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브, 힘낼지 말지는 내가 결정해
이 책은 ‘시(時)팔이’로 유명한 하상욱 작가의 작품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전반적인 주제는 ‘위로’로, 여섯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이 책에 실려 있는 시들은 다른 시들과는 달리 2행으로 구성된 것이 대부분이다. 이것이 하상욱 작가만의 위로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명언처럼 적은 작가의 시는 임펙트가 강하다. 한 예로 ‘가해자는 옛날 일로 넘기고, / 피해자는 그날 일로 남긴다.’가 있다. 이 시를 읽고 있을 가해자에게 묵직한 ‘한 방’을 날림과 동시에 피해자에게는 공감과 함께 대리만족을 선사한다. 또 다른 예로는, ‘미운 놈 떡 하나 더 줘야지. / 퍽퍽한 걸로. 목 막히게.’가 있다. 주제는 ‘미운 놈’을 향한 분노이지만, 약간은 익살스러운 표현으로 웃음을 유발하고 있다. 이처럼 이 책의 시는 두 줄밖에 안 되지만 내용은 매우 묵직하고, 때로는 웃음을 주기도 한다.
나는 이 책을 위로와 함께 약간의 자극이 필요한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대부분은 위로가 주를 이루지만 가끔은 웃음과 함께 동기부여가 되는 내용이 많기 때문이다. 나도 앞으로 마음이 헤이해지거나 지칠 때 자주 찾을 것 같다.
서울 문학 기행 (방민호 교수와 함께 걷는 문학도시 서울)
괭이부리말 아이들 (MBC 느낌표 선정도서. 양장본)
‘여기 온 순간부터 하루빨리 이곳을 떠나 더 좋은 곳으로 가는 것.’ 어느 한 가난한 달동네에 막 이사를 온 영희네 가족의 목표였다. 갈매기들이 하염없이 날아다니고 할머니들이 삼삼오오 모여 고추를 말린다. 아이들이 콧물을 흘리며 해맑게 얼음 땡 놀이를 한다. 다 쓰러져 가는 판잣집들이 모여 있는 이 곳. 바로 ‘괭이부리말 마을’이다.
괭이부리말 마을은 인천에서도 가장 오래된 달동네이다. 이곳에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한 것은 대략 일제강점기 때부터라고 한다. 일제가 여러 공장들을 설립하면서 일자리를 구하려는 가난한 노동자들이 하나둘씩 모이다 점점 그 수가 증가하여 결국엔 하나의 빈민촌을 이루게 된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생계를 위해, 또 앞서 말한 영희네 가족처럼 이곳을 최대한 빨리 벗어나기 위해 열심히 일을 해 돈을 벌고자 했다. 그렇다고 이곳에 치열하고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경쟁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 모두 여건과 상황이 좋지 않아 이곳에 오게 되었다는 공통점은 그들을 하나로 묶어주고, 때로는 협력하게 만들며, 함께 울고 웃게 해주었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주목해서 본 점들 중 하나는 바로 ‘등장인물들의 성장’이였다. 이들은 모두 괭이부리말 마을에서 여러 고난과 사건 및 갈등을 겪으면서 한층 더 나아지고 성숙해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숙자와 숙희는 중간에 엄마가 오랫동안 홀연히 사라졌다가 다시 돌아올 때까지 종종 티격태격 하기도 하지만, 숙자가 집안일을 도맡아 하고 서로서로 의지한다.
동수는 사람을 믿지 못하고 그로 인해 하염없이 본드에 의지하는 나약한 모습을 보였지만, 후에 영호와 영희를 만나 마음을 열고 다가가 자신의 진정한 목표를 향해 달려가게 된다.
영호는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해 잠시 방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이내 마음을 굳게 잡고 일자리를 얻어 열심히 일을 한다. 또한, 우연치 않은 계기로 동수네, 숙자네와 함께 살면서 마음속의 또 다른 희망을 발견한다.
아이들의 담임선생님인 영희는 처음에 괭이부리말 아이들을 잘 챙겨주는 한편 이곳을 어쩔 수 없이 버틴다는 심정을 갖고 있었지만, 이내 영호의 편지에 힘입어 마음을 열고 아이들에게 더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나는 마을에서 발생하는 여러 사건들 하나하나를 보면서 책 페이지를 그냥 지나치지 않을 수 없었다. 엄마 혹은 아빠의 가출, 가족의 죽음, 형제자매 및 친구 사이의 다툼, 경제적 문제와 같이 이 책에선 다양한 사건이 등장한다. 이곳에서 일어나는 갈등 및 사건을 통해, 우리와 전혀 먼 얘기는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모두 다 언제든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흔히 겪게 될지도 모르는 일들이다. 어쩌면 이러한 고난과 갈등은 잠시 동안 우리를 아프게 하고 마음의 깊은 상처를 남기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 우리의 내면을 더욱 단단하게 해주고 다음번엔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해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괭이부리말 아이들’은 앞서 본 것과 같이, 가난하고 소외된 약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우리는 종종 나를 챙기고, 또 사는 데 급급하여 주변의 이웃들을 미처 보지 못하고 외면한다. 한번 씩은 나대신, 내 주변 사람들을 한번 바라보고, 또 안부나 응원의 한마디를 던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혼자가 아닌, ‘공동체’니까.
