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다른 세계를 이해한다는 것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를 읽고, ICT디자인 2553036 신현지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는 처음엔 그저 신경학적인 사례들을 다룬 독특한 책이려니 생각했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마치 인간의 마음 깊숙한 곳을 조심스럽게 들여다보는 현미경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단순한 병의 사례집이 아니라, 기억, 정체성, 고통, 그리고 존재에 대한 아주 섬세한 이야기들이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통해 펼쳐졌다.

 

  가장 먼저 나를 붙잡은 건, C부인이 뇌출혈을 겪고 나서 흐릿하게 떠올린 어린 시절의 기억이었다. 그 기억은 마치 오래된 흑백 사진처럼 뿌옇지만, 그녀에게는 무언가 잃어버렸던 자신과 다시 이어지는 끈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나에게도 만약 그런 기회가 생긴다면, 어릴 적 부모님의 따뜻한 손길이나 함께 웃던 저녁 식탁의 풍경을 다시 떠올리고 싶다. 그런 기억들은 내 인생을 지탱하는 작은 돌멩이들이라, 비록 작고 흔하지만 마음속에서 언제나 무게를 가진다.

 

  인상 깊었던 부분은, 종양으로 고통받던 소녀가 스테로이드 약물로 인해 마치 고향 같은 몽롱한 세계에 들어갔다는 장면이었다. 생명이 점점 사그라드는 순간에도 마음만은 포근한 기억 속으로 걸어 들어갈 수 있다면, 그것은 고통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삶보다 더 따뜻한 마무리일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조금 더 오래보다는 조금 더 편안히를 선택할 수 있다는 이야기, 그것은 단순한 의학적 결정이 아니라 존엄에 대한 깊은 존중이라는 걸 느꼈다.

 

  자폐를 지닌 쌍둥이와 조세의 이야기는 나에게 또 다른 울림을 주었다. 사회가 정상이라고 말하는 틀 바깥에 있는 사람들, 그들이 보여주는 세계는 때로는 낯설지만 동시에 경이로웠다. 숫자를 음악처럼 느끼고, 시계를 그림으로 풀어내는 그들의 방식은 우리가 익숙하게 쓰는 언어와는 다른 언어, 마치 다른 악보 위에서 연주되는 삶 같았다. 그런데 우리는 그 다름을 이해하려는 노력보다, 자꾸 익숙한 기준 안에 맞추려 한다. 효율성이라는 이름 아래, 소중한 감각들이 얼마나 쉽게 무시되는지를 돌아보게 됐다.

 

  이 책은 내게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을 남겼다. 우리는 정말로 다름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 혹은, 우리의 포용은 말뿐이고 여전히 어떤 기준 안에서만 조건부로 허락되는 건 아닌가? 책을 덮고 나서도 이 질문은 마음속에 계속 맴돌았다. 마치 병이 아니라 존재 자체에 대해 말 걸어오는 책처럼,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는 나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을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바꾸어놓았다.

아큐정전

아큐는 비단 중국인의 시대상이 아닌, 오늘날 우리 모두의 가슴속 한켠에 남아있는 찌질함과 불쾌함, 그리고 부끄러움과 부끄러움조차 모르는 무지의 화신으로써 기능하는 존재이다. 사람들은 모두 꿈을 꾼다. 톨스토이가 말했듯이, 사람은 사랑으로 살아간다. 그러나 사랑 없는 삶은 얼마나 고단할 것이며, 얼마나 참기 어려울 것인가. 반복되는 정신승리로써 쌓아져나가는 거짓된 삶이란 스스로를 거짓 속에 파묻고 마침내 진실된 세계로부터 박리시켜 반전하여 세상의 모든 존재를 자신의 적대자로 돌린다. 분명히, 합리화는 인간에게 필요한 진통성 기작이다. 그것이 없다면 우리는 삶의 매 순간마다 찾아오는 선택과 결과의 책임과 부작용으로부터 끊임없는 고통을 당할 것이다. 그러나 분명히 합리화와 정신승리가 구분되어야 하는 이유는, 합리화는 그러한 고통들을 이겨내고 내일로 나아가게 하는 마약성 진통제와 같고, 정신승리는 그저 현재의 상황에 안주하고 썩어들어가는 보금자리에 퍼질러 앉게 하는 아편이다. 그렇다. 정신승리는 만인의 아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아큐의 삶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스스로를 돌아보고 경계하며 건강한 합리화를 조심스럽게 영위해 나아가야 한다. 아큐의 삶은 비단 중국인들만이 아닌, 확장하는 세계의 모든 시민들이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사피엔스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사피엔스』 서평: 인간이라는 수수께끼에 대한 도발적인 질문

