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이 제목을 듣고 엽기적이라고 생각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는 이 책을 보며 읽지 말아야지, 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뭐든지 단언하면 안된다. 결국은 나도 이 책을 집어 들었으니 말이다. 사실 읽을 계획은 없었다. 생각도 하지 않았고, 여러 세일을 위한 책 중 하나라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도서관에서 이 책과 마주쳤을 때, 살벌한 제목과 다른 산뜻하고 아름다운 표지를 보게 되었을 때, 나는 무언가에 홀린 듯이 집어들고 말았다. 그게 바로 어제이고 오늘 하루만에 다 읽어 버렸다. 재밌을 것은 예상했고 로맨스일 것도 예상했다. 하지만 이렇게 엽기적인 제목이 얼마나 내게 많은 생각을 던져줄 지는 알지 못했다.
첫 페이지를 넘겼을 때, 작가의 말에서 나는 이 책을 읽어야 겠다고 다짐했다. 첫 페이지에는 “이 책을 펼쳐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적혀 있었는데, 그 문장은 내가 쓰려던 문장이었다. 나는 그 별것 아니지만 마음이 통했다는 확신을 품고 읽어 내려갔다. 그리고 그로부터 3시간 반 뒤, 나는 눈물을 흘리면서 책을 덮고 있었다.
이 책의 내용은 이와 같다. 한 불치병에 걸려 1년밖에 못사는 여고생과 화자이면서 인간관계를 전혀 모르는 남고생이 만나 서로에게 배워가는 로맨스이자, 인간 관계에 대한, 그리고 죽음에 대한 자기계발서였다. 죽음이란 무엇이며, 언제 오고,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가. 이 책은 그러한 질문을 던지게 만들었다.
책의 마지막은 결국 여고생인 사쿠라의 병사, 라고만 생각했던 나는 큰 충격을 먹을 수 밖에 없었다. 사쿠라는 병으로 죽지 않았다. 살인이었다. 묻지마 살인사건. 그걸 읽었을 때, 그곳을 알게 된 주인공의 심정이 곧 나의 심정이었다. 심장이 쿵하고 가라앉았다. 한순간 ‘나이프가 사쿠라의 심장에 찔려있었다’, 라는 문장에서 떠나가지를 못하고 멍하니 쳐다봤다. 그 뒤로는 눈물 범벅이었다. 눈물이 펑펑 나오는 울음보다는 소리가 먼저 나오는 울음이었다. 공병문고. 그것이었다.
주인공의 말처럼, 세상은 공평하다거나 누군가를 봐주지 않았다. 병으로 반년 남은 인생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목숨을 앗아갔다. 그녀에게 무언가 편의가 있을 거라는 생각은 틀렸다.
누구나 죽음 앞에 서 있고, 사쿠라나 우리의 입장은 전혀 다르지 않다. 어쩌면 사쿠라보다 주인공이 먼저 죽을 수도 있는 것이었다. 우리 모두 죽음은 비껴가지 못한다.
사쿠라는 반년 남은 인생을 두고서도 일상을 찾았다. 사실과 일상, 두개의 공존을 원했다. 죽음. 그것은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얼마나 간과했는가. 우리는 아닐 거라며 방관했다. 결국은 우리의 일이 될 것들을 애써 무시했다.
사쿠라의 말이 맞다. 생명이 반년이든 그 기한을 모르든 간에 하루는 소중한 것이고 마지막 것이다. 그 소중한 하루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 는 우리에게 달렸고, 모든 건 우리의 선택이다. 하루키의 말처럼 우리는 흘러가는 종이배나 그런 배가 아니다. 우리는 선택을 한다. 모든 건 자신의 선택이며 고민의 결과이다.
우리는 이 죽음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이 일상 속에서,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이 일상들 속에서 모든 것에 감사하며 소중히 해야 하지 않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