해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어 흥미로웠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내가 매일 입는 옷들에 대해 더 많은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독서클럽 활동을 하며 동기들 뿐만 아니라 전공 교수님과의 대화를 통해 더욱 깊이 있는 지식을 알게 되어 매우 뜻깊은 시간이었다.

 

독서클럽 활동을 하며 동기들뿐만 아니라 전공 교수님과의 대화를 통해 더욱 깊이 있는 지식을 알게 되어 매우 뜻깊은 시간이었다. 서로 다른 관점과 해석을 듣다 보니 책을 더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고, 저마다의 경험이 담긴 이야기를 들으며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활동을 계기로 앞으로도 독서를 통해 다양한 생각을 나누는 자리를 자주 갖고 싶다.

만화의 이해

2025학년도 1학기 독서클럽(27) 테마도서 서평

작성자

신연수

도서명

만화의 이해

학번

2453028

저자명

스콧 맥클라우드

서평 내용 (개별항목 및 항목별 분량은 자유롭게 조정가능, 1,000자 이상 작성)

도서 선정 이유 (이 책을 선택한 계기나 흥미를 끈 이유) *100자 내외

영상애니, 게임트랙을 전공하면서 평소에도 만화에 대해 관심이 많았으나 막상 내가 그려보면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이 많아 고전하고 있던 상황이였습니다. 그러던 중 만화의 이해라는 책을 알게되어 독서클럽을 통해 읽을수 있게 되었습니다.

주요 내용 요약 *300~400

만화의 연출, 의미, 역사, 요소들에 관해 잘 모르는 사람도 이해하기 쉽게 비유와 사례들을 얘기하며 설명해주는데 단순히 말로 표현하는게 아닌 그 의미를 나타내는 그림들을 직접 보여주고 연출하며 더욱 이해하기 쉽게 나타내었다 때문에 다양한 연출이나 기법 또한 내용으로 잘 설명 되어있다.

제목처럼 만화의 이해를 위한 내용들이 주를 이루고 있고 그저 평면적으로만 알고 있던 내용들을 다양한 연출과 예시로 이해를 시켜주니 정확하게 이해를 할 수 있었다.

느낀점 및 인상 깊은 부분 *400~500

이 책은 만화에 대해 이해가 잘 되도록 예시, 비유, 연출을 활용하고 누구나 보편적으로 알만큼 유명한 작품을 얘기해주기에 더욱 이해가 좋았다. 특히 연출을 직접 보여주며 설명과 함께 나타내어 주는게 인상깊었고 좋았다. , 그림과 만화를 그리며 알고만 있고 정확히는 몰랐던 것들이나 무의식적으로 생각만 하고 있던 것들을 확실하게 짚어주는 내용이 많아 이젠 이해를 하고 그릴 수 있게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나 또한 빨리 내가 이해한 부분들을 바로 적용해볼 수 있을만큼 그림을 그려보고 고민해본 사람이라면 금방 이해할 수 있는 내용들이 좋았다. 또한 기존에 알고있던 내용 뿐만이 아닌 새롭게 고민해볼만한 내용이나 몰랐던 부분들도 많아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몰랐던 부분들도 인식할 수 있게 되어 만화나 그림에 대해 바라보고 생각하는 폭이 넓어졌다. 그림을 그리다 막히는 부분이 있다면 참고해서 그리기도 좋을 것 같고 다시 재정독을 해도 새롭게 이해되거나 알게되는 부분이 있을거 같아 그런 점 또한 좋다

도서 추천 여부 및 이유 *100자 내외

만화를 그리거나, 그리지 않더라도 그림을 그리고 관심이 있다면 추천 한다. 만화에 대한 내용이 많지만 그림에 관해서도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내용이 많다 특히 이 책에서 나오는 내용들은 몇 년이 지난 후에도 그 가치가 바뀌지 않을거라 생각되고 재정독을 해봐도 새롭게 알 수 있는 내용이 생겨 빌려서 읽는 것도 좋겠지만 한 권 사서 여러번 읽으면 좋을 것같다.

옷장 속 인문학 (키케로부터 코코 샤넬까지 세상에서 가장 스타일리시한 인문 강의)

독서토론을 통해 책 ‘옷장 속 인문학’을 읽고, 패션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동안 옷을 입는 행위가 단순히 패션이라는 생각을 했었지만, 이 책을 통해 패션의 요소 하나하나에 깊은 역사적 배경과 철학이 담겨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옷이 단순히 외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맥락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는 사실이 인상 깊었다. 앞으로 패션을 대하는 나의 태도가 좀 더 깊이 있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뀔 것 같다. 그러나 현대 사회의 패션이 점점 상업화되고 소비주의에 더 치우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 조금은 안타까움을 느꼈다. 또한,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의 패션과 문화가 미래에 어떻게 평가할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 지금의 패션이 미래의 역사적 기록으로 어떤 의미를 지닐지 궁금하고, 그로 인해 우리는 또 어떤 방식으로 사회를 해석하게 될지 상상해 보는 기회가 되었다. 독서토론을 통해 앞으로의 내가 패션을 대하는 방식의 변화를 생기게 해주었고 평소 좋아하는 패션을 주제로 친구들의 생각도 들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유익했다.