『사피엔스』는 우리가 너무도 당연하게 여겨온 인간의 역사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유발 하라리는 이 책에서 인류의 기원을 추적하며, 우리가 어떻게 지금의 문명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날카롭고도 흥미롭게 풀어낸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허구’에 대한 이야기였다. 신화, 종교, 국가, 기업 같은 개념들이 어떻게 인간 사회를 조직하고 협력하게 만드는지를 설명하는 대목에서 무릎을 쳤다. 우리 삶을 구성하는 많은 것들이 실체 없는 ‘믿음’ 위에 세워졌다는 사실은 낯설면서도 설득력 있었다. 과학적 사실에 기반을 두면서도 철학적 사유를 곁들여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이 깊이 있었다.

또한 하라리는 ‘농업 혁명’을 일종의 “사기극”이라고 표현하며 기존의 통념을 뒤집는다.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인류는 더 많은 음식을 확보했지만, 동시에 더 많은 노동과 더 나쁜 삶의 질을 감수해야 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통찰은 인간 발전을 단순히 진보의 선으로 보지 않게 만들었다.

다만, 책 전반에 깔린 비판적 시선은 어떤 독자에게는 불편할 수도 있다. 인간의 문명과 도덕, 종교를 지나치게 도구적이고 냉정하게 바라보는 시각은 흡사 인간을 관찰하는 외계 생명체의 시선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불편함이야말로 우리가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장치였다는 생각이 든다.

『사피엔스』는 단순한 역사서가 아니다. 철학, 생물학, 경제학, 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인간이라는 존재를 탐구하는 책이다. 책을 덮고 나면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다시 하게 된다. 역사를 알고 싶어서 읽기 시작했지만, 결국 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 책. 그래서 더욱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비밀의 언어(The Code Book) (암호의 역사와 과학)

사이먼 싱의 《비밀의 언어》는 암호의 역사와 과학을 탐구한 책으로, 고대부터 현대까지 암호가 인류 문명과 함께 어떻게 진화해왔는지를 다채롭게 보여주는 책이기 때문에 암호라는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주제를  지루하지 않게 암호에 대해 더 알게되는 시간이였다. 암호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에 이 책을 읽다 보면 암호학은 단순히 ‘비밀을 숨기는 기술’이 아니라 정치, 전쟁, 사랑, 정보 그리고 권력의 본질과도 깊게 연결되어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특히 기억에 남는 부분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에니그마 암호를 해독한 앨런 튜링의 이야기였다. 암호 해독이라는 작업이 많은 생명을 구하고 전쟁의 흐름까지 바꿨다는 사실은 굉장히 놀라웠다. 이 부분은 암호학이 실제 역사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깨달았고 암호에 대해 더 깊은 관심이 생겼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현대사회에서 암호가 개인정보보호, 금융 보안,국가 안보에 필수적인 기술임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고 미래의 양자암호에도 관심이 생기게 되었다.

완벽한 공부법 (모든 공부의 최고의 지침서)

