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명 : 절망의 구
팀 명 : 익스플로러
팀 원 : 신예린(IT융합17), 양유진(IT융합17), 최정은(IT융합17)
일 시 : 2018. 12. 25 ~ 2019. 01. 25. ( 1~4 주차)
[책의 줄거리]
어느 날 갑자기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색 커다란 구가 나타나 사람들을 흡수하기 시작한다. 이를 목도한 주인공 남자 ‘김정수’는 이 정체불명의 커다란 검은 구를 피해 공포에 질려 도망간다. 어떠한 무기로도 파괴되지 않는 구를 피해 도망가며 극한에 몰린 사람의 양상들을 목격하게 된다. 소설을 통해 구가 현대 사회에서 의미하는 바와 절망에 대하여 철학적으로 고민할 수 있게 한다.
첫 날에 토론 형식에 대하여 생각을 나누었다. 토론을 진행하기 전에 미리 생각해 온 내용에 대하여 나누고, 토론을 한 후 생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토론 후 생각을 말하고, 마지막으로 각자의 느낀점을 공유하며 토론을 마무리 짓기로 결정하였다.
토론 주제 : 남자가 처음에 신고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만약 내가 주인공 남자라면 어떻게 반응하였을까?
1. 토론 전 생각
신예린 : 남자는 검정색 매끈한 표면의 구에 사람이 빨려 들어가는 모습을 보았을 때 잘못 본 것이라고 생각 했을 것이다. 처음에는 잘못 본 것이라 생각하여 놀랐을 것이고, 두 번째엔 무서워서, 내일이면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해서 말을 하지 않았을 것 같다. 만약 내가 그 상황이었다면, 주인공 남자와 달리 두렵다는 생각이 들어 바로 신고 했을 것 같다.
양유진 : 책 속에서 남자는 한 아저씨가 구에 빨려 들어가는 모습을 처음 목격한다. 그 이후 남자는 구를 피해 달리다가 슈퍼마켓에서 마주친 할머니들에게 어떤 것이 사람을 빨아들이고 있어서 경찰에 신고해야한다며 위험을 알린다. 남자의 말을 들은 할머니들은 미심쩍은 표정을 지으며 남자의 말을 믿지 못한다. 아마도 그때 남자는 신고를 해도 이상한 사람 취급 내지는 장난 신고라고 욕을 먹을까봐 신고를 하지 않았을까 싶다. 만약 내가 그 당시의 남자였더라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경찰이 아니더라도 동영상으로 찍어서 방송국에 제보하거나 SNS에 올리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도 영상이 있다면 충격적인 내용이기 때문에 합성논란, 진실공방 등으로 이슈가 될 것이고 그러면 사람들이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최정은 : 검은 구가 사람을 빨아들인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남자가 처음이었다. 가까운 슈퍼마켓에 있으신 할머니 두 분께 그 사실을 말했지만 오히려 귀신을 본 것이라며 남자를 믿지 않았다. 남자 또한 자신이 본 것이 진실인지 믿을 수 없게 되어버렸다. 남자는 119, 112 같은 간단한 번호조차 기억나지 않았고, 사람들을 훗날 신고를 하지 않은 남자를 비난했다. 당신이 신고만 제대로 했다면 초기 희생이 크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나는 남자를 이해할 수 있었다. 남자는 신고를 하지 않으려던 것이 아니었다. 공포에 휩싸인 나머지 생각이 나지 않았던 것일 뿐. 만약 내가 그 남자였더라면 신고를 했을까? 아니다. 오히려 도망치지 못한 채 구의 다음 타겟 되었을 것이다. 운 좋게 제정신으로 신고를 했더라도 그들은 나를 믿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헛소리하지 말라고 호통을 치지 않았을까?
