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몬드 (손원평 장편소설)
나쁜 사마리아인들 (신자유주의는 왜 실패할 수밖에 없었는가?)
바우하우스
테마가 있는 독서아카데미 강연으로 우리 학교 고영란 교수님의 ‘디자인: 문명의 관점에서 생각하다’를 들었다. 인류문명의 발전사를 디자인과 관련하여 설명해 주셨다. 평소 생각해보지 않았던 디자인적 관점에서 인류 문명사를 배울 수 있어 흥미로웠다. 디자인이란 하나의 단어에는 생각보다 많은 의미가 있다. 명사적 의미로는 디자인의 최종 기획물, 결과물, 동사적 의미로는 디자이닝 과정, 발상으로 아이디어, 전반적 형태, 느낌, 스타일 등 ‘디자인’이라는 단어 하나가 다양한 형태로 쓰일 수 있었다.
교수님께서는 디자인의 전문성보다는 일반성, 특수성보다는 보편성, 현재성 너머의 역사성, 실재성 너머의 상징성, 문화적 차이를 넘어 인간의 DNA에 의해 전수되는 원형성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고 하셨다. 디자인 능력을 인류가 지닌 보편성 특성과 연결시켜 인류문명과 디자인이 함께 쌓아온 두터운 지층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예시를 몇 가지 들어주셨는데 그중에서도 고대 이집트 왕조의 ‘오벨리스크’가 기억에 남는다. 오벨리스크는 거대한 석재로 만든 사각형의 단면을 가졌으며 끝은 피라미드 꼴이다. 그 시대에 이러한 디자인과 건축이 가능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이런 사례들을 보면서 현재의 문명은 과거의 디자인 덕분이라는 교수님의 의견에 공감할 수 있었다.
테마도서인 ‘바우하우스’는 바우하우스의 개교에서 폐교 이후의 역사화 과정을 우리 시각으로 풀어낸 책이다. 바우하우스 당시의 시대 상황과 바우하우스의 역사, 공방 중심의 주요 교과과정, 초대 교장과 교수진으로 참여한 예술가들의 활동과 성과까지 잘 정리되어 있어 비전공자가 봐도 괜찮은 내용이다. ‘바우하우스’라는 책 제목이 어디선가 들어본 거 같다 싶었는데 1학년 디자인 교양 수업 시간에 공부했던 기억이 난다. 바우하우스는 새롭고 보편적인 디자이너를 양성해내는 일종의 디자인 학교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단순한 디자이너 교육기관이 아니라 하나의 아이콘으로 여겨지는 듯했다. 바우하우스를 통해 그 시대 디자인의 흐름을 살펴보는 것이 체계적이라 놀라웠고 우리 인간사와 긴밀하게 연계되는 점 또한 흥미롭다.
테마가 있는 독서아카데미를 통해 ‘바우하우스’라는 새로운 책을 접하게 되어 즐거웠다. 책을 전부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디자인 계열 전공을 하는 사람이나 그쪽으로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읽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비전공자들도 교양서적으로 읽기 좋은 책인 것 같다.
독서 아카데미를 통해 경험해보고 싶은 테마 주제는 ‘심리학’이다. 큰 주제로 봤을 때 심리학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는 인간관계나 스트레스 해소법 등 다양한 주제들이 독서 아카데미가 진행되었으면 좋겠다. 또한, 코로나 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은 요즘 정신건강에 대한 강의나 스트레스, 힐링 등에 관련한 테마도서를 통해 독서 아카데미를 진행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내게 무해한 사람 (최은영 소설)
내게 무해한 사람 (최은영 소설)
그 여름
(1) 수이와 이경의 사랑 이야기
이경과 수이라는 두 여학생의 사랑을 다룬 이야기이다. 이성 간에만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감정들과 사랑에 빠졌을 때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을 잘 표현했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사랑에 빠지고 이별하기까지의 과정에서 생기는 감정들을 세밀하고 섬세하게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601,602
(2) 과거의 여성 차별 역사와 현재의 삶
억압적인 가부장적 가정에서 자라는 두 아이의 이야기이다. 힘든 상황에서 사람은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사람에게 마음이 더 쓰인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기 자신을 아빠와 형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세뇌하고, 애쓰는 공무가 안타까웠던 마음이 사랑과 비슷하게 표현된 것 같다.