완벽한 공부법은 단순히 “열심히 하라”는 말을 넘어서, 어떻게 하면 똑똑하게 공부할 수 있는지를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설명하는 책이다. 저자 고영성과 신영준은 뇌과학, 심리학, 교육학 등의 다양한 학문적 연구를 토대로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공부 전략을 소개한다. 이 책이 강조하는 가장 큰 메시지는, 공부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방법의 차이에서 결과가 갈린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독자에게 노력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공부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줄여준다. 책에는 여러 가지 효과적인 학습법이 나온다. 예를 들어, ‘분산 학습’은 한 번에 오래 공부하는 것보다, 여러 번 나눠서 복습하는 것이 훨씬 기억에 오래 남는다고 말한다. 또 ‘테스트 효과’는 단순히 읽기만 하는 것보다, 문제를 풀거나 직접 설명해보는 방식이 학습 효과를 더 높인다고 설명한다. 이처럼 실제 실험과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한 설명은 신뢰감을 주었고, 평소 내가 잘못 공부하고 있었던 부분을 되돌아보게 했다. 책에서는 메타인지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메타인지는 자기 자신의 상태를 파악하는 능력으로,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정확히 알아야 올바른 계획을 세울 수 있다. 단순히 공부량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고 스스로 조절하는 능력이 진짜 실력을 만든다는 말에 크게 공감했다. 또 공부를 습관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작은 목표부터 시작하고, 꾸준히 반복해야 한다는 조언도 인상 깊었다. 이 책은 공부에 대한 관점을 바꾸어준다. 예전에는 공부가 그저 힘들고 지루한 일이었지만, 이제는 내가 더 나은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나처럼 공부에 대해 방향을 못 잡고 있던 사람에게 이 책은 매우 유익하다. 이론뿐 아니라 실제로 적용 가능한 방법들을 알려주기 때문에 실천 의욕도 생긴다. 앞으로 이 책에서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나만의 공부 루틴을 만들고, 꾸준히 실천해 나가고 싶다. 완벽한 공부법은 단지 공부 기술을 넘어서, 자기 자신을 성장시키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라고 느꼈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책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는 잉글랜드의 신경의학자이자 박물학자이며 또한 대중적인 작가였던 올리버 색스가 1985년 출판한 에세이로, 신경학자인 저자가 만난 환자들의 여러 실제 사례를 모은 책이다 . 뇌기능의 결핍과 과잉, 지적장애 환자들의 발작적 회상, 서번트 신드롬 등 챕터별로 나누어 보여주며 저자의 의사로서의 전문적 관점과 따스한 휴머니즘의 관점을 모두 보여준다.
그저 병리학적으로 사례를 다룬 것이 아니라 환자 한명 한명을 따스하게 바라보고  이해하게 하는 책이다. 또한 그저 읽고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나의 주변인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등 깊게 생각해보게 된다. 대부분의 이야기는 사고 또는 질병으로 뇌기능에 손상을 입은 이들의 이야기이기에 비극에 가깝지만, 그 비극적인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찾고 다시 삶을 살아가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일례로, 뇌졸중으로 인해 머릿속에서 노래가 들리는 증상을 겪은 C부인은 뇌졸중을 치료한 이후 잊혀진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며, 정말 멋진 곡들도 있었다고 서술한다. 비록 질병에 의한 것이지만 기억해내고 싶던 어린시절로의 회상을 겪은 노부인은 노래를 들을때마다 인생에 생기가 도는 느낌이었다고 한다. 이 부분을 읽으며 나는 C부인의 이야기가 그냥 병리학적 사례가 아닌 한 사람의 감동적인 이야기로 느껴졌다.
이 외에도 다양한 에피소드를 읽으며 우리 삶 속의 감사함과 따스함을 느낄 수 있었다. 뇌과학과 동시에 사람의 마음에 대해 깊게 생각하고 알고싶은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죽음의 수용소에서 (죽음조차 희망으로 승화시킨 인간 존엄성의 승리)