2. 토론 후 생각
신예린 : 토론 전엔 남자가 단지 두려워서 신고를 안 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는데, 토론을 하다 보니 남자가 왜 두려워했는지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다. 이 남자는 자신이 빨려 들어갈까 두려운 마음도 있었지만, 자신이 무언가를 잘못하여 이런 일이 생긴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하였을 것이다. 글의 후반부에는 이 주인공이 살아온 삶을 보여주는데 이를 봤을 때, 주인공은 자신이 저질렀던 일들을 두려워 한 것 같다. 또한, 나는 토론 전 신고를 했을 것 같다고 생각하였는데, 토론을 하다 보니 실제로 검은 구 같은 존재가 내 눈 앞에 나타난다면 믿기지 않고 잘못 본 게 아닐까라는 의심을 품을 것 같다. 나는 그 상황이 온다면 일단 나와 같은 목격자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신고하지 않고 상황을 지켜 볼 것이다.
양유진 : 토론 전에는 남자의 두려움보다는 신고여부, 선악여부에 대해서 조금 더 집중을 했다. 그런데 토론을 하고나니 남자가 선한지 악한지는 크게 상관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토론을 하면서 남자가 왜 두려워했는지에 대해서 집중을 하게 되었다. 책을 보다보면 남자는 계속 어떤 사실을 알려고 하고, 알리려고 한다. 어쩌면 남자는 처음에 신고하지 않은 것을 후회한 것은 아닐까?
최정은 : 토론 후에도 나는 여전히 남자를 비난할 수 없었다. 남자는 자신이 본 것을 분명 다른 이들에게 얘기했다. 이들이 노인이었기에 남자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었지만, 만약 젊은이들을 붙잡고 말을 걸었다면 오히려 말을 다 하기도 전에 바쁘다면 가버리지 않았을까? 사람들은 자신이 보지 못한 것,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이야기했을 때 믿지 못한다. 아니 믿으려 하지 않는다. 남자가 119나 112라는 번호를 기억하지 못한 이유도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라는 무의식적인 확신에 그랬던 것이 아닐까 싶다. 물론 책 속의 사람들처럼 비난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인간이 죽음의 순간을 목격하였을 때 하는 행동은 남자와 같은 도망이 아닐까 생각한다.
3. 느낀점
신예린 : 사람에게 생긴 두려움은 어디에서부터 오는지 생각을 깊게 해보게 되었다. 처음에 남자가 구를 보고 가진 두려움은 단지 처음 보는 물체가 사람을 빨아들이는 것에서 부터 온다고 생각했다. 토론을 하며, 주인공이 가진 구에 대한 두려움은 여태까지 주인공이 살아오며 했던 나쁜 행동들로부터 온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은 이런 행동이 나쁜 행동이지만 주위사람들 대부분이하니까 나도 괜찮겠지라고 생각하며 회피하며 살았지만 검은 구를 만났을 때는 더 이상 회피할 수 없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양유진 : 두려움에 대해서 처음으로 깊게 생각해 보았던 것 같다. 특히 이 책에서 부각된 두려움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다. 토론을 하면서 내가 살면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느꼈던 때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는데, 잠깐 잠깐 느끼는 감정들도 굉장히 트라우마가 오랫동안 가는데 이 남자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고, 공감이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을 깊게 읽은 사람들이라면 모두 이 남자를 함부로 비난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그런 극한의 상황이 다가왔을 때 이타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최정은 : 이번 주제는 두려움이라는 감정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했던 것 같다. 두려움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에겐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크다. 책 속의 작가가 이 남자를 주인공으로 한 이유도 죽음이라는 두려움에 대해 보여 지는 남자의 태도가 다른 사람들도 흔히 보일 법한 행동이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마 내가 남자를 비난하지 못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토론 주제 : 왜 남자는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1. 토론 전 생각
신예린 : 책의 전반부에는 주인공의 최후가 매우 궁금했다. 다른 사람들처럼 빨려들어 갈 것이라고 당연하게 생각했다. 책의 후반부가 되어 주인공한테는 구가 다가가지 않게 된다는 것을 알고 의문을 가졌다. 작가는 세상에 구와 주인공밖에 안 남았을 때의 공허함을 표현하려 한 것 같다. 평범하디 평범한 남자를 주인공으로 설정하여 끝까지 살아남은 주인공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이를 통해 남자와 비슷한 삶을 살았을 평범한 독자들에게도 삶을 다시금 돌아보게 만들기 위해 남자가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던 것 같다.