쉽게 읽는 백범일지
원미동 사람들 (양귀자 연작 소설)
익숙하지만 제대로 읽어보지 못하고 지나갔던 책. 그것이 <원미동 사람들>을 읽게 되었을 때의 느낌이었다. 이 책을 처음 보았던 것은 교과서로, 지문으로서 부분만 읽어 본적은 있었지만 책 전체 내용을 알 수 없어 아쉬웠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을 다시 읽게 된 계기도 <원미동 사람들>책 자체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다. 이 책은 원미동 23통5반에 사는 주민들이 각자의 사연을 갖고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주민들의 사연은 책에서 각각 다른 화자와 내용으로 단편으로 전개된다. 그러나 이웃집 얘기로서 간간히 이전 주민의 이야기도 등장하기 때문에 단편소설이지만 내용 이어지는 특이한 방식의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형식은 읽는 내내 마치 실제 옆집이웃 이야기를 전해 듣는 듯이 생생해 소설을 읽는 내내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다.
책의 첫 번째로 실려 있는 ‘멀고도 아름다운 동네‘는 원미동으로 이사 가는 은혜네 가족 이야기이다. 이야기는 장롱을 옮기는 것으로 시작한다. 처음부터 왜 장롱이 등장하는지 의아해 할 수 있는데 이 장롱은 삶에 대한 은혜네 가족의 관점과 매우 유사하다. 결혼하고 마련한 열자짜리 커다란 장롱은 방에 맞지 않는 크기로 매번 이사할 때 마다 속을 썩인다. 아내는 장롱이 잘못 부딪혀 흠집이 날 때 마다 매우 속상해 하지만 잦은 이사로 지쳐 차츰 무관심해진다. 마침내 이사 갈 집에는 장롱 놓기가 수월할 거라는 남편의 말에 “그깟 장롱이야 아무데나 넣으면 어때요“라고 대답해 버린다. 마치 은혜네 가족의 지친 삶에 대한 태도를 보여주는 것 같다. ‘멀고도 아름다운 동네’라는 제목은 그런 상황에서 원미동에 대한 희망을 보여주며 은혜네 가족은 한줄기 희망을 가지고 원미동에 도착한다.
다른 이야기인 ‘원미동시인’은 7살 여자아이의 시점으로 원미동의 삶을 보여준다. 아이의 이름은 김경옥으로 비록 7살이지만 동네에서 돌아가는 일을 다 꿰고 있으며 동네에서 일어나는 여러 사건을 목격 한다. 그 중 하나가 원미동 시인과 관련된 사건이다. 어른들의 대화중 ‘옆집 은혜’라는 말이 등장하는 것으로 경옥이네 가족이 이사 온 은혜네 가족의 이웃집임을 알 수 있다. 제대로 놀만한 또래가 없어 몇몇 어른들과 친해지는데 바로 원미동시인과 형제슈퍼의 김반장이다. 원미동시인은 대학 졸업 후 소위 바보가 되어 시만 짓고 다니는 사람으로, 경옥은 그의 시를 들어주다가 친해진다. 원미동 시인은 김반장의 슈퍼에서 일을 도우며 김반장은 겉으로는 챙겨주는 모습을 보인다. 어느 날 원미동 시인이 건달들에게 시비가 걸려 폭행당하는 사건이 마을 한복판에서 일어난다. 사건이 터지자 원미동 주민들은 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도움을 청할 곳이 없던 원미동 시인은 평소 친하게 지냈던 김반장의 슈퍼로 들어간다. 그러나 건달들이 슈퍼에 들어와 김반장에게 원미동 시인을 아는 사람이냐고 묻자 김반장은 황급히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해 버린다. 건달들이 물러간 뒤에 주민들이 다시 나오자 상황을 외면했던 김반장은 급히 원미동 시인을 챙기는 척 한다. 그 뒤로 경옥은 김반장의 본질을 알아차리고 김반장을 피한다. 참을 수 없었던 경옥은 원미동 시인에게 자신이 그 사건을 전부 목격했으며 김반장은 나쁜 사람이지 않냐고 묻는다. 원미동 시인은 아니라고 답하며 슬픈 웃음을 지으며 시로 이야기 주제를 돌린다.
열자짜리 커다란 장롱, 김포 쌀상회, 형제슈퍼, 행복사진관, 인삼 찻집, <원미동 사람들>에 등장하는 단어들이다. 이 단어들은 모두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풍경이면서 동시에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해준다. <원미동 사람들>의 배경이 된 거리들과 가게, 무궁화 연립은 현재 사라졌지만 ‘원미동 사람들의 거리’에 있는 원미동 사람들의 동상과, 원미산의 입구에 있는 ‘원미공원 문학동산’에서도 원미동 사람들의 모습이 어땠는지 떠올려 볼 수 있다. 비록 원미동의 옛 모습은 사라졌지만 지금도 남아 원미동을 떠올릴 수 있게 해주는 ‘원미동 사람들의 거리’처럼 <원미동 사람들>이라는 소설의 문장을 읽어보며 원미동 사람들의 생활과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
서울 문학 기행 (방민호 교수와 함께 걷는 문학도시 서울)
많은 시인들과 작가들이 사랑했다는 서울에 난 발을 디딘지 차마 1년도 되지않았다.