2091216 현준혁 2025 독서 클럽(죽음의 수용소에서) 서평
이번 독서 클럽에 참여하며 읽은 도서는 빅터 프랭클이 저자인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책이다.
빅터 프랭클은 오스트리아 빈 출신의 정신과 의사이며 2차 세계 대전 당시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끌려간 경험을 토대로 해당 겸험과 자신만의 심리학 기법을 책으로 출판하였다.
죽음의 수용소에서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는 빅터 프랭클의 수용소에서의 경험, 그리고 해당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의미 치료(Logotheraphy)를  서술하는 부분이 있다.
먼저 수용소 안에서 겪은 경험 부분에서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수용소 내부의 가혹한 환경, 그리고 그 안에서 만난 사람들을 보며 느낀 생각에 대해 서술한다.
가장 기억에 떠오르는 부분은 가혹한 환경에서 인간이 신체적으로 자유를 억압받는 상황에서 자신의 생각은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어느 한 수용자가 살아갈 이유를 찾는데 있어서 저자인 빅터 프랭클이 그 수용자의 아내를 떠올리며 살아갈 이유를 찾게 해주는 부분이다. 
위 내용은 이후 전개되는 Logotheraphy를 구상하게 해준 의미 있는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책의 뒷 부분으로, ‘로고테라피’는 ‘의미 치료’라고도 불리며, 고통속에서도 삶의 의미, 즉 여러 가치를 찾을 수 있다면 무너져 내리지 않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책에서는 각각 창조적 가치, 경험적 가치, 태도적 가치를 찾는 방식을 통해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짧게 요악하면, 해당 가치들은 성취를 통해 얻는 가치, 어떤 일의 경험이나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얻는 가치, 고통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결정하며 얻는 가치이다.
이러한 가치를 찾는다면 고통을 마주하며 버텨낼 힘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나는 해당 부분을 읽으며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위의 가치들을 얻는다면 고통을 극복할 수 있는가?’ 라는 의문에 대답을 해보았다.
먼저 창조적 가치는 성취를 통해 얻을 수 있다. 나 자신이 세상에 의미가 되는 일을 성취하는 것으로 고통을 마주할 수 있는데, 나의 경우는 나만의 고통이 아닌 다른 이들의 고통도 분명 존재한다는 생각으로 선을 행하면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또한 경험적 가치는 내가 힘들 때 격려를 해주는 주변 사람들, 그리고 책에서 사랑을 통해 기쁨을 경험하는 것이 큰 가치라고 하는데, 여자친구에게서 큰 힘을 얻었기에 경험적 가치도 고통을 마주하는 것에 큰 기여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태도적 가치는 그런 예시가 없어서 생각보다는 의미 있게 다가오지 않았다. 저자인 빅터 프랭클은 태도적 가치는 생각의 자유와 관련되어 어떤 태도를 취하는 지에 따라 고통을 크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이는 저자도 태도적 가치를 얻기는 어렵다고 말하는데, 내가 생각해도 피할 수 없는 너무나 큰 고통을 마주할 때, 나 자신의 생각, 그리고 태도를 유연하게 하며 고통을 정면에서 마주하는 것은 큰 어려움이라고 생각한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좌절할 것을 생각한다면, 나는 곧장 좌절하는 것이 아닌, 태도적 가치를 찾아 고통을 마주해보려 한다.
‘죽음의 수용소에서’는 2차 세계 대전이 한창인 1900년대의 기록이지만, 고통이라는 것은 풍요로운 현대사회에서도 존재하기에 저자가 전하는 의미 치료는 아직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담당 교수님과 진행한 토론에서, 교수님께서 말씀해주신 ‘쾌’ 라는 것, 다른 조원이 언급한 매슬로우의 욕구 이론과 의미 치료의 세 가지 가치를 생각해보며 더 깊이 있는 고찰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비밀의 언어(The Code Book) (암호의 역사와 과학)

‘비밀의 언어’는 제목부터 묘하게 끌렸다. 언어라는 친숙한 단어 앞에 ‘비밀’이라는 말이 붙은 순간, 평범한 말들 뒤에 숨어 있는 숨결 같은 것들이 궁금해졌다. 책을 펼치자마자, 단순히 암호나 수학 공식에 대한 설명이 아닌, 인간의 욕망과 두려움, 그리고 지혜가 고스란히 담긴 이야기들이 펼쳐졌다. 고대 로마의 암호부터 2차 세계대전의 에니그마, 현대의 인터넷 보안까지… 시대는 바뀌어도 사람들은 언제나 무언가를 숨기고 싶어 했고, 또 알고 싶어 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에니그마 암호를 해독하려던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수학이 단순한 계산이 아니라 전쟁의 판도를 바꾸고, 목숨을 구하는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전율이 느껴졌다. 사이먼 싱은 어렵고 딱딱할 수 있는 내용을 마치 소설처럼 풀어내서, 수학이나 과학에 익숙하지 않은 나 같은 사람도 책 속으로 자연스럽게 빠져들 수 있게 해주었다.

읽는 내내, 비밀을 품은 언어들이 얼마나 아름답고 절박한지를 느꼈다. 단순한 지식의 나열이 아니라, 인간과 인간 사이의 간절한 소통을 위한 기록처럼 느껴졌다. 『비밀의 언어』는 내게 암호의 세계를 처음 열어준 책이자, 정보와 진실 사이에서 우리가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만든 책이었다. 책장을 덮으면서도 마음속 어딘가에 작고 조용한 전율이 오래도록 남았다.

