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전달자

학교에는 책이 없길래 집 근처 도서관에서 읽었다.
사실 이 책은 중학교 때 처음 읽은 책인데 영화도 봤었고 이후에도 종종 생각나서 꽤 여러 번 읽은 책이다.
소설이 진행되는 배경은 매우 엄격하게 통제된 공간이다.
그곳의 사람들은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밥을 먹고 출근 퇴근도 딱 맞추며 잠자는 시간도 정해져 있다.
심지어는 가족도 정해져 있으며 직업까지 정해진 대로 살아야 한다. 이를테면’임산부’라는 직업이 따로 있는 사회다.
이 곳이 이렇게 변해버린 이유는 역사적 아픔 때문이다. 그걸 반복하고 싶지 않아서 ‘늘 같음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날씨도, 옷차림과  머리 스타일도 변하지 않으며 이들은 색깔을 구분하지도 못한다. 감정도 없고, 음악과 춤도 없다.
그런 사회 속에서 주인공 조너스는 12살에 기억 전달자라는 직업을 가지게 된다.
기억 전달자는 다른 커뮤니티 구성원들이 알지 못하는 과거의 것들, 색깔, 감정, 소리들을 기억하고 다음 세대의 기억 전달자에게 전달해주는 직업이다.
남들이 모르는 부분을 알게 된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우나 이 직업의 괴로운 면은 알고 싶지 않은 것들도 전부 느끼고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작가가 여렸을 적 사망한 언니 때문에 아버지가 힘들어하자 ‘고통스러운 기억은 차라리 없애는 게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영감을 받아 쓰게 된 책이라고 한다.
좀 웃긴 얘기지만 난 이 책을 읽는 내내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이 떠오르기도 했다ㅋㅋ
망각이라는 게 나쁜 것인지 좋은 것인지, 필요한 것인지 아닌 지에 대한 고민을 충분하게 해볼 수 있는 책이다.

순정복서 (제2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최우수상 수상작)

이야기는 스포츠마케팅 전문업체 S&P 회의실에서 시작됩니다.

민세가 지난 달 예능 프로그램에서 식단관리를 철저히 하는 도시락을 공개한 후

태영은 대기업 편의점과접촉하여 도시락 사업을 제안합니다.

다행이 도시락 사업을 마지못해 찬성하는 태영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축구선수가 운동광고가 아닌 편의점 도시락 광고라 다소 안 좋게 생각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여기 권투선수 권숙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세계 상위 랭커와 맞 붙은 권숙은 1라운드 시작과 동시에 통쾌한 펀치를 날리며

상대를 KO로 눌렀습니다.

그러다 경기를 앞두고 투병중인 어머니가 사망하며 은퇴를 선언합니다.

유치원에서 이유리로 개명을 하고 보조교사로 일하는 권숙의 모습에서

달라진 것을 환경을 생각하게 합니다.

복귀를 하며 다시 링에 오르는 권숙의 이야기 여자 복서지만 그 속에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입니다.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자신만의 길을 꿋꿋히 가는 모습을

지금 초년생시절을 시작하는 분들도 배울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린 왕자

어린 왕자’는 프랑스의 비행사이자 작가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의 작품으로, 어린 왕자가 사막에 불시착하여 만난 여우와 함께 나눈 대화를 기록한 동화이다. 작가는 수많은 행성 중 지구에 살고 있는 평범한 소년 보아뱀에게서 받은 인상을 글로 표현했다. 여기서 등장하는 보아뱀은 코끼리를 삼킨 모습인데, 이것은 세상에는 보이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또한 장미꽃 역시 가시 때문에 겉모습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됨을 상징한다. 여우는 길들여짐으로써 서로 간의 관계가 형성됨을 알려준다, 누군가에게 길들여진다는 것은 상대에게 관심을 가지고 정성을 쏟으며 마음을 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바로 소행성 B612호다. 이곳에서는 바오밥나무가 자라고 있는데,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성장이라는 개념을 떠올리게 된다. 물론 어린이들은 이러한 내용보다는 순수한 동심이나 상상력에만 집중하지만, 어른들이 보기에도 충분히 매력적인 요소라고 생각했다.

나는 어릴 때부터 동화책을 좋아했다. 특히나 어렸을 때 읽었던 ‘어린 왕자’는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는 명작이다. 이번 기회에 다시 읽어보니 그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우선 첫 번째로 느낀 점은 문장 하나하나가 너무 아름다웠다는 것이다. 마치 시처럼 아름다운 구절들이 많아서 읽는 내내 감탄했고, 나중에 꼭 필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로는 다양한 비유법 덕분에 이해하기 쉬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막이 아름다운 이유는 어딘가에 샘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야”라는 대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적절한 비유를 사용하여 전달했기 때문에 더욱 몰입하게 되고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세 번째로는 공감되는 장면이 많았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어른들은 누구나 처음엔 어린이였다”라는 문구가 참 와닿았다. 나도 나이를 먹어가면서 점차 사회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아이같은 면이 남아있다. 그렇기에 이런 글귀가 가슴 깊이 와닿았던 것 같다. 네 번째로는 여운이 많이 남는다는 것이다. 결말부에 가서야 비로소 앞으로의 전개가 어떻게 될지 예상이 되었고, 그제서야 감동이 밀려왔다. 아마 많은 독자들이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좋은 작품이었고, 오랜만에 독서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책이었다.