양유진 : 나는 읽는 내내 책 속에서 남자가 검은 구를 최초로 목격한 사람이라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였다. 실제로 책 끝 부분에 검은 구가 하나씩 융합되고, 마지막으로 남자가 목격했던 곳에서 구가 융합되면서 없어지는 장면이 나온다. 어쩌면 검은 구는 첫 목격자인 남자를 계속 쫓아다닌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다 마지막에 남자를 흡수하려고 하니 이미 남자가 이미 흡수한 사람들보다 더한 절망을 가지고 있기에 흡수하지 못한 것은 아닐까?
최정은 : 나는 책을 때면 항상 나도 모르게 주인공을 응원하게 된다. 책을 읽기 전부터 다른 친구에게 주인공이 죽냐고 물어보았다. 아마 내가 이 책을 다 읽을 수 있었던 이유 중에 하나가 남자가 끝까지 살아남는다는 친구의 말 한마디였던 것 같다. 친구의 말을 들었음에도 나는 구가 남자를 빨아들이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에 계속 조마조마했었다. 마침내 남자가 구로 부터 살아남은 최후의 생물이 되었고, 남자는 살아남았다. 그런데 혼자 남은 남자에게 생존은 그 자신에게도, 이 소설에서도 해피엔딩이 아니었다. 날이 갈수록 삶의 의지를 잃어가는 남자와 그 주위를 감싸고 있는 구들. 과연 진정한 해피엔딩은 무엇일까?
2. 토론 후 생각
신예린 : 처음엔 책을 읽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구와 주인공밖에 안남은 공허함을 표현했다고만 생각하였다. 독자인 나는 주인공이 구에게 쫓기는 상황들을 같이 숨 막히게 스토리를 쫓았다. 주인공이 어떤 최후를 맞을지 궁금할까라는 두려움과 궁금증으로 책을 읽었다. 남자는 구에게 잡아먹히지 않은 유일한 사람이었다. 독자들은 나와 같이 이런 상황을 모르고 책을 읽었을 것이다. 작가는 궁금증을 유발하고 숨 막히는 상황을 만들어 상황에 쫓기는 주인공과 독자들을 비웃고 싶어 한 것 같다. 어떤 상황이던 결말은 정해져있기 때문에 어떤 두려움이 오던 편하게 있으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작가는 이런 메시지를 주기 위해 독자들과 비슷한 주인공인 남자를 끝까지 살려준 것 같다.
양유진 : 토론을 하면서 어떻게 남자가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지 현실적인 생각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남자에게는 살고 싶은 욕구가 아주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충분히 안심이 될 만한 상황에서도 늘 촉을 세우며 안심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자신의 생명에 지장이 갈 것 같으면 바로 도망갈 태세를 갖춘다. 계속 예민한 상태로 곤두서 있기 때문에 끝까지 흡수되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최정은 : 나는 남자가 구에 빨려 들어가지 않은 이유가 마지막으로 남은 생물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구에 빨려 들어갔다가 나온 사람들은 모두 하나 같이 지옥에서 고통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남자도 하루하루가 지옥이었다. 자신도 모르는 자해의 흉터, 점점 잊혀져 기억들과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던 시간들. 아마 구들에겐 남자를 빨아 들이 필요가 없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미 구 속이 아니어도 자신만 남은 지옥 같은 세상에서 고통을 받고 있었으니 말이다. 혹은 신예린 학생의 말처럼 평범한 사람인 남자를 남겨둠으로 인해 독자들이 삶을 되돌아보게 하려는 작가의 의도가 있었던 것일 수도 있다. 이 책을 읽고 있는 당신도 지금 남자처럼 공허함 속에서 사는 것은 아닌지, 그렇다면 남자처럼 당신 주변에 아무도 없는지.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자와 달리 주변엔 언제나 누군가가 존재한다. 가족과 친구 혹은 그냥 지나가는 사람들. 작가의 의도는 아마 당신 곁에는 누군가가 있으니 절망하지 말라는 의미였지 않을까 싶다.
3. 느낀점
신예린 : 구안에 흡수된 사람과 남아서 주변사람들이 흡수되는 것을 지켜보는 남자 중 누가 더 큰 절망을 느꼈을까? 흡수되지 않은 주인공을 운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남자는 주변사람들, 세상 사람들이 모두 흡수된 후 혼자 이 세상에 남아있는 것을 느꼈다 . 이것이 남자가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절망일 것이다.