사양

다자이 오사무는 그의 병든 지적인 이미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고, 그의 소설들은 젊은 사람들이 읽기 좋아하는 경향이 있으며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인간실격>이라는 강렬한 제목의 책도 있지만 난 이 책을 읽어보았는데 특유의 도입부부터 이 소설에 끌리기 시작했다. 직관적으로 세상을 파악하려 하고 타인의 감정을 받아들이는데 많은 에너지를 쓰는 나와 비슷한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세상을 자신의 감정으로 받아들이며 충격을 많이 받는 사람들에게 울림이 클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선 지금과 같은 세상이라면 유쾌하고 낙천적인 성격이라 가정의 평화로운 분위기를 즐길 주인공과 가족의 서사가 나온다. 하지만 그들은 2차 대전 후 몰락한 화족이라는 계층이었다. 일본에 민주주의라는 게 들어오고 있고 세상살기는 척박한데 먹고살 생활력은 없는 사람들이었다. 전쟁 중 다같이 노동 동원을 나갔을 때 동생의 연줄이 되는 사람의 도움으로 슬그머니 노동에서 빠져 소설을 읽는 데 빠진 주인공의 묘사에서 나는 주인공이 너무 맘 편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야기에서 결국 주인공은 슬픔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주인공을 들여다보면 주인공이 제정신으로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라고 탓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는 도덕적으로든 먹고살기 위해서든 자신의 무력하고 세상과 동떨어진 인식을 바꿀 수밖에 없다는 강력한 인식을 스스로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에 주목을 해야 한다.
이 소설의 결말로 이어지는 주인공의 선택은 중간에 역겹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자아의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심하다. 그러나 결국 주인공은 생활을 지고 나아갈 의무를 스스로 만든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이 과정은 이상하지만 결국 강인하게 살게 되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는데 나는 인간이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진정으로 책임을 지고 살아가는 힘이 아름답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나는 이번 독서클럽을 진행하면서 이 책을 읽고 이에 대해 토론을 하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고 토론하면서 떠오른 것들을 나열해보자면 생명의 특징에 맞춰 분류하는 작업이 과연 의미있는 작업인가’, ‘인간은 흔히 말하는 동물과 같은 짐승들과 다른점이 무엇이고 과연 그것이 인간의 우월함으로 이어지는가’ 과 같은 생각들이 들었고 이 같은 생각이 떠오른 이유를 차례로 설명해보려 한다.
  먼저 ‘생물의 특징에 맞춰 분류하는 작업이 과연 의미 있는 작업인가’ 라는 생각을 왜 하게 되었냐면, 작중에 나오는 인물중에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인물은 처음 발견하는 물고기들을 박제하고 분류하며 이름을 붙히며 연구하는 사람이다. 분류의 기준이 되는것은 ‘고유성’이다. 남들과 동일하지 않으며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 그 ‘고유성’말이다.
하지만 책에서는 현대의 분류 체계를 비판하고 있다. 생물들중 일부는 생긴것과 다르게 다른 과로 분류되고 분류 체계에 속하지 못하는 동물들도 있다는것을 근거로 분류체계를 지적한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과연 생물들을 기준에 맞추어 ‘분류’ 하는 작업이 의미가 있는것일까? 이 질문전에 나는 생물들을 완벽히 분류해낼 분류 체계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이 질문을 던진것이다. 지금까지 생물들은 많은 시간속에서 진화와 발전을 거듭해왔고 그만큼 다양한 특징들을 가진 생물들이 널려있다. 그 점을 근거로 이렇게나 다양한 종들을 분류할 완벽한 분류 체계는 없다라는 가정을 하였다. 자 이제 다시 질문으로 돌아와 생각해보자. 완벽한 분류 체계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분류하는 그 작업 자체는 의미없는 행동, 쓰나미가 덮칠 모래사장에서 모래성을 만드는 행위가 아닌가? 이 질문에 대해 스스로 많은 고민을 하였고 내가 내린 결론은 “의미가 아예 없진 않다”이다. 