불편한 편의점 (김호연 장편소설, 40만부 기념 벚꽃 에디션)

이 책의 제목을 보고 편의점? 뭘까 싶어서 읽게 되었는데, 역설적 제목의 소설이었다. 불편하지만 편안한 편의점이고 힐링 장소인 편의점이다 요즘 시대가 경제가 매우 어렵다 어렵고 힘든 이 시기에 편의점 알바 독고도 노숙자 출신이고 단골손님들도 하나같이 취준생 생계형 알바생 박봉의 회사원 등 경제적으로 열악한 사람들이 편의점이란 곳에 모여있다 불편한 광경이다 하지만 편안함을 주는 안식처가 이 불편한 편의점이라는 점이 역설적으로 다가왔다.

아몬드 (제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책에서 윤재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괴물이라고 소개된다. 그리고 또다른 괴물은 강한척하느라 바쁜 곤이이다. 이 괴물들은 우리에게 멀게만 느껴질지 몰라도 사실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을것이다. 어쩌면 윤재는 아직 철이 들지 못한 내 마음속 한구석에 그리고 곤이는 사랑받지 못하는 내 몸 속 어딘가에 있을지 모른다. 내가 과연 이런 상황에 처해져 있어도 자신있게 대할 수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며 많은 생각에 잠긴다. 나는 맞게 살아오는 걸까? 내 판단은 맞을까? 우리 사회는 올바른가? 이 책을 읽고 이러한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계속 던지게 된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너무 슬프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

이 책은 고등학교 때 우연히 읽게 된 제가 가장 아끼는 책이다. 주인공인 로버트가 아버지의 직업인 도축사인 것을 알지만 자기가 키우게 된 아기 돼지인 핑키를 죽이게 된 아버지를 원망하고 싫어하는 과정은 아직 로버트가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했던 어린 아이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 이후에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비로소 아버지의 직업인 것과 아버지의 눈물에서 이해하는 모습이 세상을 바라보는 힘을 기르게 된 로버트의 성장적인 모습을 더 돋보여주었다 이 책을 읽고 온전히 이해하기 전까지 제목만으로 이 책의 깊이와 뜻을 이해할 수 없고 추론할 수 없었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에 밀려오는 감동과 로버트의 성장과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 나에게 전달되었다. 이 책을 읽는 모든 사람들에게 우리는 아직 어리지만 어른이 될거라고, 불안하고 불안정한것은 당연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비상문

  고등학교 1학년이 되었을 때, 작가에 대해서도, 이 책에 관해서도 그 어떤 것도 모른 채로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비상문의 한 문구를 발견했다. 그 문구가 정말 마음에 들었고 이 문구가 담긴 책을 찾아 읽고 싶어졌다. 찾아 보니 최진영 작가의 비상문이라는 작품인 걸 알게 되었다. 그 당시 바로 읽진 않고 제목을 메모장에 기록해둔 채로 시간이 흘렀다. 대학생이 된 후로 공공 도서관에 갔다가 비상문을 발견해 읽었다.
  ‘···동생은 혼자 걸었고 혼자 건물에 들어섰고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았다. 동생을 따라 계단에 올랐다. 층이 바뀔 때마다 비상문 표시가 나타났다. 그 표시를 따라 계속 오르다 보니 정말 대피하는 기분이었다. 그 끝에 희망이 있다는 표시 같았다. 끝에 다다라 비상문을 열었다. 옥상이었다. 그다음엔?’ 비상문의 화자인 형이 자살한 동생의 CCTV 영상을 보면서 생각하는 장면이다. 이 장면을 보면서 어쩌면 다른 뜻으로 사용되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지만, 견지망월(見指忘月)이 떠올랐다. 비상문은 탈출하는, 대피하는 길을 알려주는 표지판이다. 하지만 이 표지판만을 따라 걸어 올라가다 보면 정작 도착해 있는 곳은 텅 빈 옥상이다.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에 집착하는 지엽적인 모습과 대피장소로 가리키는 비상문 표지판이 비슷하게 느껴졌다. 비상문을 따라 도착한 다음, 무엇이 있나?
  책 속에서 형(최금도)은 동생(최신우)이 자살한 이후에서야 자신의 삶에 동생의 자리를 마련한다. 항상 생각하고 상상한다. 하지만 어떤 방향으로 상상해도 동생은 상상 속에서 죽는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최금도가 최신우와 대화하는 상상이 나온다. 상상 속 최신우는 최금도에게 낙엽에 관해 이야기한다. ‘나무가 죽어 가면서 배출하는 오물을 보고 사람들은 아름답다고 관광하고 사진 찍고 그러는 거라고. ···한창 살아 있을 때, 푸를 때는 왜 아름답다고 하지 않지? ···푸를 때는 왜 덥다고 짜증만 내냐고. ···다 푸르니까 모르지 사람들은. 살아 있는 그 함성을. 시끄럽다고.’라고 최금도에게 말한다. 최금도는 이렇게 말하는 최신우에게 너도 시끄럽고, 푸르고, 아름답다고 말한다. 책의 마지막 장면을 읽으면서 이 책 속 모든 등장인물이 모두 푸르고 아름답다고 느껴졌다. 최신우는 더이상 뱉지 못하는 살아 있는 함성을 내고 있는 등장인물이 모두 푸르고 아름다웠다. 최신우도 그랬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책 속 등장인물뿐만 푸르고 아름다우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현재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살아 있는 함성을 각자 갖고 있다. 나는 이 사람들이 모두 푸르고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 또한 있겠지만,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모든 사람이 가진 푸름과 아름다움이 스스로 자각하지 못한 채 죽어가지 않길 바란다.