지나가는 밤
(3) 가난으로 상처받은 자매의 관계성
서로 사랑하지만 표현에 서툰 자매의 이야기이다. 나는 남매 사이이기 때문에 자매간에 느끼는 감정에 대해 자세히는 알 수 없지만, 평소 주변에 언니를 둔 친구들을 보면 자주 치고 박고 싸우는 것을 보았다. 이 챕터를 읽으며 친오빠와 사이가 좋은 편인 나의 상황이 감사하게 느껴졌다
모래로 지은 집
(4) 세 친구의 우정 이야기
인터넷에서 모래, 공무, 나비라는 가명으로 소통하던 사람들이 실제 오프라인으로 만나 추억을 쌓는 이야기이다. 익명성이라는 장점으로 자신의 솔직한 속내를 보다 쉽게 낯선 이들에게 표현할 수 있었던 사람들이 실제로 만나 함께 시간을 보내며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장면들이 인상이 깊었다. 아마 자신의 솔직한 속내를 온라인에서 서로 알고 만났기에 서로를 더 잘 헤아릴 수 있고 깊은 관계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고백
(5) 진희의 자살과 남겨진 두 친구의 이야기
친한 친구가 커밍아웃을 했는데 그 이야기를 들은 두 친구는 외면하고 차갑게 대했다. 만약 나였다면 속으로는 무척이나 놀라고 당황해 아마 손도 떨리고 동공도 흔들렸을 테지만, 어렵게 이야기했을 친구가 무안하지 않도록 내가 더 덤덤하게 받아들일 것 같다.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기까지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을지는 감히 가늠할 수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손길
(6) 숙모는 어린 혜인이와 함께 살면서 각별한 사이였다. 하지만 삼촌이 죽는 사건이 발생하며 아무런 말도 없이 사라진다. 숙모의 행동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조카인 혜인을 키워준 숙모와의 관계를 다루는 내용이다. 혜인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아 나도 어렸을 때 이런 생각을 했을까?’ 내 어렸을 적을 떠올리고 아이의 입장이 공감이 갔다. 그 아이가 자라서 결국 숙모의 입장을 깊이 이해하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아치디에서
(7) 아치디에서 만난 하민과 랄도의 이야기
직업이 간호사였던 하민은 친오빠가 결혼할 때 돈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하민의 희생을 요구했다. 하민은 양보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익숙하지 못한 것 같다. 그래서 가족 구성원 모두가 하민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는 행동에 대해서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더욱 자신을 몰아세우면서 살아간 것이 아닐까 싶다. 자기 자신을 너무나 억압하며 살았기에 정작 본인이 환자에게 줘야 할 관심을 줄 수 없었던 자신의 모습에 실망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는 남의 시선에 나를 맞추는 것이 아닌, 나 스스로에게 떳떳해지는 것이 곧 타인에게도 부합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목소리를 드릴게요 (정세랑 소설집)
말센스 (흥분하지 않고 우아하게 리드하는)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는 주인공과 클로이가 비행기에 만나 대화를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 둘은 그 비행기에서 만난 것을 운명이라 생각하고, 그것을 사랑으로, 그렇게 연인으로 발전하게 된다. 그들은 어느 평범한 연인같은 길을 걷게 되고, 그 과정속에서 불편했던 서로의 침묵을 편안함으로 느끼는 한편, 시간은 더 흘러가 상대방의 사랑을 구속으로 느끼게 되고 결국 그 둘은 헤어지게 된다. 그렇게 이별의 아픔을 겪은 주인공은 자살을 시도함으로써 클로이에게 그녀에 대한 지난 사랑을 표현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것은 실패하게 되고, 클로이가 주인공의 친구와 사랑에 빠짐을 확인하게 됨에 따라 사실 클로이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다고 혼자 생각하고 그녀와의 기억을 잊기로 노력한다.
이렇게 이 책은 두 사람의 만남부터 이별, 그리고 그 이후까지의 모든 감정을 담고 있다. 진부하다면 진부한 사랑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흐름 속에서 그 상황마다 느끼는 감정을 다양한 사상을 적용시켜 표현하는 경우와 작가 스스로의 추상적인 표현을 통해 그 감정을 표현하는 경우, 두가지 경우를 적절히 혼용하여 표현하였다.
첫 번째, 사상을 예로 들자면, 주인공은 클로이를 얻기 위해 노력했고 결국에 둘은 사랑에 빠졌다. 하지만 갈수록 주인공은 소중함을 잃어가고, 결국에는 클로이를 잃게 되었는데 이것을 책에서 ‘마르크스 주의’라는 개념으로 표현하였다. 일반적인 상식의 마르크스 주의가 아닌 미국의 ‘그루초 마르크스’라는 희극인의 말을 인용한 것으로 ‘얻고 싶은 대상을 갖게 되면 그것의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개념을 그들의 상황에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그렇게 이별한 후에 사실 그녀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자기 합리화적인 관점에서 ‘예수 콤플렉스’라는 개념으로 감정을 표현하게 된다.
두 번째, 추상적인 표현으로 사랑을 마시멜로우로 빗댄 부분이 있었다. 무겁다면 무겁지만, 흔하다면 흔한 표현인 사랑이라는 단어를 그들만의 표현으로 승화시켜 ‘마시멜로우한다’라는 단어를 만들어 상대방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 것이다.
이러한 표현 방법과 발단, 전개, 절정, 결말로 흘러가는 일반 소설과는 다르게 스토리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음에 따라 작가는 독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더 주인공이 느끼는 심정 그대로 감정에 이입하여 그 순간 순간에 따라 깊게 생각해보고 그 것을 온전히 느껴볼 수 있게끔 서술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이렇게 사랑에 대해 심오하고, 깊게 생각해본 경험은 없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음으로서 평범한 어떤 연인의 연애에 이입하여 주인공과 감정을 공유하고, 그 상황을 같이 고민하며, 내가 평소에 갖고 있던 사랑의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저자가 생각하는, 즉 타인이 생각하는 사랑과 내 사랑을 비교해보게 되면서 사랑에 대해 더 폭넓게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