첫번째로, 완벽하지 않더라도 분류를 해둔다면, 관련된 작업에서 효율성과 편의성이 올라갈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중요한건 두번째이다. 두번째는 분류를 하면서 서로의 고유성, 차이점을 재인식하며 그 생물을 더 명확히 인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우리 인간이라는 존재를 다 이해하고 어떤 특징을 지녔는지 모조리 알고 있는것처럼 느끼지만, 실상은 다르다. 우리는 우리의 뇌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였고 작동하는 방식중에 그 원인을 모르는것들이 산더미이다. 하지만 분류라는 작업을 통해 그 생명을 다시 보며 분석을 하고 몰랐던 고유성을 발견하고 다른 생물과 비교를 하며 차이점을 인식하면서 그 생물에 대해 보다 더 잘 알고 이해할 수 있다. 이점을 근거로 나는 분류라는 작업이 의미없는 행동이 아니라 결론을 내린것이다.
  다음으로 ‘인간과 짐승의 다른점과 그것이 인간의 우월함으로 이어지는가’라는 의문이 나온 이유를 설명해보자.
책에서 데이비드의 스승도 생물을 분류하는데 시간을 투자하였고 종교적 관점과 결합하여 생물들의 분류 모델을 사다리에 비유하였다. 그의 스승은 인간은 기본적으로 다른 어류, 파충류와 같은 생물들보다 우위에 있지만, 살인같이 비도덕적인 짓을 하였을때 어류와 동등한 위치로 추락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반인륜적인 행위를 하는 인간을 인간 이하로 생각하는 사람이였다. 책에서는 인간과 짐승의 차이점을 도덕성이라 표현하였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애초에 이타심은 차이점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하며 차이점이라고 해도 이것을 근거로 인간의 우월성을 주장하기에는 너무 빈약한 부분이 많다. 나는 이타심이 인간이 생존 할 확률을 높이기 위해 유전자에 각인한 하나의 생존 전략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무리 생활에서 내가 여유로울때 부족한 남을 도우면 나중에 남도 나를 도울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는 생존에 직결될 가능성이 있다. 이 점에서 이타심은 인간의 우월성으로 주장하기엔 부족한점이 많다. 나는 ‘문자’가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독보적인 차이를 가지며 우월성의 근거가 되는것이라 생각한다. 단순히 목에서 나오는 소리와 같은 ‘언어’가 아니라 글이나 그림으로 써서 기록을 남길 수 있는 ‘문자’ 말이다.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정보를 넘기는데에는 여러 방법이 있다. 흔히 생각할 수 있는 부모가 자식에게 사냥하는 법 같이 행동으로 전달하는 방법이 있고, 태어나자마자 1시간도 안돼서 걸을 수 있는 기린과 같이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유전자를 통해 정보가 전달되는 경우가 있다. 이 방법들은 거의 모든 생물들에게 볼 수 있는 현상이다. 하지만 인간은 다른 방법으로도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바로 ‘문자’를 통한 정보전달이다. 이 정보를 전달하는 능력을 통해 이전 세대가 해결하지 못하거나 발명을 끝내지 못한것들을 이어 받아 다음 세대가 해결해 나갈 수 있었다. 우리는 ‘문자’의 힘을 과소평가하고 있다. 문자의 위대함을 위해 한번 예시르 들어보자. 인간보다 3배는 똑똑한 돌연변이 원숭이 한마리가 태어났다고 가정해보자. 이 원숭이는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활과 화살을 만들며, 다른 원숭이 동료들이 지낼 집도 만들었다. 그렇게 그 원숭이가 살아있는 동안 그 원숭이 부족은 풍유롭게 살겠지만, 문제는 돌연변이 원숭이가 죽고나서 일어난다. 그 원숭이가 죽으면 활이 고장나고 화살이 부족해도 설명서가 없으니 수리를 하지 못하고 집을 만드는법도 마땅히 기록을 해두지 않아 그 원숭이 부족은 한 세대만에 다시 예전처럼 돌아가게 된다. 이처럼 ‘문자’라는 것은 이전 세대의 지식을 통째로 다음 세대로 백업할 수 있는 수단인것이다. 다른 요인도 있겠지만 인간이 이렇게 발전한것에 ‘문자’가 크게 기여를 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인간의 우월성을 주장할 수 있다는것이 나의 생각이다.
  책을 읽으면서 다양한 생각들이 들었고 아직 정리가 안된 생각들도 있지만 어느정도 합리적이라고 결론을 내린것들을 한 번 나열해보았다.
나는 독서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막상 시작할 의지와 열정은 부족한 상태였다. 이렇게 독서 프로그램을 통해 책을 읽은것이 좋았고 다음에 또 이 프로그램이 열린다면 참여할 의지가 있다. 정말 생각이 많고 의미있는 시간이였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