그들이 사랑한 한강도 제대로 걸어보지 못했으며 많은 시 속의 귀감이 되었던 서울역도 그저 집에 스쳐지나가기 바빴던 나다.
하지만 이책을 읽으며 어쩌면 나는 서울을 느끼기에 충분한 시간이 였음에도 모른 척 해오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작가는 돈이 안된다던 엄마의 말에 홧김에 나간 대회에서 시 장원을 타왔던 나다.
문학의 길이 너무 높고도 험하다는 이유로 시를 좋아했던 나를 잊어 버린 것은 아닐까 싶었다.
서울. 수백년 동안 우리의 중심을 지킨 만큼 화려하고 아름답고도 아프고 쓰린 기억들이 함께 공존해 있는 도시 이지 않을까 싶다.
그런 서울과 시인들은 분명 애증의 관계 였을 것이다. 변해가는 성북동의 둔치에 앉아, 돌깨는 산울림에 떠는 비둘기의 마음으로 지난 서울을 그리워하기도 하고 밤의 번쩍거리는 명동거리에서 술 한잔을 기울이며 가정얘기를 하기바쁜 3,40대들의 묻어버린 풋풋한 20대의 열정만큼 그 당시의 서울을 미워하기도 했을 것이다.
책을 펼치자 오감도라는 시로 나와 처음 만났던 이상 시인과 잎새하나에도 괴로워했다 라는 어절로 나를 비롯한 수많은 이를 울린 윤동주 시인 그밖에도 한국이 사랑하는 10대 소설가 안에 든다는 박완서작가 까지,학창시절 도서관에서 만났던 반가운 얼굴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처음에 서있는 이상 시인과 윤동주시인. 그들은 이미 너무도 유명한 시인들이고 그들을 기린, 그들의 이름을 딴 문학상까지 있다. 많은 시인들의 귀감이 되었던 그들이기에 한번은 꼭 두 시인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책은 그들의 발자취를 낱낱이 파헤쳐 본다.
이상 시인을 예로 들어보자면 그의 작품 중 날개의 배경이 된 미쓰시비 백화점과 경성역을 소개한다. 서울역은 서울과 안면이 별로 없던 어릴적의 나에게도 여러번 와봤던 곳이니 아마 나의 시선에서 보면 그저 기차가 오고 가는 큰 콘크리트 건물일 뿐이겠지만 그의 눈으로는 그 이상의 가치가 있을 곳이니 다시 한번 가서 시인의 마음으로 느껴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예술이란 다른 예술의 오마주 이라는 말도 있기에 어느 시인의 발자취를 좇아 가면 그를 사랑했던 시인들의 발걸음도 함께 느낄 수 있다. 박인환 시인이 자주 다녔던 명동 거리에는 이상의 거리가 있다. 이상의 거리를 지나치면 명동성당이 나오고 이 곳은 박완서 작가의 [나목] 의 배경이 된 곳이다.
풀은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고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먼저 일어난다 던 {풀}의 김수영 시인의 삶을 들여다보면 그와 성장공간이 같았던 임화 시인에 대한 삶도 볼 수 있다.
그들의 시를 가슴에 하나쯤 품은 사람이라면 비록 작은 것이라도 시인의 마음으로 다시 보게 된다. 이 책을 통해 시인과 작가들이 거쳐간 장소들을 하나씩 훑으며 그들의 감정과 그 나름의 고충들을 다시금 마음속에 새겨본다.
2019 대한민국 트렌드 (마크로밀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2019년, 소비자들은 무엇을 원할까?)
이 책은 작년, 그러니까 2018년에 출판된 2019년 대한민국의 트렌드를 예측한 책이다. 크게 6개의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이들의 공통점은 ‘1인 체제로 인한 결과’라는 것이다. 개인주의가 확산되면서 혼자 지내는 것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이로 인해서 유튜브가 유행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인간관계에 있어서는 자신을 깊이 아는 사람들을 불편하게 느끼고 음성전화를 기피하는 현상이 생겼으며, 회사에서는 일을 해서 돈을 벌고 그 돈을 스스로에게 투자하는 경향이 생겼다고 한다. 또한, 미투 현상을 통해 개인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우리나라가 아니라 나의 나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고 한다.
나는 우리나라의 트렌드가 무엇인지 궁금하여 관련 도서를 찾고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주제가 우리가 현재 직접 경험하고 있는 현상이고, 무엇보다도 챕터별로 서론 다음에 나오는 상세한 설명이 길지 않아서 지루하지 않고 빠르게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