칵테일, 러브, 좀비 (리커버)

운을 먼저 조금 띄워보자면, 정말 정말 재밌는 책이다. 왜 이 책이 베스트 셀러인지 모든 단편이 깨닫게 해준다.

<<칵테일, 러브, 좀비>>는 단편 4개로 구성되어 있다. ‘초대’, ‘습지의 사랑’, ‘칵테일, 러브, 좀비’,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가 각각 제목이다. 솔직히 ‘초대’는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 알겠으나 이야기 구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 했다. 이건 내가 멍청한 탓이다. 다시 읽고 ‘초대’를 이해해야겠다.

‘습지의 사랑’은 인간이 파괴하려고 하는 자연 생태계 속 서로 사랑하고 있는 존재들의 이야기이다. 극적으로 느껴지게 만든 요소들이 몇 있으나, 난 그중 인간이 두려워 피했으면서 후에는 두려워 했던 곳을 파괴하고 자신의 공간으로 만드려고 한 점이 가장 극적이면서도 마음에 들었다. 항상 주체가 되는 존재들보다 조연이나 배경에 관심을 두는 편이기 때문에 이런 면이 마음에 들지 않았나 싶다. 물론 물과 소녀의 서로를 찾고 아끼는 모습도 정말 좋았다.

‘칵테일, 러브, 좀비’는 정말 좀비 세계가 이세상에 퍼지게 된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생각하게 되기도 하는 책이었다. 이게 주된 내용은 아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가장도 가장이라고 할 수 있는가. 너무 자극적인 문구를 사용했는데, 뜻을 조금 더 설명하자면 가장이라는 믿음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정도. 좀비라는 기이한 형태의 가장을 살리고자 하는 사람과 죽이고자 하는 사람, 그리고 가장의 반복되는 행동. 이 단편을 읽은 사람과 여러 주제로 나눠 토론하고 싶은 기분이 드는, 그런 책이다.

그리고 가장 인상 깊은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 타임리프 공모전에서 상을 탔다고 한다. 왜 탔다고 하는지 읽어보면 알 것이다. 나는 추리 소설이나 영화에서 뻔하게 흘러가도 눈치를 못 채고 반전이라며 시끄럽게 떠들고 다닐 정도로 이런 면모에서 눈치가 없다. 그래서 굉장히 재밌게 읽었다. 조금은 ‘시간을 달리는 소녀’ 영화가 떠오르기도 했다. 그런 장면은 하나도 안 나오지만, 시공간이 맞지 않는 존재들의 이야기라 그랬을 것이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와 가장 큰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모든 타임리프에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가 얽히고설켰다고 할까.

단 한 사람 (최진영 장편소설)

‘단 한 사람’이란 무엇인가. 만약 수백만 명이 넘는 사람 중 단 한 사람을 살릴 수 있다면, 나는 그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이런 걸 의미하는 바인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책보다 ‘단 한 사람’이라는 단어에 더 집중했다. 책을 읽기 전에도, 읽는 중에도, 읽은 후에도 나에게 ‘단 한 사람’이라는 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타인과 상호작용을 하며 살아가야 한다. 그렇지만 사람을 대하는 건 무척 두렵고 힘든 일이기도 하며 대인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서슴없이 미소를 짓는 날도 많았다. 물론 안 그런 날이 더 많았지만, 대인관계란 계속 이어나가기 어려운 일인 것은 확신한다. 새로운 관계를 맺는 건 두렵지만, 이미 나와 연을 맺은 관계를 이어나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왜 어려운 일일까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왜 어려운 일인가, 그에 대한 대답은 사랑이라고 말하고 싶다. 연인을 향한 연심만 사랑이라고 부르지는 않으니까 넓은 사랑의 의미에서 말하자면, 사랑은 상대를 매우 아끼고 그에 따라 다정하게 행동하며 잃고 싶지 않은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잃고 싶지 않은 마음이 겹겹이 쌓여 불안감이라는 형태가 탄생하게 된다. 상대를 대할 때 조심히 말하고 행동한다.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 중 ‘단 한 사람’이라도 잃지 않기 위해.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의 책이다. 책 내용과 의도도 다 다른 방향으로 튀어 생각하게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생각도 해봤어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