양유진 : 이 절망적인 이야기에서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에 대해서도 토론을 통해 생각할 수 있었다. 책에서 남자는 끝까지 살아남아도 곁에 아무도 없기에 살아도 사는 게 아닌 것처럼 살아간다. 작가는 그 외로운 모습을 보면서 인간은 아무리 힘들어도 함께 존재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준 것이 아닐까 싶다. 나 자체가 혼자 있을 때 충전을 하는 편인데 책을 읽으면서 그래도 사람들과 같이 부딪치면서 함께 살아가야겠다는 다짐이 생겼다.
최정은 : 토론을 통해 내가 내린 결론으로는 구에 들어가는 것과 세상에 혼자 남은 괴로움은 같다는 것이다. 세상에 혼자 남은 남자도, 구에 잡아먹힌 사람들도 모두 지옥을 겪었고, 공허를 느꼈다. 사람들은 혼자 살아남은 남자를 욕했지만, 그가 살아남았다는 표면적인 사실만이 아니라 그가 지내왔던 시간들을 보면 자신들이 경험했던 그 절망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 텐데 그것이 좀 많이 안타까웠다.
토론 주제 : 검은 구에 흡수되었던 사람들은 어디를 갔던 것일까?
1. 토론 전 생각
신예린 : 구에 빨려 들어간 사람들을이 절망을 보았다고 하는 말을 토대로 상상해 봤을 때, 구 속 에서 마치 꿈을 꾼 것 마냥 각자 자기가 생각하는 절망을 보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각자 자기가 생각하는 절망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모두들 검은 구 안에서 자기가 생각하는 절망을 느꼈을 것이다.
양유진 : 구에 빨려 들어갔다가 돌아온 사람들의 대부분은 공통적으로 정신이상 증상을 보인다. 그나마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들의 구에 갇혔을 때의 느낌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다. 그 중에는 어둠에 갇혀 가위에 눌린 것 같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완전한 지옥 같았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저마다 모두 느낌들이 다르지만, 모두 아주 고통스럽고 부정적인 미지의 공간에 갇혀있던 것만큼은 확실하다.
최정은 : 사실 나는 책을 읽는 내낸 구에 빨려 들어간 사람은 죽었을 것이라고, 마치 블랙홀에 빨려 들어간 것처럼 다시는 세상에 나오지 못하는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고, 혼자 남은 남자를 보면서 책의 결말을 상상했다. 계속 이렇게 살던 남자는 죽을 것인가? 아님 세상을 떠돌아다니며 살 것인가? 나의 여러 가지 상상에서 사람들이 다시 살아다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구가 점점 사라지고, 사람들이 제자리에 돌아왔다. 하지만 사람들의 상태는 살아 돌아 왔다는 안도가 아닌 여전히 구 안의 절망 속에 갇혀있었다. 구 안에 갇혀있던 사람들 중 어떤 사람은 자신들이 지옥을 경험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말 구는 지옥이었을까?
2. 토론 후 생각
신예린 : 검은 구 안에 사람들이 들어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는데 미지의 공간속으로 들어간 것 같다.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무의 상태의 지옥에 갔던 것 같다. 이 구가 사람을 흡수할 때마다 커지는 것은 미지의 공간에 있는 사람들이 경험하는 절망의 크기가 커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구에 빨려 들어간 사람들은 불구덩이 없는 지옥을 다녀왔을 것 같다.