랑과 나의 사막 (천선란 소설)

랑과 나의 사막을 읽으며 주인공인 ‘고고’ 로봇이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책을 전개한다.
로봇이 전개하는 만큼 감정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였지만 로봇이 점차 감정을 표현하기 시작하며 책이 신선하였다.
‘랑’이라는 인물과 주인공인 고고 로봇의 좋은 추억과 기억을 회상한다. 그들은 서로 사랑을 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드는데 이는 로봇에게 있어서는 안 될 데이터 (감정)이 깃들어있다. 사실 로봇에게 감정은 있었지만 로봇 스스로가 로봇은 감정을 가지면 안 되고 존재하지도 않는다라는 데이터가 입력이 되어 있어 스스로 자신이 감정을 느끼는 것을 부정했을 것이라고 추측이 된다. 하지만 점차 스토리가 전개되며 인물 3명을 만나게 되는데 마지막 다른 행성의 생명체(살리)가 주인공에게 감정이라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알려주는 일종의 매개체 역할을 하게 되는데 이는 상징성을 주기 위해 살리라는 가상의 인물을 집어넣었을 뿐 사실 주인공의 궁극적 내면이 아닐까 한다.
140쪽의 짧은 분량으로 가볍게 읽기 좋은 책이라고 생각이 든다.

나목 도둑맞은 가난

박완서의 『도둑맞은 가난』은 단순한 자전적 소설이 아니라, 한 시대를 살아낸 여성의 내면과 사회 현실을 예리하게 포착한 문학적 기록이었다. 전쟁 직후의 가난은 그저 물질의 결핍만을 의미하지 않았다. 작가는 그 속에 깃든 부끄러움, 상실, 인간 관계의 왜곡, 존엄의 흔들림을 섬세하게 드러낸다. 특히 여성의 시선에서 바라본 가난은 ‘체험’이나 ‘극복’이라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삶의 구조적 문제였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주인공이 가난을 일시적인 체험으로 소비한 이들 앞에서 절망감을 느끼는 장면이었다. ‘도둑맞았다’는 표현은 단순히 누군가에게 빼앗겼다는 피해의 감정을 넘어, 사회 속에서 무력하게 내어주게 되는 구조적 상실을 의미하는 듯했다. 이 문장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혼자 읽었다면 놓쳤을 의미들을, 독서클럽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서로의 시각을 통해 풍성하게 확장시킬 수 있었던 경험도 소중했다. 책을 읽는 행위가 단순한 소비가 아닌, 시대와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로 이어질 수 있음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도둑맞은 가난』은 내게 문학이 가진 힘, 그리고 말하지 못했던 감정과 기억을 꺼내는 용기의 중요함을 일깨워준 작품이었다.

나목 도둑맞은 가난

박완서 작가의 『도둑맞은 가난』을 읽으며, 나는 우리가 흔히 ‘가난’이라고 부르는 것이 단순한 물질적 결핍이 아님을 절감했다. 이 책은 단지 전후의 어려웠던 시절을 회상하는 자전적 에세이가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아낸 이들의 감정과 기억, 그리고 이름 붙이지 못한 상실들을 되짚어보는 일종의 정서적 복원 작업처럼 느껴졌다.

‘도둑맞은’이라는 표현은 처음엔 이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그 말 속엔 단순히 물질을 잃은 것이 아니라, 삶의 존엄과 인간으로서의 감정까지 빼앗긴 감각이 담겨 있었다. 특히 여성의 시선에서 바라본 가난은 더 깊고 복합적이었다. 단순한 경제적 어려움이 아니라, 시대가 요구한 침묵과 체념, 그리고 그것을 견디기 위한 유머와 자조가 뒤엉킨 감정의 풍경이었다.

독서 클럽에서의 토론은 이런 감상을 더욱 확장시켜주었다. 나 혼자였다면 무심히 넘겼을 문장들이 다른 사람의 언어를 통해 다시 빛났고, 내가 느낀 감정이 결코 개인적인 것이 아님을 실감하게 됐다. 특히 작가가 마주한 자기 혐오와 동시에 껴안은 자기 긍정의 감정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의 내면과도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이 내게 남긴 가장 큰 울림은, 우리가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다시 꺼내어 바라보고, 그것에 이름을 붙이려는 노력 그 자체였다. ‘도둑맞은 가난’은 어떤 피해자의 이야기이기 이전에, 잊지 않으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누군가는 무너진 기억 속에 묻어버렸을 삶의 파편들을 작가는 문학으로 건져 올렸고, 독자인 나는 그것을 통해 내 삶을, 나의 가난했던 기억과 감정을 조금 더 정직하게 들여다볼 수 있었다.

이 책은 단지 한 시대를 기록한 문학이 아니라, 나와 너, 우리 모두의 기억을 환기시키는 조용하지만 단단한 목소리였다. 책을 덮은 지금, 나는 우리가 무엇을 잃었고, 무엇을 되찾아야 하는지를 더 깊이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