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과 실, 그리고 사람의 몸통. 핏자국이 연상시키는 것은 하나의 사건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람들이 관철하는 ‘정의’라는 개념은 각자 다르다.
오늘 써내려갈 책은 다니엘 콜의 봉제인형 살인사건이다. 책에 관심이 없더라도 한 번쯤은 봤을지도 모르겠다. 그도 그럴게, 유튜브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서 광고를 제공해주었었다. 언제쓸지는 모르겠지만 그 중에는 ‘돌이킬 수 없는 약속’도 있다.
책의 프롤로그에서는 칼리드라는 연쇄살인범과 그를 잡은 수사관 윌리엄 올리버 레이튼 폭스가 나온다. 수사관은 작중에서 ‘울프’라는 이름으로 줄여진다. 울프는 칼리드의 유죄를 입증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배심원의 판결은 무죄였다. 울프는 참지못하고 뛰쳐나가 칼리드를 폭행했고 법정경위는 울프의 손목을 부수어 제압했다. 결국, 칼리드는 그 뒤에 어린 여학생을 죽이다 검거되었다.
살아가면서 직접 겪어보기는 힘들겠지만 한 번쯤은 볼 법한 레파토리다. 죄를 지어 마땅히 벌을 받아야할 인간이 그렇지 않고 넘어가는 것. 혹은 그 대가를 완벽히 받지 않는 것.
이야기는 년 단위의 시간이 흘렀고, 울프가 경감 시몬스로부터 현장으로 와달라는 전화를 받는 것으로 시작한다. 현장에선 에밀리 벡스터, 여성 경사가 맞이해준다. 빛을 내는 하나의 전구 밑으로는 사람의 알몸이 천장에 걸려있었다. 나체는 토막난 인체였는데, 피부의 색, 근육과 지방의 정도 등이 달라 괴기스럽다고 묘사된다. 자세한건 좀 더 알아봐야 하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점, 머리는 몇 년전 무죄판결을 받은 연쇄살인범 칼리드였다. 칼리드의 머리를 단 시체는 손가락으로 울프의 집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 살인사건의 범인은 누구인지, 희생자는 누구인지, 왜 죽었는지, 이들은 무슨 관계인지, 그 실마리를 파헤쳐 나간다.
울프는 과거에 칼리드를 폭행한 뒤로 강등된 것도 모자라 쓸모없는 경찰이라고 낙인찍힌 채, 정신병동에 갖혀 무기력한 세월을 보냈는데 그 때 알게된건 파우스트의 전화였다. 전화의 정체는 소원을 들어주는 대신 그 대가로 목숨을 가져가는 것. 울프의 소원은 당시 칼리드가 범인이 아니라는 것에 크게 기여한 사람들을 모조리 죽이는 것. 여기서 좀 갑작스러운 장치라는 느낌이 들긴했다.
마지막 장면에서 울프는 진범을 찾아내 몸싸움을 벌이다 벡스터에 의해 수갑이 채워진다. 내용에 은근히 묘사되는 울프와 벡스터의 관계때문인지 그녀는 울프에게 수갑을 채우는 것에 성공했음에도 도망치라며 떠나보낸다. 책의 마지막 한마디,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다. ‘양의 탈을 쓴 늑대’를.”
사람을 죽인다는 것에는 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거의 대부분은, 아니 명백하게 ‘악의’로 가득찬 행위다. 일종의 유희라고 취급하는 사람도 있고, 복수라고 감정에서 파생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 목적이 뭐가되었든, 여기서 살해당하는 사람이 큰 공동체가 규정하는 ‘악인’이라면 어떨까. 군중의 대부분은 마땅히 받아들이고 심지어 일부는 환호할 것이다.
‘살해’라는 행위의 평가는 그것을 관람하는 사람들의 주관에 달려있는 걸지도. 인간의 본능상, 그토록 죽음에 가까워지는 것은 꺼려하면서도 마음의 심연속에선 이미 은밀하게 타인의 죽음을 바란다. 그것이 과연 ‘정의’인지, 생각해 볼 법 하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 정의라는 개념은 원할때 가져다 쓰고, 필요없을 땐 무가치하게 버려지는 존재가 된 것인가, 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