양유진 : 토론을 하면서 ‘절망을 보았다.’ 이 말이 딱 구에 흡수되었을 때의 느낌을 정말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책에도 구에 흡수됐던 당시의 느낌을 주저리주저리 말하는 것보다 ‘절망’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설득력 있게 받아드려지는 장면이 있다. 책에서 굉장히 추상적으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그 ‘절망’이라는 것이 명확히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개개인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절망 속에 갇혀있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정은 : 절망.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들 중 가장 상상하기 어려운 단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무리 괴로운 감정을 느껴도 우리는 그것은 흔히 절망이라고 표현하지 않는다. 그만큼 절망이라는 말은 어감만으로도 사람을 무겁게 짓누르는 듯하다. 그런 절망을 느꼈을 정도면 구 안은 어떤 곳이었을까? 정말로 지옥일까, 아님 가장 개인의 절망스러운 기억에서 갇혀있던 것일까. 토론을 했지만 추상적으로 상상만 했을 뿐 우리는 구 내부 에 대한 정의를 완벽하게 내리지 못했다. 토론을 통해 나는 구 속 을 깜깜한 어둠의 방이라고 상상하기로 했다.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방으로 끌려들어갔다. 아무도 곁에 없는 고립된 방에서 사실 구는 아무런 것도 보여주지 않았지만, 혼자라는 생각이 사람들을 절망으로 이끌지 않았을까.
3. 느낀점
신예린 : 같은 책을 읽었지만 각자 생각하는 구가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절망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토론하는 팀원들도 절망에 대해 다양한 생각을 가지고 있듯, 실제 구에서 각자 생각하는 절망들을 경험 했을 것 같다. 절망의 구 안에서 보다 현실이 더 절망스럽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해 그곳에서 절망을 겼었다고 표현 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양유진 : 토론을 하면서 내게 가장 절망적인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았다. 책을 읽으며 ‘죽음’의 고통이 가장 절망적이라고 생각하였다. 타인의 죽음을 목격하는 것, 내가 죽어가는 것, 그리고 내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 속에서 도망가는 것. 모두 죽음을 절망으로 느낄 것이라고 생각하였는데, 의외로 팀원들이 각자 생각하는 절망이 다양해서 신기하였다.
최정은 : 각자가 생각했던 구 안의 장소들은 모두 달랐다. 토론을 통해 나는 그 장소들이 각자가 느끼는 절망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란 것을 느꼈다. 그러면서 내가 가장 절망하는 순간이 컴컴한 어둠 속에 혼자 있는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던 것 같다. 또한, 작가가 구 속 을 구체적으로 정의하지 않았던 건 사람마다 생각하는 절망이 모두 다르기 때문인 것 같다.
토론 주제 : 검은 구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1. 토론 전 생각
신예린 : 검은 구는 모든 사람에게 두려움을 주는 존재 즉, 절망 그 자체라고 생각하였다. 소설의 제목이 절망의 구라서 그런지 처음부터 검은 구는 절망이라고 생각하고 읽게 되었다. 알지 못하는 무언가가 사람들을 집어삼킨다고 생각하니 절망이란 것이 검은 구처럼 느껴지게 되었다. 책 제목으로 인해 소설의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검은 구는 절망을 불러오는 구라고 밖에 생각이 들지 않았다.
양유진 : 우리는 살면서 많은 걱정에 쫓기며 살아간다. ‘이 일이 잘못되면 어떡하지?’, ‘이 사람하고 관계가 틀어지면 어쩌지?’. 수많은 걱정들에게 붙잡히게 되면 다양한 질병들에 노출되어 고통을 느끼고, 어떤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된다. 나는 이런 증상들을 확대하고 조금 더 판타지스럽게 꾸민 것이 소설 속 구에 흡수 된 사람들이 증언한 증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검은 구’란 불안, 걱정, 절망, 고통 등을 작가가 책에서 실체화시킨 존재라고 생각한다.
최정은 : 사실 책을 읽는 내내 구에 대하여 아무런 정의를 내리지 못했다. 그리고 그것은 책의 결말을 읽은 다음에도 이어졌다. 한번은 악몽의 집합체로, 또 한 번은 나쁜 감정들의 집합체로. 도대체 구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 이번 4주차 토론을 통해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드디어 정의를 내릴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다.
2. 토론 후 생각
신예린 : 검은 구는 주인공을 제외한 모든 사람을 삼키는 존재이다. 사람들에게 있어서 구는 자신을 삼키는 존재, 자신을 어디인지도 모르는 곳으로 데려가는 두려운 존재이다. 사람들은 이 구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혼란에 휩싸이고 구에 자신이 먼저 흡수 되지 않도록 남을 살해하는 행위까지 한다. 검은 구의 존재만으로도 세상이 혼란스러워지는 것을 보았을 때, 검은 구는 인간의 검은 면을 드러내는 장치라고 생각한다.
양유진 : 토론을 하면서, 검은 구의 의미에 대해서 비슷하면서도 묘하게 다른 생각들을 들었다. 책에서 구에 흡수됐을 때의 느낌을 ‘절망’이라고 표현하였고, 책 제목이 ‘절망’의 구이기 때문에 검은 구가 절망을 의미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팀원들이 모두 동의하였다. 실제 세상에서 검은 구에 대해서 생각해보았을 때, ‘취업’이 떠올랐다. 실제로 많은 청년들이 취업 때문에 고통스러워하고 거기에 쫓기고 있는데 그 모습이 검은 구에 쫓기는 모습과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최정은 : 책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한 가족이 차를 끌고 산속을 헤매던 중 길을 묻기 위해 지나가던 행인에게 질문을 한다. 그 순간, 그들은 가족의 가장과 아들을 죽이고 제일 연약한 여자만을 밧줄로 묶어 끌고 다닌다. 구가 앞에 보이면 미끼로 사용하기 위해서 말이다. 나는 이 장면에서 인간에 대한 회의감을 느꼈다. 혹시 구는 이런 악한 면들을 극대화하기 하고, 인간으로 인한 절망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가 아니었을까.
3. 느낀점
신예린 : 검은 구로 인해 주인공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사라졌다가 다시 돌아오며 분풀이할 대상을 찾아내 그 사람을 욕하고 비난한다. 검은 구로 인해 사람들이 두려워하여 서로를 죽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것을 검은 구와 관련 있는 사람을 찾아내 분풀이한다. 이 구는 생겨났을 때보다 나중에 사라진 후에 더 큰 절망을 안겨 준다. 사람들은 구의 존재를 통해 자신의 추악한 면모를 깨달았기 때문에 다시 한 번 사람들에게 절망을 주는 존재이다.
양유진 : 책을 읽기 전에는 절망의 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쉽게 정의 내릴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정의를 내리는 것이 어렵다고 느꼈다. 그것은 토론을 하면서도 마찬가지였다. 검은 구가 실제 세상에서 어떤 것을 비유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어보았을 때 너무 다양한 이야기가 나와서 그 명확한 실체를 알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토론이 끝나고 나서도 약간은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최정은 : 절망의 구. 나는 책 제목의 그대로의 의미로 구를 접했다. 하지만 토론을 하면서 구에 대한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정말 구가 인간을 절망에 빠뜨렸던 걸까? 아니다. 사실상 구는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 오히려 사람을 죽이고, 깔고, 버렸던 건 사람이었다. 소설 속의 사람들은 말한다. 구 안에서 지옥을 보았다고, 혹시 사람들이 보았던 것은 구 안으로 빨려 들어가던 상황에서의 배신과 죽음이지 않을까?
[후기 및 감상]
신예린 : 처음 먼저 책을 읽고 나서 토론 책으로 추천할 때, 생각보다 딱 결정내리기 힘든 토론 주제들을 담고 있어서 토론을 하는 것이 조금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아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막상 토론을 하고 나니 다양한 생각들을 들어볼 수 있어서 어렵다고 느꼈던 것들이 좀 해결되기도 하였다. 책을 읽고 토론을 하면서 절망과 죽음에 대해서 철학적으로 고민해보는 좋은 시간이었다.
양유진 : 책을 읽기 전부터 재난소설이라는 말을 듣고 토론 책으로 삶는 것을 주저하였다. 멘탈이 약한 편이라 조금이라도 잔인한 장면을 읽거나 보게 되면 한 동안 정상적인 생활을 못하기 때문이다. 또, 그냥 소설을 읽고 토론을 할 만한 내용이 있을까 싶은 의심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막상 책을 읽고 토론을 시작하니 신예린 친구가 왜 토론 책으로 추천했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생각보다 철학적인 이야기들이 많이 나누었고 스스로도 평상시에 하지 않는 철학적인 고민들을 할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최정은 : 사실 책을 읽는 내내 영화 [부산행]이 떠올랐다. 그 곳에서도 사람들이 살기 위해서 이기적으로 변하는 장면들이 등장하는데, 생존본능 앞에서 이성적으로 이타심을 발휘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